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범야권(오세훈-안철수) 후보 단일화 협상이 한창 진행되던 그해 "3월 19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측근인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만나기 위해" 명태균씨와 김태열(미래한국연구소 소장)씨가 서울행 비행기표를 발권받았다. ⓒ 김화빈
"명태균씨와 1월 말 관계가 악화돼 2월 중순 절연했다"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해명을 뒤집는 자료가 확인됐다.
<오마이뉴스>는 미래한국연구소 실무자인 강혜경씨를 통해 명씨와 김태열 미래한국연구소장의 2021년 3월 19일 항공권 예약 내역을 확보했다. 해당 날짜는 미래한국연구소가 3월 17·18일 오 시장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를 돌린 직후이자, 김 소장이 오 시장 측근인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을 만났다고 한 날이다.
김 소장은 2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2021년 3월 19일 명씨와 함께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근처 카페에서 강 전 부시장을 기다렸고 이후 명씨와 강 전 부시장이 30분 간 대화를 나눴다"라고 말했다.
해당 날짜 나흘 뒤인 나흘 뒤인 2021년 3월 23일 오 시장은 여론조사서 안철수 후보를 꺾고 범야권 서울시장 단일화 후보로 확정됐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2021년 3월 26일 오 시장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씨는 강씨 계좌로 500만 원을 입금했다.
오 시장은 명씨와의 연관성을 두고 줄곧 '1월말 관계 악화, 2월 중순 연락 단절'을 주장해왔다. 오 시장은 지난 2월 28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과의 인터뷰에서 "(명씨가) 자기 여론조사를 사라고 해서 1차로 '당신 물건 안 산다' 했던 게 (2021년) 1월 말경"이라며 "2차로 계속 (명씨가) 얘기해서 끊어냈던 게 2월 중순 정도"라고 말했다.
'비공표 조작 여조 보고서→비행기표 예약' 패턴

▲명태균과 오세훈 서울시장 ⓒ 사진출처:명태균페이스북, 서울시 홈페이지
항공권 내역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강씨는 위 항공권을 포함해 비공표 여론조사와 맞물리는 시기에 구매한 항공권 내역을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지난 12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제 명의의 계좌로 (여론조사와 관련된) 비용이 들어오면 제 카드로 비행기표를 긁었다"며 "명씨가 김해공항에서 서울로 간 티켓 발권 내역 등을 검찰에 다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항공권 구매 시기엔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강씨는 명씨의 지시에 따라 비공표 여론조사를 조작해 보고서를 만들고 이어 명씨의 서울행 항공권을 구매했다. 이러한 패턴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경선부터 오 시장이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할 때까지 총 8번 반복됐다.

▲미래한국연구소 실무자 강혜경씨가 명태균씨의 지시를 받고 오세훈 서울시장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를 수행한 뒤 보고서를 만들고 명태균·김태열(미래한국연구소 소장)씨의 서울행 비행기표를 발권했다. 해당 일자는 2021년 2월 17일이다. ⓒ 김화빈
강씨는 "(검찰 포렌식 결과) 예전에 사용하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제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기간 동안 명씨, 김 소장과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가 발견됐다"라며 "해당 대화에는 미래한국연구소 여론조사 보고서를 명씨가 전달받은 기록, (보고서 전달 이후) 명씨 지시에 따라 제가 서울행 비행기표를 예매한 내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마이뉴스>는 강씨를 통해 ▲ 명씨의 서울행 비행기표 8건 내역 ▲ 미래한국연구소의 오 시장 관련 13차례 비공표 여론조사 보고서와 원본 데이터 ▲ 김한정씨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일시 등을 확인해 그 패턴을 분석했다.
[국민의힘 경선] 나경원 우세가 접전으로, 조작 여론조사 후 김한정 입금
① 2020년 12월 22일 비공표 여론조사 → 2021년 1월 20일 명씨 서울행 비행기표
② 2021년 1월 22일, 1월 25일, 1월 29일 비공표 여론조사 → 2021년 2월 8일 명씨 서울행 비행기표
미래한국연구소는 2021년 2월 5일 국민의힘 본경선 후보 확정을 앞두고 오 시장과 관련해 3차례 비공표 여론조사를 돌렸는데, 실제 조사보다 인원을 두 배 이상 부풀리는 방법으로 여론조사를 조작했다. <오마이뉴스>가 해당 일자 여론조사 원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 1월 22일 : 실제 816건, 조작 1058건 ▲ 1월 25일 : 실제 724건, 조작 2793건 ▲ 1월 29일 : 실제 633건, 조작 2026건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작된 보고서를 들고 김해공항에서 서울로 가는 명씨의 항공권을 예매했다는 게 강씨의 설명이다. 명씨는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에 "2021년 1월 20일, 23일, 28일, 2월 중순에 (강 전 부시장을) 만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이 시기의 여론조사는 표본을 부풀리는 단순 조작이 대부분"이라며 "(정치 야인 생활을 한) 오 시장이 국민의힘 본경선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조사가 이뤄진 뒤 김한정씨는 강씨 명의 계좌로 ▲ 2월 1일 1000만 원 ▲ 2월 5일 550만 원 ▲ 2월 18일 550만 원을 입금했다.
③ 2021년 2월 14일 비공표 여론조사 → 2021년 2월 15일 명씨 서울행 비행기표
④ 2021년 2월 17일 명씨 서울행 비행기표
⑤ 2021년 2월 19일, 23일, 26일 여론조사 → 2021년 2월 28일 명씨 서울행 비행기표
오 시장이 본경선에 진출한 이후에도 미래한국연구소의 비공표 여론조사는 계속됐다. 위 여론조사에서도 실제 응답자 수가 보고서에서 부풀려졌고 '나경원 우세'이던 결과는 '나경원·오세훈 접전'으로 바뀌었다. 김한정씨는 역시 강씨 계좌로 700만 원을 입금했다.
<오마이뉴스>가 2021년 2월 23일자 여론조사 원본 데이터와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조사 완료 건수는 572건이었지만 보고서엔 1366으로 표기됐다. 원본 데이터(572건)서 '나경원·오세훈 가샹 양자 대결' 결과는 나경원(41.1%)이 오세훈(34.4%)보다 약 6.7%p 앞섰지만, 최종 보고서에는 나경원(39.2%)과 오세훈(36.1%) 접전으로 나타났다.
[안철수와 단일화] 지상욱 의뢰대로 여론조사, 직후 서울행 비행기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과 2021년 3월 25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된 유세차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오 시장이 2021년 3월 4일 국민의힘 단일후보로 선출되자 미래한국연구소는 범야권 단일화 국면에서 오 시장의 경쟁력·적합도를 알아보는 비공표 여론조사 또한 수차례 수행했다.
⑥ 2021년 3월 4일 비공표 여론조사 → 2021년 3월 5일 명씨 서울행 비행기표
⑦ 2021년 3월 11일, 3월 12일 비공표 여론조사 → 2021년 3월 15일 명씨 서울행 비행기표
위 조사 모두 종전처럼 응답자수를 부풀렸다. 특히 3월 11·12일 비공표 여론조사는 지상욱 당시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과의 연관성이 불거진 사례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검찰 수사보고서에 담겨 있는 지 전 원장과 명씨의 3월 11일 카카카오톡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다.
지상욱 : 1. 적합도 (중략) 2. 적합도양보안 (중략) 3. 경쟁력으로 할 경우. 3가지 방식으로 각각 샘플 500샘플로, 재질문 넣고, 즉 모름/무응답 없이. ARS로 해야? ARS로는 재질문 대신 선택답을 1번2번 두개로? 이 내용에 대해서 그간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자료와 답을 줄 수 있나요?
명태균 : 네, 연락 드리겠습니다.
실제 지 전 원장의 의뢰대로 3월 12일자 여론조사 질문지가 구성됐고 적합도, 적합도양보안, 경쟁력 모두 오 시장이 우위를 보였다. 명씨의 항공권 내역엔 이 조사 사흘 뒤인 3월 15일자 항공권도 담겨 있다.

▲지상욱 당시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이 명태균씨에게 의뢰한 내용이 미래한국연구소 질문 문항으로 반영됐다. 이 여론조사는 2021년 3월 12일 이뤄졌다. ⓒ 김화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