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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20 11:37최종 업데이트 25.03.20 11:37

노동자가 앞장서는 기후정의운동, 어떻게?

[일터 기후정의 공론장] 민주노총경남본부 '기후정의 학교' 참가기

'기후정의 학교'가 열리기까지

민주노총은 지역본부별로 기후정의 학교를 연다. 2021년 2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기후위기 대응 특별결의안'을 채택, 그해 9월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회 준비위원회(기후특위)'가 발족한다. 이듬해인 2022년에는 '녹색단협운동'을 선포하며 노동자가 주도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첫발을 뗀다.

2023년 4월부터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노동자가 쉽게 읽고 토론하며 대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기후정의 교재' 제작에 나섰고, 교재팀을 구성, 1년에 걸친 연구와 노동자 인터뷰, 토의와 자문을 거쳐 '노동자 기후정의 실천 안내서_기후위기와 정의로운 전환'을 2024년 3월 29일 발행했다. 이렇게 제작된 기후정의 교재를 기초로 '기후정의 학교 교육팀'이 구성돼 2024년 하반기부터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를 시작으로 17개 민주노총 지역본부에서 '기후정의 학교'를 진행, 추진하고 있다.

경북본부, 경기도본부를 거쳐 지난 2월 13일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가 개최한 기후정의 학교에 참가하며, 여러 가지가 궁금했다.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참석할까? 기후위기 시대, 현장에서는 어떤 고민과 대응을 하고 있을까? 경남 지역의 현안 해결을 위해 노동을 비롯한 지역시민사회는 어떤 투쟁을 기획하고 고민 중일까?' 특히, 이와 함께 '민주노총의 기후정의 학교는 어떤 내용으로 채워져 있을까?'라는 궁금함을 해소하고 싶었다.

알차게 채워진, 민주노총 경남본부의 '기후정의 학교'

2월 13일에 열린 민주노총 경남본부 기후정의 학교는 오전 9시 30분부터 총 4강으로 진행됐다. 1강은 교재교육팀 성원이면서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정책위원인 김선철 동지가 '기후위기와 불평등, 그리고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내용으로 포문을 열었다. 전 지구적으로 가속화되는 기후위기의 심각한 현실과 더는 되돌릴 수 없는 기후 티핑 포인트가 바로 눈앞에 다가왔음을 제기하며, 선발 산업국의 역사적 책임과 최상위 부유층의 탄소배출 증가의 현실을 짚었다. 그러면서 오직 이윤을 위해 가동되는 자본주의 체제와 이로 인한 불평등의 문제가 기후위기의 현실임을 확인시켜주는 내용이었다.

2강은 '기후위기와 노동운동의 대응'으로 삶과노동을잇는배움터 이짓 소속 선지현 활동가의 강의였다. 노동자 민중의 존엄한 삶과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위기를 멈추기 위해서는 노동자와 사회연대 강화에 기반한 정의로운 전환 운동이 필요하며, 생태적이고 평등한 탈탄소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자본이 주도하는 전환이 아니라 노동 주도의 정의로운 전환, 기후 부정의에 맞선 저항과 다른 사회와 삶을 상상하며 실천하는 운동이 필요함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1970년부터 시작되었던 외국의 노동 주도의 정의로운 전환 운동 사례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노동조합의 녹색단협 운동도 살펴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2021년부터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사무금융노조, 전교조 등에서 녹색단협 체결, 노사공동선언, 공공성 강화를 위한 활동 등을 시작했음을 알 수 있었다.

 2월 13일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가 기후정의학교를 개최했다.
2월 13일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가 기후정의학교를 개최했다. ⓒ 이숙견

2031년까지 10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해야 하는 경남

점심식사 후 이어진 3강은 지역의 현안과 쟁점을 다루는 토론회였다. 경남은 충남 지역 다음으로 석탄화력발전소 수와 탄소 배출량이 많은 지역으로 탄소중립계획(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26년부터 2031년까지 삼천포 화력발전소 4기, 하동 화력발전소 6기 등 총 10기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앞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보장이다. 앞으로 2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삼천포·하동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공공재생에너지 전환과 발전소 노동자들의 고용보장 토론회'가 배치된 것이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의 대안으로 공공재생에너지 전환 운동의 필요성을 설명한 발제에 이어서 4명의 토론자가 해상풍력 민영화 중단과 정의로운 전환, 발전소 폐쇄에 대한 경남지역 지자체의 대응 현황과 문제점, 현장 노동자가 느끼는 일자리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발전HPS 하동지회장과 일진파워 하동지회장으로부터 현장의 여러 고민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이 모든 문제에 대해 한두 시간의 토론으로 해결 방안을 찾기는 한계가 있었지만, 기후정의 학교에 참가한 민주노총 경남본부 조합원들이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가 직면한 고용불안의 현실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공공재생에너지 전환 운동에 함께 해야 함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마지막 4강은 '현장에서 녹색단협과 녹색 요구안 만들기'로 참여형 교육 방식으로 진행됐다. 아쉽게도 3강 토론회를 마친 후 참가자의 이탈이 많아, 끝까지 남은 소수 인원으로 토론을 진행했다. 기후위기가 각자의 일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이야기 나누면서 토론을 시작해, 가속화되는 폭염, 한파 대책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미조직 노동자의 요구를 어떻게 반영하고 만들 것인지에 대하여 토론했다. 토론 과정에서 민주노총 경남본부 차원으로 폭염 시 현장의 안전과 건강 예방을 위한 매뉴얼을 준비 중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참석자가 적었기에 녹색 요구안 만들기는 진행하지 못하였으나 녹색단협운동의 방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작업장에 갇혀왔던 노동자의 요구를 확장하고, 기업을 넘어 지방정부와 정부로 대상으로 요구를 확대해야 하며, 지역-일터-사회를 연결한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의 길을 열어나가야 할 필요성을 확인했다.

지역별로 이어지는 기후정의 학교

오는 5월,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도 기후정의 학교를 추진할 예정이다. 지역 현안을 중심에 둔 토론회의 주제는 달리 구성되겠지만, 전체 진행은 경남지역본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부산의 기후정의 학교가 내실 있게 준비되고, 많은 참석자가 함께하기를 바란다. 이러한 2025년 지역본부별로 개최하는 민주노총의 기후정의 학교가 지역과 산별의 기후특위 구성에 큰 힘이 되고, 하반기 9월에 있을 기후정의 행진에서 예년과 달리 많은 현장 노동자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의 필자인 이숙견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에도 게재됩니다.


#석탄화력발전소#정의로운전환#공공재생에너지#기후정의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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