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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일전쟁 직후에 임자 없는 땅이라고, 억지로 우기면 정말 곤란해. 신라 장군 OOO 지하에서 웃는다. 독도는 우리땅(우리땅!)"

머릿속에서 익숙한 가락과 가사가 흘러나오신다면, 혹시 OOO에 들어갈 장군의 이름을 아실까? 워낙 사랑받는 노래라 왠지 잘 맞추셨을 것 같다.

맞다. 정답은 '이사부'다.

이사부 장군 표준 영정 이사부 장군은 실직주(삼척)의 군주가 된 후, 이어 하슬라(강릉)도 신라의 영토로 편입하는데 성공한다. 표준 영정을 그린 작가는 권오창 화백이며, 삼척시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삼척시립박물관의 입장료는 무료다.
이사부 장군 표준 영정이사부 장군은 실직주(삼척)의 군주가 된 후, 이어 하슬라(강릉)도 신라의 영토로 편입하는데 성공한다. 표준 영정을 그린 작가는 권오창 화백이며, 삼척시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삼척시립박물관의 입장료는 무료다. ⓒ 권오창, 삼척시립박물관

여기에 퀴즈 하나를 더 내어드리고 싶다. 이번에는 조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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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신라 장군 이사부의 성(姓)은 무엇일까?

만약 이성계, 이순신, 이율곡, 이황처럼 '이(李)'씨를 떠올리셨다면 틀렸다. 이사부(異斯夫) 장군의 성씨는 바로 김(金)이다. 이사부 장군의 성이 김씨(金氏)임을 알고 나면, 그다음 이야기가 조금 재미있을 수 있다. 그가 단순한 장군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라 시대에는 내물왕 이후로 강력한 김씨(金氏) 왕조를 일군다. 그리고 이사부 장군도 김씨! 그는 내물왕의 손자인 것이다. 즉, 신라 시대 김씨 왕조가 득세하던 시절, 할아버지가 무려 왕이라니. 그는 소위 뼈대 있는 가문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내물왕의 손자인 이사부는, 내물왕의 증손자인 지증왕에게 실직주(현재 삼척 지역)의 군주로 임명된다. 그의 나이 고작 20대의 일이다.

젊은 나이에 가문의 권세를 등에 업고 실직주의 군주가 된 것일까?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가장 유명한 업적으로는 우산국(현 울릉도)과 독도 정벌, 진흥왕에게 신라 역사서 편찬 제안, 더 나아가 70대에는 화랑 사다함을 지원하며 대가야 정벌까지. 이사부 장군은 신라의 전성기를 끌어낸 중심에 우뚝 선 위인이다. 낙하산 아니고요.

그럼 지난번 실직국 여행(관련기사: 주몽이 고구려 세울 때 강원도 사람들이 하고 있던 일 https://omn.kr/2clqy)에 이어 이사부의 흔적을 쫓아가 보자. 가장 위대한 업적인 우산국 정복의 자취를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다.

어디로 가야 할까? 모르겠다. 가야 할 곳이 너무 많다. 왜냐하면 강릉과 삼척은 서로 이사부 장군이 울릉도 정벌을 위해 출항한 곳이 자기 지역이라 주장하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자존심 싸움이 아니다. 출항지에 대한 기록이 미비하여 학계의 의견 또한 분분하다고 한다.

어쩔 수 없다. 강릉도 가고, 삼척도 가자! 신난다. 아이들이랑 더 많이 여행하기에 이사부 장군만 한 핑계가 없다. 이사부 장군님, 감사합니다.

[주장 1] 이사부 장군은 삼척 오분항에서 출항 후, 울릉도·독도 정벌했다

삼척 이사부 사자공원 & 그림책 나라 삼척 증산해변에는 이사부 사자공원이 있다. 입장료는 무료다.
삼척 이사부 사자공원 & 그림책 나라삼척 증산해변에는 이사부 사자공원이 있다. 입장료는 무료다. ⓒ 최다혜
삼척 이사부 사자 공원의 사자 조각상 이사부 장군은 나무 사자를 이용해 우산국을 정벌했다. 삼척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사부 사자 공원을 세우고, 곳곳에 재치 있는 사자 조각상을 전시하는 중이다.
삼척 이사부 사자 공원의 사자 조각상이사부 장군은 나무 사자를 이용해 우산국을 정벌했다. 삼척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사부 사자 공원을 세우고, 곳곳에 재치 있는 사자 조각상을 전시하는 중이다. ⓒ 최다혜

옛날 옛날, 우산국(울릉도)에 우혜왕이 살았다. 그는 대마도 왕실 여성 '풍'과 결혼하였다. 하지만 아름다운 풍에게만 푹 빠져 나라를 돌보지 않았다.

우산국 백성들은 먹고 살기 어려워진다. 결국 삼척 해안까지 찾아와 노략질을 하고 만다. 삼척 백성들의 피해가 만만치 않자, 실직(삼척) 군주 이사부는 결심한다. 우산국을 정벌하기로!

하지만 우산국 사람들은 강했다. 우산국 정벌 첫 시도는 그만 실패하고 만다. 다행히 거칠고 힘이 센 우산국 사람들에게도 약점은 있었으니, 바로 순진하다는 것이다. 섬 바깥 세상에 대해 알지 못 했다. 이사부 장군은 바로 그 점을 이용한다.

이사부 사자 공원의 사자 조각상 이사부 장군은 나무 사자를 이용해 우산국을 정벌했다. 삼척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사부 사자 공원을 세우고, 곳곳에 재치 있는 사자 조각상을 전시하는 중이다.
이사부 사자 공원의 사자 조각상이사부 장군은 나무 사자를 이용해 우산국을 정벌했다. 삼척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사부 사자 공원을 세우고, 곳곳에 재치 있는 사자 조각상을 전시하는 중이다. ⓒ 최다혜

당시 신라에 불교가 널리 퍼지면서 '사자'라는 동물이 소개되었다. 불교에서 사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지키는 동물'이라 알려져 있다. 그러니 신라인들은 사자를 실제로 본 적은 없어도 그림 등을 통해 생김새를 알고 있었다(나무 사자가 사실은 '해태'였다는 주장도 있다).

이사부 장군은 나무 사자를 잔뜩 만들어 배에 싣는다. 그리고 멀리서도 나무 사자가 잘 보이는 맑은 날, 우산국 앞바다에 가서 외친다.

"너희들이 만약 항복하지 않는다면, 곧 이 맹수를 풀어서 밟아 죽이겠다."

출렁이는 파도에 나무 사자들은 마치 살아 움직이듯 일렁이고, 거친 파도 소리와 쏟아지는 화살에 우산국 사람들은 겁에 질리고 만다. 우산국의 우혜왕은 투구를 던지며 결국 항복한다.

이사부 사자 공원의 나무 사자 조각상 이사부 장군은 나무 사자를 이용해 우산국을 정벌했다. 삼척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사부 사자 공원을 세우고, 곳곳에 재치있는 사자 조각상을 전시하는 중이다.
이사부 사자 공원의 나무 사자 조각상이사부 장군은 나무 사자를 이용해 우산국을 정벌했다. 삼척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사부 사자 공원을 세우고, 곳곳에 재치있는 사자 조각상을 전시하는 중이다. ⓒ 최다혜

삼척에서는 이사부 장군의 지혜를 기념하기 위해, 이사부 사자 공원을 세웠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 곳곳에 재치있는 사자 조각상을 전시했다. 뿐만 아니라 그림책 나라와 실외 놀이터, 실내 놀이터(무려 오션뷰!)도 운영하고 있어 여러모로 매력적인 장소다. 심지어 무료다.

이사부 독도 평화의 다리 삼척시 오분항에 세워졌다. 안전 시설 및 정비를 마친 후 올 상반기 개통 예정이다. 오분항은 이사부 장군이 독도 정벌을 하러 나설 때 출항했던 곳으로 추청되는 곳이다.
이사부 독도 평화의 다리삼척시 오분항에 세워졌다. 안전 시설 및 정비를 마친 후 올 상반기 개통 예정이다. 오분항은 이사부 장군이 독도 정벌을 하러 나설 때 출항했던 곳으로 추청되는 곳이다. ⓒ 최다혜
이사부 장군과 관련하여 삼척 오분항에도 멋진 다리 하나가 생겼다. 바로 2024년 하반기에 생긴 '이사부 독도 평화의 다리'다. 이사부 장군을 상상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왜냐하면 바로 여기, 삼척 오분항에서 이사부 장군이 배를 타고 출항했다고 한다. 울릉도와 독도를 정벌하러 말이다.

근거는 무엇일까? 오분항 옆 고성산의 오화리 산성이 그 증거다. 이 산성의 입지는 군사적 요충지로 방어에도 유리하고 군수 물자가 오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신라시대는 물론 고려, 조선시대까지 쓰일 정도였다고 한다.

게다가 이사부 장군이 누구인가. 실직주(현 삼척)의 군주다. 그러니 삼척 오화리 산성과 오분항에서 출항했을 개연성이 높지 않을까?

오분항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를 걸으며, 거친 동해 바다를 뚫고 용감하게 나아가는 젊은 이사부 장군을 상상한다면 얼마나 근사할지. 하지만 아쉽게도 당장 걸을 수는 없다. '이사부 독도 평화의 다리'는 안전 시설 및 정비를 마친 후 올 상반기 개통 예정이라고 한다.

이사부 장군을 상상하며 아이들과 오분항에서 동해를 바라보며 이사부 장군을 상상한다. 1500년 전, 바로 여기에서 이사부 장군이 독도를 우리 땅으로 만들러 출발했다.
이사부 장군을 상상하며아이들과 오분항에서 동해를 바라보며 이사부 장군을 상상한다. 1500년 전, 바로 여기에서 이사부 장군이 독도를 우리 땅으로 만들러 출발했다. ⓒ 최다혜

[주장 2] 이사부 장군은 강릉 경포 토성에서 출항 후, 울릉도·독도를 정벌했다

강릉의 주장 또한 만만치 않다. 삼국사기(三國史記)를 보자.

이찬 이사부가 하슬라주 군주가 되어 이르기를, "우산국 사람들은 어리석고도 사나워서 힘으로는 불러들이기 어렵겠지만, 꾀를 쓰면 굴복시킬 수 있다"라고 하였다. 이에 나무로 사자 모형을 많이 만들어 배에 나누어 싣고 그 나라 해안에 이르러 거짓으로 알리기를, "너희들이 만약 항복하지 않는다면, 곧 이 맹수를 풀어서 밟아 죽이겠다"라고 하였다. 우산국 사람들이 몹시 두려워 곧바로 항복하였다." - <삼국사기> 신라본기 지증왕 13년 (512)

"이찬 이사부가 하슬라주 군주가 되어 이르기를"

바로 이 강력한 한 줄! 이사부 장군이 울릉도를 정벌했을 때, 그는 하슬라(현 강릉)의 군주였다.

강릉 씨마크 호텔 신라 토성 전시관 강릉 경포호와 경포해수욕장 사이, 씨마크 호텔이 있다. 호텔 입구 근처에 신라토성 전시관이 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강릉 씨마크 호텔 신라 토성 전시관강릉 경포호와 경포해수욕장 사이, 씨마크 호텔이 있다. 호텔 입구 근처에 신라토성 전시관이 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 최다혜
경포대 신라토성 전시관 신라토성 전시관 입구
경포대 신라토성 전시관신라토성 전시관 입구 ⓒ 최다혜

그리고 강릉 경포에서 신라 토성이 발견됐다. 강릉 씨마크 호텔을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는데, 그 흔적을 보전하기 위해 씨마크에서는 '신라 토성 전시관'을 세웠다. 신라 토성의 흙벽을 전사기법으로 옮겨 전시 중이다. 입장료는 없으며, 호텔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삼척이 오화리 산성을 울릉도 정벌의 군사 요충지라고 추측한다면, 강릉은 여기 경포의 신라 토성에서 수군을 키웠을 거라 추측한다. 경포호에 배를 정박해 두었다가, 호수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하천을 따라 울릉도로 향했을 가능성이 있다.

신라토성 전시관 신라토성의 흙벽이 전사기법으로 옮겨져 전시 중이다. 신라토성에 대한 설명과 이사부 장군에 대한 역사적 자료를 투명한 패널에 써놓아 배울 거리가 풍부하다.
신라토성 전시관신라토성의 흙벽이 전사기법으로 옮겨져 전시 중이다. 신라토성에 대한 설명과 이사부 장군에 대한 역사적 자료를 투명한 패널에 써놓아 배울 거리가 풍부하다. ⓒ 최다혜

아무렴 어떤가요? 삼척이든 강릉이든!

출항지가 어디였든, 아무렴 어떤가. 분명한 건 이사부 장군이 우산국(울릉도)을 향해 나아갔다는 사실이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우산국을 신라의 속국으로 만든 분. 덕분에 우산국에 포섭되어 있던 독도까지 신라의 손아귀에 들어오게 된다.

죽은 자가 산 자를 돕는다는 한강 작가님의 말씀처럼, 이사부 장군은 역사적 증인으로 남아 여전히 외세로부터 독도를 지키며 후손을 돕는다. 지하에서 껄껄 웃으시면서.

덧붙이는 글 | 위 기사에 대한 역사적 각 유적지에 세워진 설명판, 삼척 시청 홈페이지의 '삼척의 역사', 삼척시립박물관에 게시된 자료, 역사학자 황윤의 저서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강원도 여행>, 김부식의 삼국사기를 바탕으로 이남영이 쓴 어린이 동화 <우산국을 차지한 이사부>를 참고했습니다


#신라장군이사부#이사부장군#이사부사자공원#이사부독도기념관#씨마크호텔신라토성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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