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10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아래 방심위)의 청부민원 의혹 재조사를 요구한 국민권익위원회가 사건 당사자의 측근이 재조사를 맡는 등 이해충돌 우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권익위는 '청부민원 사건의 재조사는 방심위가 아닌 다른 기관이 맡아야 한다'는 방심위 노조의 공식 요청은 묵살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은 지난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비판 방송사에 대해 류 위원장 가족과 지인이 민원을 넣었고, 류 위원장은 이를 알고도 해당 방송 심의를 했다는 의혹이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이 사건을 조사하고, 관련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건을 방심위로 돌려보냈다.
기관장이 당사자인 사건을 맡은 방심위는 지난 2월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 지난 7일 국회에서 '가족 민원 사실을 류 위원장에게 사전 보고했다'는 방심위 직원의 양심고백이 나오고 논란이 커지자, 권익위는 지난 10일 방심위 측에 사건의 재조사를 요구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사건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또다시 맡게 된 것이다.
'청부민원' 의혹을 처음 제기하고 사건을 신고한 방심위 노조 측은 재조사를 결정하기 전, 이의신청을 통해 사건의 재조사 기관을 방심위가 아닌 다른 기관에 맡기도록 요구했으나, 권익위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장은 "방심위에서 사건 재조사를 맡더라도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을 우려해 해당 사건의 재조사를 방심위가 아닌 다른 기관에서 맡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심위가 재조사를 하더라도, 결론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사건 재조사를 맡을 감사실 관계자들이 류 위원장 최측근 인사들로 구성돼 있고, 특히 박종현 감사실장의 경우 지난 2월 류 위원장 체제 아래 2급에서 1급으로 승진까지 한 인물이다. 박 실장은 '청부민원' 사건 당시 사무총장 직무대행을 맡던 상황이라, 이 사건의 유력 당사자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사건 당사자의 측근이 조사에 관여하는 등 이해충돌 우려가 나오는 상황인데도 권익위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7일 청부민원 사건 재조사와 관련해, 당사자의 최측근이 조사에 관여하는 등 이해충돌 우려가 나오는 것에 대한 권익위 입장을 공식 질의했다.
권익위는 지난 20일 이메일 답변을 통해 "감사와 조사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는 이해충돌을 방지하고 공정성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이메일 답변서에 해당 사안에 대한 직접적인 입장이나 대응책에 대한 내용은 단 한 줄도 담기지 않았다. 거듭된 질의에도 권익위는 "담당 부서 입장이 그렇다"고만 밝혔다.
김준희 지부장은 "지난해 청부민원 사건을 방심위로 돌려보내면서 면죄부를 준 것도 권익위였는데, 권익위가 여전히 사건의 철저한 규명에 대해선 의지가 없다고 본다"면서 "권익위 주요 결정을 담당하는 인사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방심위는 청부민원 사건 재조사 시점과 참여 인사 등에 대해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다. 방심위 관계자는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라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