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윤석열 대통령이 돌연 석방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정부 고위층을 향한 경찰의 내란 수사도 사실상 멈춰 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영장심의위원회까지 거쳐 정당성을 얻은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 구속영장을 엿새째 재신청하지 않고 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박성재 법무부 장관·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등에 대한 수사도 2~3개월 넘게 진척이 없는 상태다. 경찰이 윤 대통령 파면 여부를 살피며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간 경찰 쪽에선 '윗선' 수사가 안 되는 이유로 경호처의 방해를 들어왔다. 경호처가 공무상 비밀을 내세우며 대통령실과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 경호처 비화폰 서버 등에 대한 수사를 번번이 막아 윗선 수사를 더 하고 싶어도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경호처의 강경 대응 중심에 김 차장이 있다고 봐왔다. 경찰이 김 차장 구속영장에 두 달 가까이 공을 들인 까닭이다.
하지만 경찰은 정작 지난 6일 김 차장 구속영장을 세 번 모두 기각한 검찰의 판단이 부적정하다는 서울고등검찰청 영장심의위 결론을 받아놓고도 아직까지 김 차장 구속 절차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 경찰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을 받는 이 전 장관에 대해서도 지난해 12월 조사를 한 후 2월에야 압수수색을 진행했을 뿐, 이렇다 할 추가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 장관과 함께 12.3 비상계엄 다음날 안가에 모여 법률 검토를 한 의혹을 받는 박 장관과 김 수석에 대해서도 각각 지난해 12월과 1월 조사를 했을 뿐이다.
윤 석방 영향... 경찰 내에도 "헌재 결과 나오기 전까지 수사 '올 스톱'"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경호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그 옆으로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오른쪽)이 윤 대통령을 경호하며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에 경찰 내부에서조차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전까지 주요 수사가 더 이뤄지긴 어렵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현직 경찰은 12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옥중에 있을 때도 논란이 있던 경찰 인사가 그대로 강행됐는데, 하물며 지금은 대통령이 석방되지 않았나"라며 "대통령 탄핵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정권을 향한 수사는 '올 스톱' 됐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계엄 수사를 맡아온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 본부장 임기는 오는 28일 종료되는데, 후임 본부장 인사가 정해지기 전까지 수사팀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직 경찰은 "내란 수사 국면에서 경찰이 '노상원 수첩'을 확보하고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기여하는 등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경찰을 소관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관계자는 "근래 경찰 쪽에서 친윤 인사들의 비위가 뒤늦게 터져 나오고 있었는데, 윤 대통령 석방으로 흐름이 끊겼다고 볼 수 있다"라며 "권력의 눈치 때문 아니겠나"라고 했다. 경찰 수사가 늦춰지면 늦춰질수록 비화폰 서버 등 핵심 증거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김 차장 구속영장을 뭉그적댄다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고 "뭉그적거리고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여러 가지 검토할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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