
▲금호강 팔현습지가 연초록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새봄이 찾아온 팔현습지다. ⓒ 정수근

▲팔현습지 왕버들도 연초록을 피어올리면서 새봄을 맞고 있다. ⓒ 정수근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대구 금호강에서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의미있는 행동이 있었다. 물의 근간이 되는 강과 하천의 의미를 되새기고, 강과 하천을 스스로 돌보자는 의미있는 행사들이 열린 것.
세계 물의 날, 팔현습지 쓰레기를 줍다
금호강 팔현습지에서는 젊은 청년들이 중심이 돼 금호강 팔현습지 정화활동을 벌였다. 대구환경운동연합과 환경을 주제로 한 다양한 활동을 모색하고 있는 '초록이음'이라는 신생 단체가 팔현습지에 널린 사람들이 내다버린 쓰레기를 줍는 정화활동을 벌인 것이다.
강과 습지 안의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행사는 그동안 간간이 열려 왔다. 하지만 워낙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이 많아 시간이 흐르면 강과 습지 주변에 널린 쓰레기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강 풍경도 나빠지지만 쓰레기를 야생동물들이 먹거나 머리와 발목 등이 걸리는 일이 발생해온 것도 사실이라 주기적인 플로깅 행사는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강과 하천 그리고 그 안의 생명들을 위해서는 좋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팔현습지에서 정화활동이 벌어진 이유다. 그렇게 해서 사람이 손길이 거쳐 간 곳은 강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팔현습지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었다.

▲강과 습지에 널린 인간 쓰레기를 주워 담다. 금호강 팔현습지에서 플로깅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 정수근

▲초록이음 소속 청년들이 팔현습지를 위한 플로깅 벌이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정수근
팔현습지는 지금 봄을 맞아 연초록빛으로 물들어가는 와중이다. 이맘때 강과 습지는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게 마련. 새봄을 맞아 마치 꽃단장이라도 한 듯했다.
이날 오후 달성습지에서도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달성습지와 그 안의 뭇 생명들의 평화를 비는 생명평화미사가 봉헌됐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이 마사에는 달성습지가 위치한 지역인 달서구지역의 한 성당 신자들과 각 지역의 생태환경위원회 신자들 40여 명이 참석해서 뜻깊은 미사를 봉헌했다.

▲달성습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삽질의 현장인, 금호강 르네상스 선도사업 현장에서 생명평화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 정수근
미사의 주례는 대구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인 임성호 베네딕토 신부가 맡았다. 그는 벌써 1년 넘게 팔현습지에서 생명평화미사의 주례를 맡아왔다. 이 달에는 현재 대구시에 의해 토건 '삽질'이 자행되고 있는 현장인 달성습지에 와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게 됐다.
금호강 달성습지에서 생명평화미사가 봉헌되다
미사 강론에서 임성호 신부는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먼저 물의 근원인 강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2025년 올해 우리나라는 어느 국가에 속해 있는지 한번 알아맞춰 보시기 바랍니다. 1번 물 기근 국가. 2번 물 부족 국가. 3번 물 풍요 국가. 요 셋 중에 우리나라는 어디에 속해 있겠습니까?
UN에서는 우리나라를 물 기근 국가로 정했습니다. 물 기근 국가. 그래서 올해 물의 날 UN 주제가 뭐냐 하면 '빙하를 잘 보존하자', 이게 UN이 정한 올해 물의 날 주제인데 우리나라는 이걸 딱 가지고 와서 어떤 구호를 국가적으로 외치는가 하면 따라 해 보세요. '물그릇. 그 물그릇을 더 확충하자'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물 기근 국가니까 그래서 가장 큰 물그릇이 무엇인가? 지금 국가 행정에서는 댐을 만들자고 한다"라며 "그런데 저는 가장 큰 물그릇은 강이라고 생각한다. 강 자체가 큰 물그릇이다. 거기에는 모래톱이 있다. 그 모래가 물탱크다. 댐보다도 물 저장하는 수량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임성호 베네딕토 신부가 미사에 참여한 이들에게 강론을 펼치고 있다. ⓒ 정수근
그러나 "그럼에도 물 확충을 위해 물그릇을 더 크게 만들겠다, 많이 만들겠다, 해서 댐을 많이 만들려고 한다"라며 "그런데 다른 나라에서는, 미국 같은 곳에서는, 댐을 허물어서 재자연화하는 그런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 "물그릇의 일종인 금호강에 대구시가, 디아크 문화관 앞에 다리를 놓고 있다. 대구시의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 이야기다. 예산은 5400억 원 정도 된다. 다리는 한 300억 원 되고 팔현습지, 안심습지, 금강습지 일대에 300억 원 정도 해서 5400억 원을 들여 물이 흐르지 않게 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은 흘러야 한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하여
이어 그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하나님의 뜻은 '강은 흘러야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물은 고여 있으면 상하기 때문"이라며 "금호강이나 낙동강에 녹조현상이 여름마다 벌어지는데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본다. 우선은 흐르지 않아서, 천천히 흘러서, 또 온도가 올라가서. 이 조건만 맞으면 물에서는 남조류가 급격히 증식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것도 살아있는 생물이라 삶과 죽음이 있습니다. 죽을 때 독소를 내보냅니다. 근데 문제는 독소가 물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 오늘같이 바람이 많이 불면 물결이 증발도 일어나고 물길이 부딪혀 가지고 물방울이 형성되잖아요. 그러면 이게 물속에 포함된 녹조 독소가 비산하게 되겠죠.
그래서 강변을 산책하거나 또는 주변에 사는 사람들 콧속에 호흡기 속에 들어가서 여러 가지 신체적인 증상을 일으킵니다. 아무튼 그런 현실이고 그래서 이렇게 자꾸 맞게 되면 가장 큰 문제는 생명이 파괴된다. 서식지가 파괴가 된다는 것입니다."

▲임성호 신부가 30여 명의 신자들 앞에서 미사 강론을 펼치고 있다. ⓒ 정수근

▲달성습지 생명평화미사에서 영성체를 준비하고 있는 임성호 베네딕토 신부 ⓒ 정수근
그는 재차 "강물은 흘러야 한다. 그것이 오늘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말씀드리고 싶은 주제"라고 밝히며 강론을 마무리했다.
흐르지 않는 강은 그동안 심각한 부작용을 만들어왔다. 수질과 수생태계를 모두 망치면서 사람과 야생동식물 모두에게 심각한 피해를 안겨왔다. '녹조 독'으로 인한 공포를 만들어왔으며, 또 깊어진 강은 생태계의 단절을 일으켜 야생동물들의 이동을 차단시켜버린 만행을 저질러 왔다.
거기에 더해 뭇 생명들의 집인 달성습지에서는 화려한 관광교량을 건설해 이 일대를 관광지화시키겠다고 한다. 이것은 인간 편의만을 생각한 지나친 욕심이다. 그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조화로운 공존의 길을 모색하자는 것이 환경단체와 대구시민사회의 입장이다.

▲팔현습지에 새봄이 찾아오고 있다. 새봄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의 길을 모색해본다. ⓒ 정수근
팔현습지에 이어 이곳 달성습지에서도 깊게 드리운 탐욕의 장막을 걷어내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달라면서 이날 기도를 올렸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금호강 팔현습지와 달성습지에서 이같은 실천행동과 기도행동이 각각 열렸다. 이들의 실천과 기도가 부디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이라는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해본 하루였다. 아름다운 이들과 함께한 참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팔현습지의 명물 수리부엉이도 만나다 ⓒ 정수근

▲수리부엉이를 찾아라! .... 팔현습지의 명물 수리부엉이 가족을 관찰하고 있다. ⓒ 정수근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로 지난 16년 동안 낙동강을 비롯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그간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글들을 갈무리해 최근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