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12일 오후 1시 23분]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 헌법재판소 2차 공개탄원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 어떻게 보면 헌법재판소에 대한 압박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 않은가?
"그게 아니라 간절한 소망이다. 간절한 소망과 읍소이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82명이 헌법재판소에 2차 공개 탄원서를 제출하겠다고 나섰다. 적법 절차를 강조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각하해달라고 여당 의원 일동 이름으로 재차 요청한 것이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헌법재판소 앞 1인 릴레이 시위에 나서는가 하면, 의원총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처럼 장외 집회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대거 나오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정치적 부담을 느낀 듯 이같은 행위에 거리를 두고 있지만, 당내 다수 친윤 의원들은 헌법재판소를 향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날 2차 탄원서를 준비한 나경원 의원은 기자들에게 압박이 아니라 "소망과 읍소"라고 항변했다.
중도층 민심 이반 우려에도 "상식적인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다"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對헌법재판소 2차 공개탄원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지난 11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친윤계 윤상현 의원은 민주당의 장외 집회에 맞불을 놓는 차원에서 '의원직 총사퇴 결의'와 '헌재 앞 천막 농성' 등을 공개 제안했다. 의회 해산도 거론했다. 여기에 조배숙·박대출·강승규·임종득 의원도 당 차원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보탰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처럼 저렇게 장외 투쟁을 하거나 단식을 통해서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는 그런 행동은 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선고를 앞두고 '탄핵 반대' 여론전에 당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나설 경우, 자칫 조기 대통령 선거 정국에서 거센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 탓으로 풀이된다. 권 원내대표는 이미 헌법재판소의 결과를 승복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구속이 취소된 이후 친윤계 의원들이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서는 등 사실상 '통제 불가' 상황이다.
나경원 의원은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 헌법재판소 2차 공개탄원서 제출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하고 소통했다"라고 설명했다. 탄원서 제출에 대한 당 지도부의 우려는 없었는지 묻자 "이 (탄원서) 내용 자체가 우리가 법에 따른 또 합의 민주주의에 대한 원칙에 대한 언급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말씀들은 특별히 없었다"라고 부연했다.
지도부가 탄원서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데 대한 지적이 나오자 "지도부의 원칙에 대해서 저한테 말씀하시면 제가 대답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지도부의 입장은 여러 번 표명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는 것.
중도층 민심을 고려해야 한다는 비판에 관해서도 "저희가 지금 말씀드리는 건 정말 법과 상식에 따른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며 "이런 적법 절차의 문제는 대통령 1인의 탄핵 여부, 대통령 1인의 형사 재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거리를 뒀다. "이러한 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결국 바로 그 피해는 국민 모두에게 온다. 여러분들의 인권, 여러분들의 기본권과 관계되는 것이다"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이러한 주장을 우리가 하는 것이, 중도든 보수든 진보든 가리지 않고 상식적인 국민들에게 정말 다가갈 수 있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김상욱 "철저하게 진영 논리에 갇혀... 대통령을 왕으로 보고 있나?"

▲권성동 원내대표 대면한 김상욱 의원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이같은 당내 분위기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는 건 김상욱 국회의원이 거의 유일한 상황이다. 김 의원은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사실 국민들께서 많이 불안하시다. 또 사회도 많이 혼란스럽다"라며 "자꾸 더 부채질을 한다. 자꾸 더 선동을 한다. 점점 더 일반 국민들을 다 거리로 내몰고 있다"라고 정치권 세태를 꼬집었다.
그는 "정치인은 여기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정치가 거리로 나가서 자꾸 선동하는 모습은 품위 있는 또 책임감 있는 모습은 아니다"라며 "우리 당이 공식적으로 '장외투쟁을 선도하지는 않겠다' 하는 부분에 대해서 다행이다, 그나마"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탄핵에 반대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독재를 용인할 수는 없는 거지 않느냐?"라고도 따져 물었다. 심지어 "만에 하나라도 탄핵 기각이 된다면 저는 국회에서 죽을 때까지 단식 투쟁 들어갈 것이다. 그 정도의 결연한 마음"이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윤상현 의원의 제안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진영 논리에 갇혀 있으시다.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고 무조건 싸워 이겨야 되고, 적을 박멸해야 된다는 생각에 갇혀 있으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은 의회가 본연의 모습이다. 대통령이 본연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은 의회에서 정한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의 월급 받는 공무원 중에 높은 사람에 불과하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윤 의원의) 발언을 들으면서 '대통령을 왕으로 보고 있구나, 그래서 왕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다 투신해야 한다는 말씀이시구나' 그래서 '의회주의자가 아닌가?'라는 의문이 좀 들었다"라며 "조금 납득하기 어려웠고, 만약 윤상현 의원 말씀처럼 국회를 해산한다? 그러면 '대통령이 마음대로 해도 된다'가 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말 '의회가 어떤 견제 기능도 하지 마라, 또 민의를 대변하는 소리도 하지 마라, 그냥 대통령이 지시하는 대로 잘 따라와라'가 되는 건데, 그건 우리가 무슨 왕정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도 직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