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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이 되면 우리는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해방 이후 친일 세력에 의해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기를 다짐하곤 한다.

최근 이승만과 박정희를 추앙하면서 해방 이후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친일 청산'의 당위에 대해서조차 비판하면서, 그 연장선에서 의열단 활동을 했던 김원봉의 훈장 추서에 대해서도 갖가지 이유를 붙여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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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plash Image ⓒ nardly on Unsplash

하지만 그러한 주장을 하는 이들이 과연 의열단과 김원봉의 활동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이념적 차원이 아닌 일제 강점기 독립을 위해 투쟁을 했던 이들의 역할에만 초점을 맞추고, 당시 희생을 각오하며 활동했던 이들을 정당하게 평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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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항일의 불꽃 의열단>은 그동안 한국 현대사의 주요 인물들에 대한 평전 작업을 지속해왔던 저자의 연구 성과로서, 일제강점기에 치열한 투쟁을 전개했던 의열단의 활동에 초점을 맞춰 서술하고 있다. 1919년 전국적으로 봉기했던 '3.1운동' 이후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까지의 조선인 청년 13명이 중국의 지린(길림)에 모여 결성했던 의열단(義烈團)은 '일제가 가장 두려워했던 항일단체'였다고 한다.

구성원들의 토론을 거쳐 '정의로운 일을 실행하자'라는 취지에서 그 이름을 '의열단'으로 정했다고 한다. 실제 이 책을 통해서 의열단이 거행했던 거사들을 보더라도, 저자의 그러한 평가에 선뜻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일제 타도와 조국 독립을 위해 '공약 10조'를 활동지침으로 내세우고, 훗날 신채호에 의해 작성된 '조선혁명선언'(1923)을 통해 자신들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기도 했던 것이다.

 책표지
책표지 ⓒ 두레

의열단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김원봉은 평소 만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을 했다고 한다.

"자유는 우리의 힘과 피로 얻어지는 것이지, 결코 남의 힘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조선 민중은 능히 적과 싸워 이길 힘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선구자가 되어 민중을 각성시켜야 한다."

이러한 정신으로 의열단 단원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일제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수많은 의거를 진행했던 것이다. 총과 폭탄 등의 무기를 구입하여, 서울과 일본을 비롯한 곳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최근 그 행적이 영화로 만들어졌던, 일왕을 저격하려다 실패했던 박열 열사도 의열단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밖에도 일제 수탈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조선총독부에 폭탄을 전진 김익상의 의거를 비롯하여, 적들을 타격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법으로 일제에 항거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일제 강점기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조망하면서, 의열단의 결성과 활동 상황 그리고 이후 변화 과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료와 문헌을 통해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모두 13장으로 구성된 목차를 통하여, 의열단의 활동을 중심으로 당시 독립운동 세력의 활동까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때문에 이 책이 독자들에게 던지는 의미는 간단치 않다고 이해된다. 시인 이육사가 의열단과 연관이 있었다는 사실도 나로서는 새롭게 알게된 것이지만, 중국에서 혁명 음악가로 잘 알려진 정율성 등의 행적에 대해서도 이 책을 통해서 보다 상세히 접할 수 있었다.

이 책의 내용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희미해지는 일제 강점기 독립 운동의 구체적인 활동 상황과 그 의미를 되짚어 볼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의열단의 활동은 1030년대 민족혁명당의 결성으로 이어지고, 군대조직으로서 조선의용대를 창설하는 것에까지 이르렀다. 다만 당시 독립운동 세력들 사이의 이념 갈등으로 인해서 그것이 통일된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분열되어 활동했다는 것에서 다소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중국의 국민당과 공산당의 이른바 '국공합작'과 '국공내전'의 틈바구니에 휩쓸려, 일제에 맞선 활동이 제약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결국 우리의 힘으로 독립을 쟁취하지 못하고, 외세의 힘을 통해 맞이한 해방은 이후 우리의 현대사에서 깊은 상처를 남기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특히 해방 이후 남쪽에서는 미군정의 후원에 힘입어 친일세력이 사회의 곳곳에서 주도권을 잡으면서, 그 흐름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에 반해 일제에 맞서 투쟁을 했던 독립운동가들의 대부분은 그에 걸맞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그러한 흐름이 결국 김원봉과 의열단의 활동에 대해서 상반된 시각이 존재하는 작금의 상황이 초래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고 하겠다.

그런 상황에서 의열단의 활동과 의미를 정당하게 부여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며,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 현대사에서 독립운동의 역사를 깊이 있게 탐구해 온 저자의 성과가 이 책을 통해 더욱 널리 알려질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
(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의열단, 항일의 불꽃

김삼웅 (지은이), 두레(2019)


#의열단#항일투쟁#김원봉#친일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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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고전문학)을 전공하는 연구자로서, 주로 책과 영화에 대한 리뷰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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