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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3월 18일,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주거 건물 현장에서 울부짖고 있다.
2025년 3월 18일,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주거 건물 현장에서 울부짖고 있다. ⓒ 로이터=연합

지난 3월 16일 일요일 저녁, 알제리 출신 유스라의 초대로 이태원에 있는 한 이집트 식당에 갔습니다. 그리고 이집트, 이탈리아 사람 등과 이프타르를 함께 했습니다. 이프타르는 라마단 기간 해가 떠 있을 때 금식을 한 무슬림이 해가 지고 음식을 먹는 걸 말합니다.

국적, 종교, 언어 등 많은 것이 다른 우리가 지닌 공통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팔레스타인에 관한 관심이었습니다.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관련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이집트 사람 라에드(가명)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스라엘을 포함해 서방 국가들이 아랍 지역을 공격하고 점령한 거예요. 아랍 사람이 서방 국가를 공격한 게 아니에요. 그런데도 서방 언론은 아랍 사람을 야만인이라고 해요. 아니에요. 아랍 사람은 야만인이 아니에요. 우리에게도 윤리와 도덕이 있어요."

2003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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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미국에서 9·11이 일어났고, 같은 해 10월 7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합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는 캐나다·영국·독일·프랑스 등 소위 서방 국가도 참여합니다. 미국과 서방 국가는 대테러 전쟁을 벌인다고 했지만, 정작 아프가니스탄도 탈레반도 9·11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습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2014년 12월이 되어서야 전투 작전의 종식을 선언할 수 있었고, 그때는 이미 10만 명이 넘는 민간인들이 전쟁에서 희생되고 수백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알카에다의 범죄와 전혀 무관한 아프간 국민들이 9/11의 큰 대가를 치른 것이다. - 유진 로건, <아랍 : 오스만 제국에서 아랍 혁명까지>

2003년 3월 20일에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합니다. 미국이 내세웠던 명분 하나는 이라크가 대량살상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당시 이라크 대통령이던 사담 후세인과 9·11의 주범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이 연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후세인의 군대는 1991년 걸프전에서 대패했고 10년에 걸친 UN 경제 제재로 더욱 악화되었다. 이라크의 군사력은 2003년 당시 하잘것없었다. 까다로운 UN 조사를 통해 이라크의 핵 프로그램은 물론, 쌓여 있던 생화학 무기까지 폐기하기에 이르렀다. 후세인과 오사마 빈 라덴 사이에 확신할 만한 관계도 없었다(사실은 서로 적대감을 품고 있었다). - 존 J. 미어샤이머·스티븐 M. 월트, <왜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 서는가>
미국과 영국 등은 9·11과 직접 관련 없는 국가를 또다시 침공한 것입니다. 그 결과 이라크에서는 수십만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라크인은 종파와 민족으로 나뉜 채 격심한 전투를 벌였습니다. 오랜 전쟁과 혼란은 이라크에서 IS(Islamic State)가 활개 치는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누가 문명의 파괴자인가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시작한 뒤, 2001년 10월 11일 미국 대통령 부시는 기자회견에서 9·11을 문명 세계에 대한 공격이라고 했습니다.

그 공격은 미국 영토에서 발생했지만, 문명 세계의 심장과 영혼에 대한 공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세계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 21세기의 첫 번째이자 우리가 바라건대 유일한 전쟁을 함께 치르기 위해 모였습니다. 테러를 수출하려는 모든 자들과 그들을 지원하거나 숨겨주는 정부와의 전쟁입니다. -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대한 폭격을 시작한 뒤, 10월 10일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도 부시와 비슷한 말을 자신의 X에 남깁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싸우면서 자국민만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야만에 맞서는 모든 국가를 위해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며, 이스라엘이 승리할 때 문명 세계 전체가 승리하는 것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자신을 문명 세계의 대표인 것처럼 이미지를 만들고 선전해 왔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아랍 지역에서 만들고 있는 실제 현실은 정반대의 모습입니다. 지난 3월 15일 토요일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중심으로 보겠습니다.

터키의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3월 15일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폭격해 1명을 살해하였고, 다음날인 16일에는 또 다른 폭격으로 4명을 살해했습니다. 2023년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레바논인은 4천 명에 이르며, 2024년 11월 27일 헤즈볼라와 휴전을 시작한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대한 폭격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BBC 등에 따르면 3월 15일, 미국이 예멘의 수도 사나 등을 폭격하기 시작해 16일까지 적어도 53명이 사망하고 1백 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동안 예멘의 후티(Houthis) 그룹은 가자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이스라엘과 연관된 선박을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알자지라>는 3월 15일, 가자 지구에서 3명의 언론인을 포함해 적어도 9명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망했다고 했습니다. 2023년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하거나 실종된 팔레스타인인의 수는 6만 2천 명에 이릅니다. 2025년 1월 19일 하마스와의 휴전이 시작된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했습니다.

왜 분노하는가

영화나 뉴스에는 아랍인이 미국에 대한 적대감으로 가득 찬 집단처럼 표현되고는 합니다.

하지만 인구도 많고 사는 지역도 워낙 넓어서 아랍인을 단일한 정체성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입니다. 다만 아랍인 가운데 미국에 부정적 인식을 지닌 사람이 많다는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03년 3월 20일에 시작된 이라크 침공은 국제 사회와 아랍 세계 전역에서 대대적인 비난을 야기했다…쿠웨이트를 제외한 아랍 연맹의 22개 회원국 모두가 UN 헌장에 위배되는 이라크 침공을 비난하고, 3월 23일에 이라크 영토에서 미국군과 영국군의 완전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에 합의했다. - 유진 로건, 같은 책

아랍인이 야만인이거나 그들의 타고난 성격 때문에 미국과 이스라엘을 미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에 유대인이 많이 산다는 것과는 더더욱 관련이 없습니다. 오랜 세월 아랍 세계에는 유대인과 기독교인, 무슬림이 이웃으로 함께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많은 아랍인이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 것은 미국이 군사력을 이용해 아랍 국가를 공격하거나 이집트 같은 독재 국가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이 미국과 협력해 팔레스타인인을 학대하고, 수십 년째 레바논과 시리아를 점령·폭격하는 것 또한 아랍인의 마음에 분노를 키우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예멘, 시리아, 요르단 등지에서 왜 수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와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고 이스라엘 깃발을 불태우는지, 무엇이 그들을 슬프게 하고 분노케 하는지를 우리가 조금씩 더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평화운동가

#팔레스타인#이스라엘#미국#가자#아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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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의 팔레스타인 이야기

미니 (miniwata) 내방

억압이 있는 곳에 자유가, 전쟁이 있는 곳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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