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학과 졸업, 물류 회사, 소프트웨어 회사, 광고대행사 등 10년 이상 직장생활◈ 2012년 고용노동부 '취업 성공 패키지'(현재 '고용24') 원목 가구 제작 과정 이수
◈ 2013년~2017년 : 일반 목공과 인테리어 목공 경력 쌓기
◈ 2017년 이케아 고양점 카펜터 취업(정년 65세)
2014년 이케아 '카펜터'라는 직종이 우리나라에 처음 생겼다. 단순 '목수'는 아니다. 스웨덴 가구 전문 기업 '이케아' 내 작은 전시장(쇼룸)의 벽, 구조물 기초를 만드는 작업자를 일컫는다. 한국에는 10명 정도 있다. 이케아 고양점에서 카펜터로서의 경력을 8년째 이어오고 있는 변성일(54)씨를 만났다. 그는 제2 인생 찾기란 자기를 잘 아는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또 발품을 파는 만큼 보인다고 조언한다.

▲인터뷰하는 변성일 카펜터 ⓒ 김부규
- 먼저 '카펜터'라는 명칭이 생소한데 '목수'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와 하시는 일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세요.
"이케아가 외국계 회사니까 회사 내에 외국인 직원도 있어서 영어를 많이 써요. 각 직무에 대한 명칭도 영어로 되어 있어요. 저희도 '목수'라는 명칭을 안 쓰고 '카펜터'라는 명칭을 쓰는 거고, 제가 하는 일이 목공 일도 있지만 페인트칠도 하고 타일을 붙이기도 하고 바닥재를 깔기도 해요. 건축에서 실내 인테리어 같은 그런 개념으로 봐야 돼요. 작은 전시장을 만드는 거니까 일반적인 인테리어 현장에 비하면 저희 일의 규모가 작아요. 규모가 작은 방송국 실내 세트장 꾸미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면 될 것 같아요. 이케아 매장에 특화된 영역의 일이지요.
제가 소속된 팀이 인테리어 디자인 팀이에요. 저희 팀에 카펜터를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모두 디자이너예요. 이분들이 디자인 하고 플랜을 짜게 되면 매장 내 쇼룸처럼 현실화, 구체화시켜야 하는 작업을 하는데 그 첫 시작을 카펜터가 하는 겁니다. 기존에 있던 벽이나 구조물을 철거하고 새롭게 벽이나 구조물을 세우고 페인트칠, 타일 부착, 또 바닥재 까는 일을 하는 겁니다."

▲쇼룸의 벽체, 바닥, 그리고 기초가 되는 구조물은 카펜터가 먼저 작업을 해야 디자이너와 퍼니처 빌더 가 후에 가구 배치를 할 수 있다.(사진 촬영지 : 이케아 고양점) ⓒ 김부규
- 사무직으로 10년 이상 직장 생활한 문과 출신이 전혀 생소한 목공을 선택한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어릴 때부터 뭐든 만드는 걸 좋아했고 또 기계에도 관심이 많았기에 이과 쪽으로 가는 게 부담은 없었어요. 첫 직장 생활부터 재미가 없었어요. 제 일은 총무, 경영지원 쪽인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쪽은 더 있어봐야 오래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어요. 새로운 환경에 빨리 좀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컸었어요.
막상 회사를 정리하고 새로운 걸 찾는 과정에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하고 싶은 게 뭔지를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고민하는 과정에서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왔고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사촌 동생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동생이 저한테 '형이 어릴 때부터 만드는 거 잘했으니까 목공 쪽으로 하면 잘할 것 같은데...'라고 제안하는 거예요.
목공을 배우려고 인터넷 검색하니까 원목 가구 목수가 뜨는데 사설 학원비가 몇 백만 원에서 몇 천만 원까지 너무 비싸서 정부 지원 쪽으로 찾아봤더니 고용노동부 '취업 성공 패키지'(현재는 '고용24')에 원목 가구 제작 과정이 있었어요. 그걸 신청해서 9개월 정도 배웠어요. 사촌 동생이 제 인생의 방향을 잡아준 셈이죠."
- 어떤 과정을 거쳐 카펜터로서 입사에 성공하셨는지?
"이케아라는 전 세계 1등 가구회사가 한국에 상륙한다는 기사(2014년 12월 18일 광명점[1호])를 보고 저도 가구를 하고 있었으니까 관심이 갔었죠. 광명점에서 직원 채용 공고가 올라왔는데 거기서 카펜터라는 명칭을 처음 본 거예요. 목공을 시작한 지 3년 가까이 된 시기였죠. 카펜터에 응시했어요. 그때는 카펜터가 정확히 뭘 하는지도 몰랐어요. 단순하게 조립 가구 회사니까 가구를 조립하나 보다 정도로 생각했죠. 서류전형에서 떨어졌어요.
그 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어느날 이케아에서 전화가 왔어요. 퍼니처 빌더(가구 조립) 면접을 진행할 건데 관심 있냐고 하는 거예요. 면접 보러 갔어요. 최종 면접까지 올라갔지만 또 떨어졌어요. 한 가지 알게 된 정보는 이 회사가 지원자의 배경이나 나이를 보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이 회사에 대한 호감도가 확 올라갔죠.
광명점이 개업하고 가봤어요. 쇼룸과 매장이 너무 예뻐서 홀딱 반해버렸어요. 이렇게 예쁜 매장을 만든 사람들이 누군지 궁금했고, 그 사람들이랑 일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어요. 광명점에서 카펜터 채용 면접을 한 번 더 봤어요. 떨어지긴 했지만 면접 볼 때 카펜터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게 됐어요. 왜 불합격했는지 분석해 보니까 제가 가구는 만들 줄 아는데 인테리어 목공 경력이 없으니까 채용될 수가 없었던 거예요. 스스로 맞춤형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했죠. 인테리어 현장 일을 시작을 한 거예요. 3년 넘게 했어요. 첫 면접 이후 4년이 지나서 여기 고양점에 들어왔어요."
- 카펜터로서의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면 될까요?
"저희는 일반적인 현장 기술자들과는 성격이 달라요. 일반 현장에서는 목공, 타일, 페인트 등 범위는 좁되 한 분야만 굉장히 오랫동안 하거든요. 저희는 범위는 넓으나 기술 수준은 그분들보다는 조금 낮다고 봐요. 인테리어 목공 기술 수준은 고난도 수준은 아니어도 괜찮아요. 여기서는 오히려 어느 정도 기술만 있으면 카펜터를 할 수 있는데 대신에 회사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것을 요구할 때가 있어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페인트칠 작업 모습과 카펜터 사무실 ⓒ 변성일
- 몇 년 정도 경력을 쌓아야 카펜터로 일할 수 있을까요?
"경력은 다 제각각이에요. 오래되신 분도 있고, 1~2년된 직원도 있어요. 50대 중반이신 분은 1호점(광명점)에 입사하셨으니까 10년 되셨네요.
제가 처음 여기 고양점 면접 봤을 때 저를 선발하신 분이 외국인 매니저였는데 그분이 저에 대해서 기술적인 면보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굉장히 오랫동안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것도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고 여러 번 만나서 저에 대해서 알고자 했어요. 저는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그땐 이해를 못했는데 입사하고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팀의 주축인 분들이 저와는 성별, 나이, 일도 성격이 다르니까 제가 팀원들과 융화가 잘 될까를 걱정하셨던 것 같아요. 기술도 기술이지만 팀 내에서 잘 조화,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을 뽑은 거죠. 그걸 우리 회사에서는 '투게더니스(Togetherness, 함께 일한다)'라고 해요."
- 전직 후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단계마다 힘들었어요. 원목 가구 할 때, 회사 들어갈 때도 힘들었고, 인테리어 현장 쪽 들어갈 때는 나이 때문에 힘들었어요. 신입인데 나이는 많지(40) 경력마저도 얼마 안 되니까 이력서를 100여 통은 썼던 것 같아요. 가고 싶었던 가구 공방 쪽은 안 되더라고요. 채용공고 올라올 때마다 제가 지원했더니 공방 사장님이 저한테 '나이 많은 사람하고 일 안 하니까 더 이상 지원하지 마라'는 이메일을 보냈어요. 많이 속상했었죠.
이케아 입사 후 저희 디자이너 분들, 매니저들한테 제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거를 증명하고 싶었어요. 그때는 진짜 물불 안 가리고 일했어요. 2~3년 동안은 회사에서 야근하지 말라는데도 제가 자처해서 하고, 밥 먹는 시간 줄여가면서 열심히 일했던 기억이 나요. 입사한지 6개월쯤 지났을 때 매니저한테 '제가 지금 일을 잘하고 있는 겁니까?' 하고 물어봤어요. 당시 카펜터는 저밖에 없었거든요.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대답하더라고요. 팀원들도 제가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인정해줬어요.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때는 힘들었어요."
- 보람된 일이 있으시다면?
"제가 작업한 쇼룸이나 매장을 보면 거기서 보람을 느끼죠. 예쁘게 꾸며진 걸 고객분들이 보시고 탄성이 터질 때, 그리고 '우리 집도 이렇게 꾸미고 싶다'고 말씀하실 때 가장 보람 있어요. 내가 만든 걸 인정받을 때 기분 좋죠."
- 제2 인생으로 이 직종을 선택한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목공 관련 국가기술자격증에는 가구제작기능사, 건축목공기능사, 목공예기능사 등이 있지만 회사에서는 특별히 요구하지 않아요. 저도 자격증이 없어요. 외부 현장에서도 자격증을 요구하지는 않았어요. 뭘 할 수 있느냐는 경력이 더 중요했죠. 카펜터 선발할 때 목공뿐만 아니라 페인트칠, 바닥타일 같은 기술이 다 있는 사람을 뽑지는 않았을 거예요.
기본적으로 목공 기술이 있는 사람이라면 회사에서는 최소한의 기술을 갖췄다고 보고 뽑는 것 같아요. 추가적인 사항들은 그때그때 배워서 해도 되고, 현장에서 익히면 된다는 거죠. 은퇴하신 분들이 이쪽 일을 하고 싶다면 전문 장비를 써야 하니까 기본적인 목공 경력은 있어야 돼요. 또 카펜터가 아니더라도 퍼니처 빌더, 물류, 그리고 안 보이는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이 되게 많아요. 발품을 파는 만큼 보입니다."
- 인공지능 로봇 시대에 이 직종의 전망은?
"밝다고 봅니다. 인테리어 공사를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처음 계획했던 대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돌발 상황이 많이 발생해요. 기술자는 돌발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겠지만 AI가 그것을 '오류'로 판단한다면 대처하기가 힘들 거라고 봐요. 창의적인 상황 해결 능력이 더 많이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하기에 쉽게 로봇으로 대체되지는 않을 거예요."

▲벽체 작업하는 변성일 카펜터 ⓒ 변성일
- 40~50대 인생 후배한테 꼭 해주고 싶은 현실 조언은?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해서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해야 해요. 스스로 자기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 아니면 상담을 통해서 나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어 보세요. 목공 직에 대해 요즘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혹은 은퇴 걱정 없이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 이런 장밋빛 얘기들이 많아요. 여기에 혹해 가지고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했는데 은퇴 후에 단순하고 몸 쓰는 일을 하고 싶다면서 목공을 시작했다가 한 달도 못 하고 그만두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인생이 걸린 선택입니다. 내 영혼을 담아 신중에 신중을 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