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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3일(월)부터 10일(월)까지 8일간 스리랑카를 여행했다. 여행의 주제는 불교 문화유산 답사다. 스리랑카는 소승불교로 알려진 상좌부불교의 종주국이다. 그것은 기원전 3세기 초기 불교가 전해졌고, 그러한 불교의 전통이 현재까지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 불교유산이 가장 잘 남아 있는 미힌탈레, 아누라다푸라, 시기리야, 폴론나루와, 담불라, 알루비하라, 칸디 등을 답사했다. 답사하며 본 스리랑카의 불교 문화유산을 15회 정도 자세히 소개하려고 한다. 그리고 산과 바다에서 만난 자연유산도 다룰 것이다.[기자말]

스리랑카에 불교가 전해진 이야기

 미힌탈레 세티야기리 사원
미힌탈레 세티야기리 사원 ⓒ 이상기

기원전 247년 아누라다푸라의 왕 데바남피야 팃사(Devanampiya Tissa)가 왕궁으로부터 동쪽으로 16㎞ 떨어진 미힌탈레(Mihintale)로 사냥을 나갔다. 그때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이곳에 온 인도 마우리아 왕국의 마힌다 아라한을 만나게 된다. 팃사 왕은 마힌다의 설법을 들었고, 그것을 받아들여 그를 왕궁으로 초대했다.

마힌다는 왕실 사람들을 대상으로 두 번 설교했다. 그 후 불교는 왕실로부터 귀족과 평민에게까지 확산되었다. 그리고 왕실 정원 한쪽에 마힌다가 거주하면서 포교할 수 있는 사원이 세워졌다고 한다. 이것이 마하 사원(Mahavihara)으로 아누라다푸라에서 가장 큰 절이 되었다.

그리고 미힌탈레에는 세티야기리 사원(Cetiyagirivihara)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세티야는 원형의 불탑으로 아라한 마힌다의 사리가 이곳에 보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힌탈레 유적은 산 중턱부터 정상까지 넓게 펼쳐져 있다.

산 중턱 주차장에서 버스를 내리면 벽과 계단을 만난다. 여기서부터가 사원 영역이다. 벽 가운데 있는 계단을 올라가면 평지가 나타나는데, 이곳이 사원의 마당이다. 마당 왼쪽으로 사각형의 커다란 공간이 위치한다.

 돌확이 있는 사원의 공양간(식당)
돌확이 있는 사원의 공양간(식당) ⓒ 이상기

이곳이 공양간을 겸한 요사채다. 승려들은 여기서 숙식을 하는 등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공양간은 직사각형으로 폭이 8m 길이가 20m쯤 된다. 공양간 한쪽에는 직육면체의 커다란 돌확이 놓여 있다. 승려들이 먹을 밥을 퍼놓는 용기로 보인다. 공양간 건물은 파괴되고 기둥 일부가 부러진 채로 서 있다. 요사채 옆으로는 법당 또는 강당으로 사용되었을 공간의 축대와 기둥이 비교적 잘 남아 있다.

 승려가 지켜야 할 계율과 사원 운영에 관한 규범이 적혀있는 사각형 석판
승려가 지켜야 할 계율과 사원 운영에 관한 규범이 적혀있는 사각형 석판 ⓒ 이상기

그리고 문 양쪽으로 두 개의 직사각형 화강암 석판이 세워져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글씨가 새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원에서 지켜야 하는 계율과 지침, 사원의 운영에 관한 사항으로, 중세 싱할라어로 적혀 있다고 한다. 석판 앞 안내판에는 그 내용이 싱할라어 타밀어 영어로 설명되어 있다. 이 석판은 10세기 후반 아누라다푸라를 통치했던 마힌다 4세(956~972) 때 만들어졌다. 그중 중요한 내용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승려는 아침 일찍 일어나 명상을 하고 이를 닦고 예법에 따라 옷을 입어야 한다. 식당에 가서는 감사하며 음식을 받아야 한다. 몸이 아파 공양하러 갈 수 없는 승려는 의사들이 권하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불교의 교리인 삼장을 가르치는 승려는 필수적인 교육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들을 후원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승려 교육을 위해 땅을 받은 사람들은 그것을 활용할 수 있지만, 승려와 공동으로 분배해서는 안 된다.

일하는 사람들을 부리고 해고하는 일은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는 승려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사원에 거주하는 승려는 어떤 재산도 소유해서는 안 된다. 위의 규범을 지키지 못하는 승려는 사원에 거주할 수 없다. 집행위원회는 경전, 행정, 경영, 운영 등의 대표자로 구성된다. 사원의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은 파손에 대비한 적립금을 마련해야 한다."

법당과 강당을 지나면 산 위로 올라가는 계단에 이르게 된다. 1,840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평지가 나타나는데, 이곳이 암바스탈라(Ambasthala) 사원 영역이다. 이곳은 신성한 지역이기 때문에 신발과 모자를 벗어야 한다. 입구에 합장을 한 왕족의 석상이 하나 있는데, 팃사 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팃사 왕으로 추정되는 석상
팃사 왕으로 추정되는 석상 ⓒ 이상기

바로 이곳에서 마힌다와 팃사 왕이 처음 만났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곳은 스리랑카 불교의 출발지가 된다. 사원 영역의 한가운데 셀라 세티야(Sela Cetiya)라 불리는 불탑형 법당이 있다. 불탑 내부에는 부처님의 머리카락 사리가 있다고 하는데, 머리카락이 어떻게 사리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법당, 불탑, 불상으로 이루어진 미힌탈레 유적

 미힌탈레에서 가장 큰 불탑 미힌두 세야
미힌탈레에서 가장 큰 불탑 미힌두 세야 ⓒ 이상기

법당은 기단식으로 벽돌을 쌓고, 그 위에 하얀색의 불탑을 안치했으며, 사방에 부처님을 안치했다. 이런 양식은 바타다게(Vatadage) 스타일로 불리며 2~3세기부터 만들어졌다.

기단부 가장자리를 기둥으로 둘러싸고 그 위에 지붕을 해 얹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지붕은 사라지고 기둥만 남아 있다. 불탑을 둘러싸고 있는 기둥 밖에서 무언가 의식이 진행되고 있다. 태평소 장구 북으로 이루어진 악사들이 음악을 연주한다. 옆에서 승려가 주위를 살핀다.

신자들은 탑을 중심으로 탑돌이를 하며 기도한다. 불탑 앞에는 선정인을 한 부처님이 좌정하고 있다. 이 탑은 미힌탈레에서 가장 큰 역사성을 가진 장소다. 의식을 마친 악사들이 더 높은 산 정상에 있는 불탑을 향한다.

셀라 세티야 서쪽으로 난 계단을 올라가면 미힌두 세야(Mihindu Seya)라 불리는 거대한 하얀색 불탑을 만날 수 있다. 과거 스리랑카의 불탑이 벽돌로 만들어졌다면, 근대 불탑은 석고 또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

 미힌두 세야 대탑 옆 법당의 와불
미힌두 세야 대탑 옆 법당의 와불 ⓒ 이상기

이 불탑 옆에는 지붕과 벽이 있는 우리식 불당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가운데 와불이 모셔져 있다. 와불 주위에는 부처님 제자들과 왕족 그리고 귀족이 도열해 있다. 벽에는 그림이 밝으면서도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다. 천국을 표현한 것 같다.

천정에는 금칠을 한 법륜이 돋을새김되어 있다. 이곳은 미힌탈레에서 가장 높은 곳이기 때문에 사방으로의 조망이 좋다. 주변이 삼림으로 울창하고, 그 사이로 크고 작은 호수가 몇 개 보인다. 현재 사람들이 많이 사는 미힌탈레의 중심지는 사원 북쪽으로 펼쳐져 있다.

미힌두 세야를 내려오면 발걸음이 커다란 바위로 이루어진 암산을 향하게 된다. 이 암산을 아라다나 갈라(Aradhana Gala)라 부른다. 그곳은 바위를 깎아 계단을 만들고 계단 양쪽으로 철제 손잡이를 만들어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위로 올라갈수록 계단의 폭이 좁아져 정상부 가까이에서는 두 사람이 겨우 교차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므로 이곳에서는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이 서로 양보해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암산의 정상부에는 스리랑카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이것에 오르면 동쪽으로 커다란 호수들을 조망할 수 있다.

 미힌탈레 사원: 왼쪽에 흰색의 부처가 오른쪽에 암산 아라다나 갈라가 보인다.
미힌탈레 사원: 왼쪽에 흰색의 부처가 오른쪽에 암산 아라다나 갈라가 보인다. ⓒ 이상기

암산을 내려오면 마지막으로 북쪽 언덕 위의 거대한 불상을 만나러 갈 수 있다. 그곳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사각의 기단 위에 앉아 있는 하얀색 부처님은 설법인을 하고 있다. 이들을 보고 다시 계단을 내려와 주차장 부근에서 칸타카 세티야(Kantaka Cetiya)라는 불탑을 보아야 하는 데 시간에 쫓겨 보질 못했다.

이 불탑은 미힌탈레에서 가장 오래된 원형의 탑으로 기원전 1세기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불탑의 사면에 벽감 형태의 조각이 정교한데, 그 중 불법의 진리를 상징하는 네 동물 사자, 말, 코끼리, 황소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미힌탈레#스리랑카불교요람#세티야기리사원#암바스탈라사원#셀라세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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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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