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무궁화포럼 제6회 토론회 '북핵 앞에 선 우리의 선택, 핵 잠재력 확보를 위한 한미 안보협력 전략'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북핵 위협에 맞설 핵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미 투자나 방위비분담금을 늘리는 대신 일본 수준의 농축 우라늄 비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등을 할 수 있도록 협의해야 한다는 것. 나아가, '북한 비핵화 달성시 핵무장 폐기'를 조건으로 자체 핵무장론을 주장하는 것도 좋은 협상전략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핵잠재력 확보를 위한 한미안보협력 전략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비즈니스맨인 트럼프 대통령은 '기브 앤 테이크'가 있어야 어떤 협상이든 가능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로 있는 국회무궁화포럼 주관으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김기현·박덕흠·추경호·성일종·이만희·권영진·임종득 등 여당 의원 20명 가량이 참석했다.
방위비분담금·대미투자·관세 내주고 핵잠재력 확보 주장
핵잠재력 강화·자체 핵무장론. 오 시장이 지난 2019년 저서 '미래 : 미래를 보는 세 개의 창'을 통해 일찍이 주장해 왔던 내용이다. 필요할 경우 핵무장이 가능할 정도로 일본 수준의 핵잠재력을 갖추던가 자체 핵무장을 통해 북핵 위협에 맞서야지, 미국의 핵우산에만 의존하는 건 안이하다는 것.
다만, 이러한 주장은 외교·안보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핵무장을 위해 핵확산방지조약(NPT)을 탈퇴하면 북한처럼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거나 미 전술핵을 배치하면 일본·대만 등도 핵무장을 추진하는, 이른바 '핵 도미노' 현상을 벌어져 안보상황이 더 위태로워질 수 있단 비판 등이다.
오 시장도 이날 "제가 자체 핵개발론을 가장 먼저 공론화 했던 정치인으로 분류될텐데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거의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잠수함 건조를 주장하는 등 국제적으로 사실상 핵보유국이라고 '인지'되는 단계까지 나아간 오늘날을 감안하면 자신의 주장이 맞았던 것 아니냐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그는 "확장억제는 미국이 해주는 것이지만 핵잠재력은 우리의 것이고 에너지안보와도 직결된 문제"라며 "NPT 체제에서 평화적으로 우라늄을 농축할 권한이 있는데 우리는 미국 제재 때문에 그조차 못하는 건 '언페어(unfair. 불공평)'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NPT 체제 하의 권한을 당당히 요구할지, 살살 설득할지는 다음 리더십의 요령이고 재주겠지만 그런 옵션(핵잠재력)이 우리 손에 들려져 있어야 한다"며 "더구나 우리에게 (협상할) 카드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가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이다. 오 시장은 "방위비분담금을 지난해 1조5천억원 정도로 협의했는데 트럼프 정부에서는 1조5천억원에서 10조5천억원 사이에서 다시 협상해 좀 더 부담해야 할 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협상해서 낮춰야 하겠지만 핵심적인 국가안보역량은 양보하지 않는 대신 대미 투자, 관세, 방위비분담금 등 양보할 수 있는 카드로 실리적 협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의 발전된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 때 언급했던 조선업, 특히 미 함정 관련 MRO(유지보수운영) 사업 등도 좋은 협상카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3월 4일 화요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 AP Photo/ 연합뉴스
"핵잠재력 확보 정도로 국제사회 반발할 이유 없어"
무엇보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제일 좋은 옵션은 자체 핵무장"이라고 다시 주장했다.
1970년대 서독 헬무트 슈미트 총리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동독에 배치한 소련에 미국 미사일 서독 배치로 맞서서 결국 소련의 철수 경쟁을 이끌어낸 '이중결정 전략'을 한국도 구사해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그는 "북한이 비핵화하면 우리도 핵을 폐기하겠다는 조건부로 자체 핵무장하는 것, 이것이 가장 좋은 협상전략이라고 믿는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적 리더십'이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본이 반대할 것 등의 논리는 그동안 많이 있었지만 (자체 핵무장) 주장도 못하나. 유력 정치인이 이런 주장을 한다는 자체가 미국·중국·북한이 발상의 전환을 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NPT는 상대방 나라가 핵무기를 가지고 있을 때 탈퇴하고 핵무기를 만들 권한이 있다는 조항이 있다. 무리한 주장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대한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을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다"는 NPT 조항을 감안한 주장이다.
다만, 그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강연 말미 언급한 자체 핵무장론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우리도 함께 포기한다'는 분명한 전제가 있다"며 "따라서 현실성 있는 선택지는 핵잠재력 향상이다. 마지막에 자체 핵무장을 강조한 건 최악의 경우 그런 조건부 핵무장론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미국과 주고받는 협상을 하더라도 일본·러시아·유럽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핵잠재력을 확보하는 정도로는 국제사회가 반발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저희 주권에 관한 문제라 생각한다. 당당하게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에 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