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일MBK 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 대표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홈플러스·MBK 파트너스 및 삼부토건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한 후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홈플러스 인수 이후 경영 개선을 위한 투자 전혀 안 했다. 노후 시설 개선 의지도 전혀 없었다. 뭐부터 했느냐. 홈플러스가 갖고 있는 각종 부동산 매각에 올인한 것 같다. 돈 되고 굉장히 잘 나가는 매장을 계속 매각했다. 거기서 만든 돈으로 인수 당시 소요 차입 비용 갚아 나갔다. 그러니까 돈을 빌려서 인수하고 그걸 갚아나가는 과정에서 계속 부동산 매각에만 올인한 것이다."
그 다음,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입에서 나온 말은 "굉장히 악질적인 사모펀드"라는 것이었다. 18일 오후 계속된 국회 정무위원회의 홈플러스 사태 현안 질의 과정에서 나온 모기업 MBK파트너스에 대한 이같은 평가는 지나치다고 보기 어려웠다.
질의 과정에서 확인된 다음과 같은 사실 관계들만 봐도 그랬다.
이사회도 거치지 않고 법원에 기업 회생 신청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 자산유동화증권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발행 주관사 신영증권 대표는 "이 자리에 와 있는 자체가 화가 난다"고 했다. 홈플러스 측으로부터 신용등급 하락 사실을 통보받지 못하고 증권을 발행한 상황에 대한 토로였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10년간 줄어든 노동자 숫자는 1만 1000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회생 신청 최종 결정 3월 1일, 이사회는 3월 3일"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이사 겸 MBK 부회장과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 강경모 홈플러스 입점협회 부회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에 대한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사회도 안 거치고 기업 회생 신청이 결정된 상황은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 질의 과정에서 확인됐다.
유영하 의원 : "아까 오전 질의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기업 회생 신청을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은 3월 2일이다."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이사 겸 MBK 부회장 : "1일이라고 말씀드렸다."
유영하 : "이사회 거친 다음에."
김광일 : "이사회는 3월 3일에 했다."
유영하 : "최종 결정한 게 며칠인가, 정확하게."
김광일 : "이사회 올리기 전에 임원들, 그러니까 ('날짜가 며칠이냐고 묻는 것'이라고 유 의원이 말하자) 3월 1일 토요일날 저희가 의사 결정을 했다."
그 후에도 김 부회장은 '기업 회생 신청 서류를 준비를 언제부터 시작했나'라는 질문에 "3월 1일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다"라고 답했다. 홈플러스의 의결 구조 자체에 대해 의문이 생기는 상황이었다.
김승원 "MBK 홈플러스 인수 이후 10년간 1만 1386명 감원"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ABSTB) 피해자 긴급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러한 구조에서 진행된 것, 핵심 자산 매각이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MBK가 경영적으로 한 것이 뭐가 있는가. 우수 점포도 매각했느냐"고 묻자, 김 부회장은 "둘 다 섞여 있다"고 답했다. "왜 우수 점포를 매각했느냐"는 이어진 질문에 "코로나 이후 적자가 계속됐기 때문"이란 답이 돌아왔다.
홈플러스 북수원 지점 매각과 관련해서는 더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문답이 오가기도 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내 지역구다. 바로 인접한 곳에 5000세대 아파트가 있고 상권도 굉장히 좋은 지역"이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 질문은 최철한 홈플러스 노동조합 사무국장에게로 다시 이어졌다. 김 의원이 "전국 매출점포 1위로 알려진 부천 상동점도 폐점한다. 회사에서 어떻게 하겠다고 하더냐"라고 묻자, 최 사무국장은 "재입점을 약속했지만 2020년 이후 폐점 점포 중 재입점이 된 경우는 하나도 없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이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다 실직 상태인가"라고 묻자 최 사무국장은 "그렇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이날 밝힌 바에 따르면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지난 10년간 감원 규모가 간접고용인력(4921명)을 포함해 1만 1386명이었다. 김 의원은 "알짜 홈플러스 매장을 팔면서 감원된 걸로 보인다"고 했고, 최 사무국장은 "정년이 돼서 퇴사하면 증원을 안 하는 방식으로 인원이 감축됐다"고 덧붙였다.
"화가 난다"는 신영증권 대표 "신용등급 하락 사실 모르고 있었다"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이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홈플러스·MBK 파트너스 및 삼부토건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금정호 신영증권 대표에게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증언도 나왔다. 금 대표는 "이 자리에 와 있는 자체가 화가 난다"라면서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 사실을 전해 듣지 못하고 증권을 발행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부회장은 홈플러스가 단기신용등급이 A3에서 A3-(마이너스)로 하락한다는 것을 2월 25일 통보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문답 과정.
민병덕 : "마지막 증권 발행일자는 언제인가."
금정호 : "2월 25일이다."
민병덕 : "속아서 발행한 것인가. (신용등급 하락 사실을) 알고도 발행한 것인가."
금정호 : "당연히 저희도 모르고 있었다. 2월 25일 아침에 A3가 나왔었다. 등급이 떨어질 거라는 얘기를 들었으면 당연히 발행 취소를 말했을 것이다. 그런데 홈플러스 쪽에서 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2월 27일 오후 6시 이후였다. 전혀 예측 못했다."
민병덕 : "2월 25일 증권 발행됐는데 2월 27일에 알려줬다?"
"전화번호 몰라요?" "전화번호 압니다"

▲김광일MBK 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 대표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홈플러스·MBK 파트너스 및 삼부토건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와 같은 사실 관계들이 확인되자 이날 출석하지 않은 김병주 MBK 회장 이름이 거론되는 경우 또한 시간이 갈수록 잦아졌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두 차례나 김 부회장에게 던진 질문은 "전화번호 몰라요?"라는 것이었다.
강민국 : "김광일 증인, 해외로 도피한 김병주 회장, 통화되죠?"
김광일 :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상황을."
강민국 : "통화 안 돼요? 전화번호 몰라요? 회장과 부회장이? 김병주 회장과 통화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구제책을 낼 것인지, 오늘 질의 끝날 때까지 답변해주기 바랍니다. (다시) 전화번호 몰라요?"
김광일 : "전화번호 압니다."
윤한홍 정무위원장이 앞서 강조한 바이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김병주 회장이 사재를 내겠다고 했지 않나"라며 "어느 정도를, 얼마나 내서, 어떻게 피해를 없도록 하겠다는 것인지 오늘 답변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