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외국인은 한국서 투표, 한국인은 외국서 투표 불가"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사설은 외국인의 지방선거 투표가 부적절하다는 내용을 주장했다. ⓒ <조선일보>
20일 "외국인은 한국서 투표, 한국인은 외국서 투표 불가"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사설은 "우리 지방선거에 투표할 수 있는 외국인이 14만 명을 넘어섰다고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이 19일 밝혔다"며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만 18세 이상으로 한국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난 외국 국적자에게는 지방선거권이 부여된다. 그런데 다음 달 2일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국회예산정책처에 조사를 의뢰해 보니, 올 1월 말 기준 총 14만78명이 그 기준에 부합하더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는 이 제도가 처음 논의된 2000년대 초·중반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영주권자에게 처음 투표권을 부여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외국인 선거권자는 6700여 명에 불과했다. 총 선거인의 0.02%였다"며 "그런데 2022년 지방선거 때는 외국인 선거권자가 12만7600여 명으로 늘어났다. 그 후 약 3년 만에 그 숫자가 1만2000여 명 더 증가한 것을 보면, 이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이 밀집해서 거주하는 지자체 선거에는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국인 밀집 거주지에는 상당한 영향? 따져보니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때도 서울과 경기도에 전체 외국인 유권자 중 약 70%가 거주했지만 투표율은 각각 12.3%와 11.0%로 평균 투표율보다 낮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외국인 투표율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강원도로 투표율은 34.9%였지만 외국인 유권자의 비율은 전체 외국인 유권자 중 1.1%에 지나지 않았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22년 10월 공개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율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제8회 지방선거에서 외국인 유권자 12만7003명 중 투표한 비율은 13.3%에 불과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외국인 유권자의 투표율은 2014년 17.6%, 2018년 13.5%로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
외국인 유권자가 총 유권자 중 0.29% 수준인 데다가 투표율 또한 내국인 유권자 투표율인 50.9%의 1/3 수준임을 감안하면 전체 지방선거에 미치는 수준은 극히 미미하다. 게다가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도 틀리다.
지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경우 전체 외국인 유권자의 41.8%가 모여 있던 관악구-영등포구-구로구의 투표율은 10.0%-9.9%-8.8%로 전체 외국인 유권자의 평균 투표율은 14.7%보다 훨씬 낮았다.
또한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때도 서울과 경기도에 전체 외국인 유권자 중 약 70%가 거주했지만 투표율은 각각 12.3%와 11.0%로 평균 투표율보다 낮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외국인 투표율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강원도로 투표율은 34.9%였지만 외국인 유권자의 비율은 전체 외국인 유권자 중 1.1%에 지나지 않았다.
민주적 선거가 없는 중국, 투표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편 사설은 "외국인 투표권과 같은 정책은 상대 외국과 상호주의를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그런데 외국에 나가 사는 우리 국민들은 상호주의에 기반한 참정권을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먼저 영주권자들에게 투표권을 주면, 재일 한국인 약 40만 명이 영주권을 갖고 거주 중인 일본도 그들의 숙원인 '지방선거 투표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며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외국인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나라가 외국인의 지방선거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한국이 지방선거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아야 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 사설의 표현대로 지방선거 투표권이 재일 한국인의 '숙원'이라면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의 숙원을 이루어주는 것이야말로 인권을 보호하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지향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사설은 "게다가 우리 지방선거 투표권을 가진 14만 명 중 대부분인 11만3500여 명(81%)이 중국 국적자다. 민주주의가 없어 제대로 된 민주적 선거가 없는 중국의 국민이 다른 나라에서 투표한다는 자체를 납득하지 못할 국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을 중국인의 지방선거 투표를 배척하는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터무니없는 얘기다. 오히려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한 뒤 이를 바탕으로 중국에서도 민주화의 바람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맞지 않을까.
현재 광장의 극우 세력은 물론이고 윤석열과 여당도 중국인을 향한 혐오 발언을 일삼으며 반중 감정에 편승한 상황에서 <조선일보> 또한 사실상 반중을 내세우며 이들에 동조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