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묘목농가 ⓒ 옥천신문
묘목밭 침수피해, 가뭄 피해 등 지난해 발생한 기후위기 여파로 묘목 수급량 자체가 줄어들면서 묘목농가에 타격을 입히는 모양새다. 종자비·접목비·농자재값·인건비 등 묘목 생산비용이 오르다보니, 묘목 가격이 오르더라도 농가의 금전적 피해를 상쇄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묘목시장 개장에도 불구하고 묘목 판매가 부진해 농가의 우려가 나오는 상황.
이런 가운데 기후위기에 대비해 재해보험과 같은 보상안과 배수로 등 기반시설 정비에 나서는 한편, 묘목 관련 인력 양성과정과 종자수급체계 등을 갖추며 안정적인 생산을 이뤄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제언이 잇따른다.
수해로 7억원 금전피해 "묘목 8만주 심었는데 2만주 남아"
올해 이원 묘목 농원가에선 절반 이상의 농가가 침수 피해를 입었을 거란 얘기가 나온다. 이원면의 한 농원 A 대표는 지난해 하우스 두 동, 총 3천평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비가 많이 내리다 보니 하우스 주변 용수로로 물과 침전물들이 쏟아져내리며 침수 피해를 당한 것이다.
그 결과 한 주에 1만원 이상 하는 포도 접목묘 8만 주 중 2만 주만 생산하고, 한 주에 2만원 선인 특용작물은 7천주 중 500주만 생산하고 보니 총 7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됨에 따라 300만 원의 보상을 받기는 했지만, 손해를 경감시키기엔 역부족인 수준이었다.
이외에 물에 잠기진 않았지만, 계속 비가 오는 바람에 배수 불량으로 뿌리가 물을 많이 먹어 썩다 보니 성장을 멈추게 되는 피해도 있었다. 한창 폭우가 온 이후엔 다시 두 달여 동안 비가 오지 않는 가뭄이 뒤따르면서 작황 부진이 더 심해졌다.
A 대표는 "3월 초엔 나무가 떨어질 때가 아닌데, 지난주부터 나무가 없다는 얘길 반복하고 있다. 보통 나무가 다 자라서 캐면 상품가치가 없는 묘목은 20% 수준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절반가량 상품가치가 없다. 팔수 있는 물량 자체가 부족하다. 가뭄 때엔 1톤차 3대에 물통을 계속 싣고 다니면서 물을 주기도 했지만, 이미 폭우로 습 피해를 입은 상황에 겹친 터라 어쩔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새 뿌리가 나와야 할 때 비가 안 오니 말라 죽은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해놓은 물량을 맞춰 주기 위해서 수해를 입은 것도 모자라 웃돈을 주고 묘목을 사서 납품해주었다는 농원이 있는가 하면, 관정이 다 막혀버려 새로 마련해야 한다는 농원도 있었다.
묘목 가격 올랐다지만, 생산비는 더 올라… 인건비·씨앗비용 ↑
가파르게 오르는 생산비는 묘목 농가에 더욱 타격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1주당 150원이었던 일반 묘목 접목사 인건비는 현재 200원 이상으로 50원 정도 올랐다. 대추 등 작목에 따라 70원에서 100원까지 오른 경우도 있었다. 아내와 함께 5천 평 밭에 7만 주의 묘목을 키우는 B 대표의 경우 지난해에 접목비가 1천50만원 들었는데, 올해는 1400만 원으로 350만 원 가량 올랐다고 봤다. 뿐만 아니라 비료, 농약, 인건비, 씨앗비용 등 묘목농사에 필요한 대부분의 비용이 인상되다보니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했다.
B씨에 따르면 5천평 묘목밭에 7만주의 묘목을 심는데 1년차에 씨앗을 심고 비닐을 까는 등 최소 1천만원이 넘게 들고, 2년차에는 비료, 농약대 접붙이는 비용 등 최소 2천500만원이 들어 총 2년간 3500만 원 넘게 투입된다. 그런데 2년 간 7만주를 키워도 제대로 팔 수 있는 묘목은 3만주도 안된다고 설명했다. 한 주당 판매가를 2500원으로 잡았을 때 3만주를 판매할 경우 벌 수 있는 돈은 약 7500만 원 가량이다. 결국 2년 동안 부부가 묘목농사를 지어서 4천만 원 가량, 1년에 2천만 원 가량의 돈을 버는 셈. B씨는 묘목을 키워봤자 남는 게 없다며 한탄했다.
B씨는 "지난해보다 남성·여성 인부 하루 인건비는 1만 원 늘었다. 접목사 인건비도 1주당 150원이었는데 지금은 200원 이상이다. 씨앗 비용, 비료·농약값, 비닐값 등 안 오른 게 없다. 묘목 값이 좀 오른다고 해도 손해가 더 크다"라며 불경기라 묘목도 잘 안팔리는 데다가, 지역에서 농사짓는 사람도 줄다보니 과수 묘목도 잘 안 팔린다. 게다가 지난해에 수해를 입다보니 묘목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두드러진 생산비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종자' 문제였다. 이제까지 묘목 농가들은 중국에서 대목으로 기를 용도의 복숭아씨를 대거 수입해왔다. 씨를 파종한 후 대목으로 기르고, 여기다 접목해 자두, 살구, 복숭아, 매실 등의 묘목을 생산했다. 그런데 중국 현지에서 수출이 줄어드는 변수가 생기면서 20kg 포대 기준으로 13만 원 하던 씨앗을 국산은 20만원도 훌쩍 넘는 가격으로 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만금농원 김지환 대표는 "복숭아씨가 본격적으로 안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종자전쟁인 거다. 대추씨 같은 경우도 10년 전엔 1kg에 4~5만원 하던 게, 지금은 20만원이 넘는데도 없어서 못 산다. 우리나라의 경우 키위나 다래 수정 꽃가루 등 이미 중국에서 수입해오는 재료가 대다수다. 앞으로 이런 일이 또 발생할 거라 생각하면, 지역 안에서 수분수를 직접 기르는 등 필요한 재료를 일정 수준 자급자족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단 걸 홍보하면서 마련해갈 필요가 있다"라면서 "종자기능사·조경기능사·접목기술양성 과정을 꾸준히 운영하면서 생산 인력기반을 준비하는 데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기후위기 대비, 인터넷 판로 대응 할 지원 체계 필요
작황이 좋지 않았던 가운데 올해 묘목장 가격은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농업인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많이 찾는 사과 묘목은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품귀현상을 보이며 올해 1만5천원~2만원대에서 가격이 형성됐다. 농사가 어려운 데 비해 농산물 가격은 낮아지면서 생산량이 줄었던 대추도 다시 사려는 수요가 생기며 가격이 8천원 선으로 올랐다.
이외 배(8천원), 관급에서 산불이 난 곳에 소나무 대신으로 많이 심곤 하는 밤(8천원)도 가격이 올랐다. 벚나무 등 지난해 경기침체 여파로 주춤했던 조경수들도 나무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 가격대가 올랐다는 평가다. 가격이 올랐지만, 손해가 컸던 데 따른 결과라 진짜로 '올랐다'고는 볼 수 없는 상황.
이런 와중에 묘목시장은 주요한 판매 시기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C 대표는 "작년 이맘때 묘목이 나가던 것의 반도 안 나간다. 하루에 몇백만 원 팔던 게 30~40만 원 정도로 나가니 당황스럽다. 올해가 바짝 어려운 것 같고, 물량을 잔뜩 마련해 놨는데 당황스러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농원 D 대표는 "작년부터 매출 내는 게 힘든 것 같다. 예전에 비해 사람이 없고, 매출은 20~30% 감소하는 것 같다"라면서 "생산비가 많이 오르는 상황이라 원래 유통을 중심으로 하다가 생산도 시작하고, 로스가 생기는 것보다는 나으니 인터넷 판매와 택배도 시작했다. 다만 인터넷은 반품을 다 해줘야 하고, 박스비 등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실제적으로 남는 게 없는 상황이긴 하다"라고 덧붙였다.
농가들은 작황 부진과 변하는 시장환경에 대비해 지역 차원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옥천이원묘목영농조합법인 김영식 대표는 "지난해 수해에 무더위까지 겹치며 피해가 심했다. 지자체 차원에서 배수로 정비 등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부분을 살펴봐야 하고, 농작물재해보험 등 보상체계에 묘목이 포함될 수 있도록 지역에서 같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라면서 "인터넷판매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방문객은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택배박스 등 변화하는 흐름에 따라 지원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군 산림특구팀 최영재 팀장은 "묘목이 노동집약적 사업이라 인건비가 오르고, 농가가 고령화되는 문제가 있다. 이에 군에서 창업농사관학교·리턴팜 러스틱하우스(귀농인의 집), 트리가드닝 파크 등 묘목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고, 생산지원도 군 재정만으론 한계가 있는 만큼 도에 과수무병묘 인증수수료 지원이나 중소규모 농가 온라인판매 지원 필요성을 계속 피력하는 중"이라면서 "차광막 사업처럼 농가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사업으로 새롭게 반영하기도 하고, 묘목밭 침수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복구지침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농가가 꾸준히 묘목 농사를 이어가실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옥천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