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세종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최민호 시장 기자간담회 ⓒ 김병기
▲“최민호 세종시장이 부끄러웠다”... 최근 ‘세종보 재가동’ 논란
김병기
궤변과 우격다짐의 연속이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작심한 듯 세종보 재가동을 촉구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합리적·과학적 근거는 없었다. 가뭄 극복을 주장하면서 그간 세종지역 가뭄의 데이터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도 했다. 또 충청도 400만 가구의 식수원인 대청댐을 없앤다면 세종보 재가동하자는 말을 하지 않겠다고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20일 오전 10시, 세종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였다. 사실 최 시장의 이날 주장은 전날인 19일 세종시의회 본회의에서 폐기된 '세종보 재가동 결의안'의 반복이었다.
19일 오전 환경사회단체들은 세종시의회 앞에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발의한 결의안의 부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결국 의회는 이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그럼에도 최민호 시장이 하루도 지나지 않아 부결된 결의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주장을 동어 반복하자, 환경사회단체들은 '거짓 선동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50여 분간 진행된 이날 기자간담회의 관전평을 키워드로 정리하면 '우격다짐' '아전인수' '궤변'이었다.

▲보철거시민행동은 지난 19일 세종시의회 앞에서 '세종보 재가동 결의안' 부결을 촉구했다. ⓒ 김병기
[우격다짐] 세종보로 가뭄 극복, 근거는? "가뭄이 언제 올 지 장담할 수 있나"
이날 최민호 시장이 세종보 재가동의 주요 근거로 제시한 건 가뭄 극복이었다. 하지만 세종보에 담수했던 물은 농업용수나 공업용수, 심지어 생활용수로도 쓰이지 않았다. 최 시장은 "도심하천이나 공원에 안정적인 용수 공급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세종보 재가동을 촉구해왔다"고 주장하면서 호수공원에 댈 물이 부족하다고 강조했지만, 몇 해 전 양화취수장을 보강하면서 호수공원의 물은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따라서 물 부족은 세종보 재가동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 이에 기자가 세종보에 담수된 물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얼버무리면서 되레 큰소리를 쳤다.
"앞으로 어떤 수요가 생길지 모르지 않습니까? 가뭄이 온다든가 할 때 장담할 수 있나요? 호수공원에 물이 말랐을 때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걸 미리 대비해야 되는 게 잘못된 것입니까? 그리고 농업용수, 공업용수 쓴다고 그러는데 물이라는 건 쓰기에 따라서 굉장한 용도가 많습니다.(중략) 지금 쓰지 않기 때문에 물이 필요 없다 이렇게 확정하지 말자는 겁니다."
물이 부족해서 세종보를 재가동해야 한다면서 어디에 쓸 물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한 근거조차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최 시장은 또 갈수기의 수량 데이터를 제시해달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자료를 제공하겠다"면서도 "(기후위기의 시대이기에) 과거의 데이터를 가지고 미래로 확장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과거 데이터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말로 읽혔다. 전형적인 우격다짐이었다.

▲20일 세종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최민호 시장 기자간담회 ⓒ 김병기
[아전인수] 세종보 때문에 육역화 진행되는데... 수문개방 탓?
아전인수식 주장도 많았다. 가령 최 시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11월부터 세종보의 수문을 완전 개방한 뒤 "금강 내부에 모래톱이 쌓여 '육역화(陸域化)'가 빠르게 진행됐다"면서 "강에 퇴적물이 쌓여 하상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범람도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식물생태보감'에는 육역화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하천 물길구간(channel)에서 토사 및 부유물에 의한 퇴적지가 생성되면서...(중략) 일반적으로 하천 물길구간에서의 육역화는 물 흐름의 변화, 특히 유속이 급격히 느려지는 구간이나 물 흐름을 조절하는 댐이나 대형 보가 축조되어 있는 하류 구간에서 흔하게 관찰."
결국 4대강사업 때 지은 세종보 때문에 육역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2017년 말부터 세종보의 수문을 개방했지만, 사실상 반쯤 열려있는 상태이다. 총 길이 348m 중 수문이 없는 고정보 구간만 125m에 달한다. 유압식 실린더로 여닫는 전도식 가동보의 경우도 바닥에 누워있기만 해도 물길의 흐름이 막히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고정보 앞에 퇴적물이 쌓이고 물길이 한쪽으로만 흘러서 육역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최 시장은 육역화의 해법으로 담수와 준설을 주장했다. 그의 말처럼 담수를 한다면 퇴적지가 물에 잠기고, 대신 강바닥에는 시궁창 펄이 쌓일 것이다. 산소 제로지대인 펄 속에서는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창궐할 것이다. 실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세종보를 담수했던 기간 동안 세종시에는 악취와 날벌레 때문에 창문도 열 수 없다는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최 시장은 또 기후위기를 강조하며 하천 범람을 우려했지만, 수문을 항상 열어둔다고 해도 강을 가로막는 횡단 구조물인 보 자체가 수위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때에도 감사원은 4대강사업이 홍수·가뭄 예방 효과가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한토목학회는 2021년 2월 환경부에 제출한 '4대강 보의 홍수조절능력 실증평가' 보고서에서 "2020년 8월 홍수 시 실측데이터 분석 결과, 4대강 보 홍수조절능력은 없으며 오히려 통수단면을 축소시켜 홍수위 일부 상승을 초래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궤변] 수문개방 전후의 수질이 비슷? '악마의 편집' 증거 수두룩

▲세종시의회는 지난 19일 '세종보 재가동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 김병기
최 시장의 궤변은 "보 가동을 녹조 발생과 수질 오염의 주된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게 과학적으로 밝혀졌다"는 주장에서 극에 달했다. 최 시장은 이날 유일하게 근거를 들고 나왔는데, 감사원과 환경부의 발표 자료였다. 4대강 보 개방모니터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6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유해남조류 세포수가 875에서 833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고, BOD는 2등급으로 약간 좋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 등이다.
하지만 이는 특정 기간만을 짜깁기한 '악마의 편집'일 뿐이다. 2018년 6월 국무조정실, 환경부, 국토교통부가 공동으로 배포한 보도자료에 실린 아래 표 한 장으로도 최 시장의 주장이 궤변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2018 보도자료 '4대강 보 개방 1년 중간결과 및 향후계획 발표' ⓒ 환경부 제공
"지난 1년간 수질‧수생태계 등 11개 분야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 물 흐름이 회복되어 조류 농도가 감소하고 모래톱이 회복되는 등 동식물의 서식환경이 개선되어 4대강 자연성 회복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수질의 경우, 보 개방 이후 개방 폭이 큰 보를 중심으로 조류 농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했습니다. 보 수문을 완전히 개방한 세종보, 공주보에서는 조류농도(클로로필 a)가 개방 전에 비해 약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산강 승촌보도 지난 4월 완전개방 이후 조류농도가 37% 감소했습니다."(2018 보도자료 '4대강 보 개방 1년 중간결과 및 향후계획 발표' 발췌)
최 시장은 또 "세종보를 담수해서 물이 많아지면 생물들이 많이 살게되고 다양성이 증대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 6월,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보 설치 후 건강성이 가장 크게 하락한 보는 세종보였다. 어류는 '좋음 B'에서 '나쁨 D' 등급, 저서동물은 '보통 C'에서 '매우 나쁨 E' 등급으로 하락했다. 특히 어류 조사에서 세종보는 보 설치 전 평균 772마리에서 110마리로 85.8%가 감소했다.
최 시장은 "세종보를 재가동하면 금강의 수위가 상승하고, 수변공간을 활용한 휴양·레저·관광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라면서 "(세종보 담수를 전제로)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세종시청 뒤쪽에 있는 이응다리 주변에 대관람차 등을 설치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구상이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세종보를 재가동해도 이 지역의 수위 상승은 최대 30cm정도이다. 이 정도의 수위 상승으로 경관이 얼마나 바뀔까? 또 녹조가 가득한 강에서 지역 경제가 살아날지 의문이다. 이날 최 시장은 최근 조사 결과 낙동강 주민의 콧속에서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에 대해 우려하는 한 기자의 질문에 호통을 치듯이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콧속에서 녹조가 발견됐다는 데, 낙동강에서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금강에서 나왔다는 증거가 없잖아요. 마치 광우병이 있기 때문에 소고기 사 먹지 말자는 거 하고 뭐가 다릅니까?"
그렇다면 낙동강의 녹조와 금강의 녹조가 다를까? 충남연구원이 조사한 아래 표를 보면 최 시장의 이같은 주장이 얼마나 무책임한 지를 확인할 수 있다.

▲충남연구원이 제시한 녹조 발령 상황 ⓒ 충남연구원
지난 10년간 금강의 수환경을 모니터링해왔던 충남연구원이 확인한 녹조 발생 '관심 이상' 발령 기간이다. 수문이 닫혔던 2017년에는 무려 8개월 동안 119일에 걸쳐 녹조경보를 발령했다. 2018년 세종보의 수문이 열리자 절반 수준인 59일로 떨어졌다. 그 뒤 공주보 수문을 전면 개방하고, 최근 백제보의 수문까지 열린 2019년의 녹조 발령 횟수와 기간은 '0'이다.
[협박?] "400만 식수원 대청댐 허물면 세종보 재가동하지 않아도 돼"
최 시장은 "1980년 대청댐 건설 이후 금강 하류의 유량이 감소했고, 특히 갈수기 유량 부족 문제가 점점 심각해졌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수차례에 걸쳐서 충청도 400만 가구의 식수원인 대청호를 거론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차라리 대청댐을 허문다면 세종보를 가동하자고 하지 않겠습니다."
이 말은 협박처럼 들렸다.
최 시장은 마지막으로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신속히 세종보를 재가동하고 하천 불법 점용을 지속하는 일부 환경단체(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는 즉시 불법행위를 중단하고 원상복구하라"고 촉구했다.
최 시장의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보철거시민행동은 "최민호 시장은 근거 없는 거짓 주장으로 시민을 선동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짜 정보로 시민들을 선동하는 무책임한 자가 세종시정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이날 50여분 동안 확신에 찬 어조로 제대로 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세종보 재가동을 주장한 최민호 시장의 우격다짐 기자간담회. 세종보는 물만 채우면 강이 살고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었다.
하지만 낙동강은 세종보 담수의 미래이다. 지난 13년간 4대강 보의 수문을 거의 열지 않았던 낙동강 지역의 경제는 살아났나? 수질 악화로 인해 물고기 수와 종이 대폭 줄어들어서 어민들은 강을 떠났고, 녹조물로 지은 농산물에서 청산가리 6600배에 달하는 녹조독이 발견돼 농민들은 울상이다. 또 사람 콧속에서도 녹조독이 발견돼 비상이 걸렸다.
이날 브리핑룸을 빠져나오면서 4대강 16개 보에 물을 가득 채워서 '4대강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면서 위험한 환상을 쫓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몰락을 떠올렸다. 세종시민을 대변하는 세종시의회의 결정을 묵살하고 부결된 결의안의 불씨를 살리려고 기자간담회를 열었던 세종시의 행정 수장. 세종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