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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교습소에서는 '10대를 위한 시리즈'로 커리큘럼을 만들어 수업 중이다. 교습소 운영을 이렇게 하는 게 맞을지 고민하면서도 말이다.
제목은 이렇다. 3월, <10대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 4월엔 <10대를 위한 공정하다는 착각> 5월엔 <10대를 위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6월엔 <10대를 위한 요즘 경제학>. 모두 10대를 위해 나온 책이다.
언제나 그랬듯 좋은 아이디어의 출발점은 모두 내 아내로부터다. 아내가 말했는데 제목만 들어도 '있어빌리티'가 좔좔 흐르기에, 나도 그래 한번 해보자 하고 풍덩 뛰어들었다.
하지만 막상 수업을 진행하려고 준비해 보니 만만치 않았다. 일단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내가 내용의 80% 이상을 소화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상당히 체기를 가져다주었다. 머리에도 쥐가 날 수 있구나를 매주 경험했다(물론 내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을 말해 보자면 책의 불친절함도 상당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게 정말 '10대를 위한'을 붙일 수 있을 만큼의 친절하고 다정한 인코딩이었냐를 묻는다면... 아쉽다.)
어느 때보다 진지한 아이들

▲<10대를 위한 시리즈>언제나 그랬듯 좋은 아이디어의 출발점은 모두 아내로부터다. 제목만 들어도 있어빌리티가 좔좔 흘러서 그래 한번 해보자 뛰어들었다. ⓒ 쓰고뱉다
다만, 아이들의 수업 태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고 진지했다. 선생님인 내가 다소 개떡같이 말하는 것들도 찰떡같이 알아듣기 일쑤였다. 내가 그동안 이토록 잘 가르쳤기 때문일까라는 기분 좋은 착각을 하고 싶었을 정도다.
의미에 불이 붙으면 나는 곧잘 타오른다. 내친김에 원전이라 할 수 있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구입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분명 20대 때 읽었을 때는 한글인데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 없었는데, 지금 읽으니 느릿느릿해도 확실히 읽히는 구석이 있어서 그간 지적 허송세월을 보낸 건 아닌 듯해 기쁘기도 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미에 불이 붙으면 나는 곧잘 타오른다. 내친김에 원전이라 할 수 있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구입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분명 20대 때 읽었을 때는 한글인데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 없었는데, 지금 읽으니 느릿느릿해도 확실히 읽히는 구석이 있어서 그간 지적 허송세월을 보낸 것 아닌 것 같아서 기쁘기도 했다. ⓒ 김정주(본인)
아이들을 위해 자료를 찾고, 적절한 예화를 다시 만들고, 유튜브에서 강의를 찾아보며 꽤나 열심히 수업 준비를 했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점점 양극화가 심해지는 대한민국이라는 맥락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정의란 무엇인가'를 해석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어야 하겠다고.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지기는 어려워 보이는 현실. 그 속에서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생각할 수 있는 힘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쓸모 있는 교육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동네 교습소 원장이 가지기엔 비장해 보이는 마음일지 몰라도,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수업에 박차를 가하며 지난주와 이번 주에는 아이들에게 '공정'에 대해서 물었다.
공정이란 무엇인지,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공정한지, 보이는 신분 제도는 사라졌지만 보이지 않는 신분 제도라고 할 수 있는 빈부격차로 인해 벌어지는 수많은 괴리들 – 끊을 수 없는 가난의 대물림, 저출산, 교육 붕괴 등 -, 스웨덴의 복지의 명과 암을 통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것들 말이다.
우리는 먼저 현대 사회에서 돈이 많은 사람이 더 유리한 것이 공정한가에 대해 토론했다. 아이들은 "노력한 만큼 돈을 버는 게 맞다"는 의견과 "너무 큰 빈부격차는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선생님, 만약 가난한 사람이 열심히 일해도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면, 그 사회는 공정한 걸까요?"
"스웨덴에서는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고, 그 돈으로 복지를 제공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부자들이 세금 안 내려고 해외로 나가버리는 건 아닌가요?"
"돈이 많으면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그러면 더 좋은 직업을 가질 확률이 높아지니까 결국 처음부터 기회의 차이가 있지 않나요?"
우리는 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고민했다.
✔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아이스크림, 자동차, 집
✔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친구의 진심, 가족의 사랑, 생명
아이들은 단순히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돈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결국 안정감 때문이잖아요. 돈이 많으면 가족을 지킬 수 있고, 좋은 병원을 갈 수 있고,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으니까."
"... 근데 그러면, 돈이 없는 사람들은 가족도 못 지키고, 좋은 교육도 못 받는다는 말이잖아요?"
특히 인도의 대리출산 합법화 사례를 통해 "돈을 받고 아이를 낳아주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은가?"를 논의했다.
"만약 그게 불법이 아니라면 괜찮은 걸까요?"
"출산이 거래가 될 수 있다면, 결국 인간의 몸도 돈으로 사고팔 수 있다는 뜻 아닌가요?"
우리는 마지막으로 "만약 세상이 돈으로만 돌아간다면?"이라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상상했다.
돈이 많으면 법도 바꿀 수 있는 세상, 돈이 많으면 인간의 생명까지 거래할 수 있는 세상,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세상.
아이들은 격한 토론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
"돈이 없는 세상은 있을 수 없겠지만, 돈만 있는 세상은 결국 무너질 거예요."
"우리는 돈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해요."
이런 걸 가르치고 있는 나도 신기했고, 들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말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도 신비했다. 수업을 마무리하며 이런 말을 했다.
"얘들아, 근육이 자라는 원리를 알려 줄게. 근육은 내가 쓸 수 있는 힘을 넘어서는 힘을 쓸 때 찢어지고, 이후 적절한 영양소와 휴식을 통해 회복되면서 자라. 책이 어렵지? 선생님이 던지는 질문이 어렵지? 생각하는 게 머리 아프지? 하지만 우리가 이 책을 읽는 목적이 바로 거기에 있어.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머리가 아프도록 고민해야 해. 그 과정 속에서 생각이 '찢어지는' 거야. 생각이 찢어져야 넓고 깊어질 수 있어. 늘 말했듯이, 공부는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하는 것'이니까. 우리는 지금 진짜 공부를 하고 있는 거야."
아이들만큼이나 나도 자라고 있는 요즘이다. 자라고 있다. 잘하고 있다.

▲공부는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머리가 아프도록 고민해야 해. 그 과정 속에서 생각이 ‘찢어지는’ 거야. 생각이 찢어져야 넓고 깊어질 수 있어. 내가 늘 말했듯이, 공부는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하는 것’이니까. 우리는 지금 진짜 공부를 하고 있는 거야 ⓒ 쓰고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