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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는 비빔밥

매달 한 번, 생태어린이집의 점심시간은 특별해진다. 제철 채소로 가득 찬 한 그릇 음식이 식판을 채운다. 아삭한 콩나물과 달큰한 무, 감칠맛을 더하는 고기볶음, 봄 내음이 가득한 봄나물 비빔밥은 아이들에게도 단연 인기다.

아이들이 직접 담아 숙성시킨 된장은 구수한 국이 되고, 두부도 송송 썰어 넣으면 금상첨화다. 여기에 멸치볶음까지 곁들이면 아이들의 키와 몸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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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도 신이 난다. 커다란 양푼에 밥과 나물, 양념장을 넣고 마지막 참기름을 촤르륵 뿌리면 화룡점정이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얍" 선생님의 마법 주문에 밥도 사람도 비빔밥이 된다. 좋아하지 않는 채소도 한데 모아 섞어 먹으면, 처음에 고개를 젓던 아이들도 한두 입, 어느새 건강한 맛을 알아간다. 아이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진다.

한 숟갈, 또 한 숟갈, 그리고 어느새 빈 그릇.

봄나물 비빔밥 봄 향기 가득한 돌나물을 얹은 봄나물 비빔밥 , 쑥된장찌개, 멸치땅콩조림, 배추김치, 과일채소주스(사진 미제공)
봄나물 비빔밥봄 향기 가득한 돌나물을 얹은 봄나물 비빔밥 , 쑥된장찌개, 멸치땅콩조림, 배추김치, 과일채소주스(사진 미제공) ⓒ 문혜진

고기는 덜고, 채식은 더하고

기후 미식(Klimagourmet)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기후 미식 주간(Klimagourmet-Woche)'에서 처음 소개된 개념(출처:Klimagourmet.de)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식생활을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캠페인은 제철 및 유기농 식재료, 지역 농산물, 채식, 음식물 쓰레기 감소 등을 실천 기준으로 삼는다. 또한, 환경을 고려한 식문화를 널리 전하기 위해 어린이를 위한 기후 미식 전시회와 워크숍도 진행하고 있다.

과거 한국인의 식습관은 채식에 가까운 전통 음식 위주였으나, 현대에는 육류 소비가 급증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식품 주요 통계> 자료에 따르면, 1980년대 1인당 육류 소비량은 11.3kg이었으나 2023년에는 60.5kg으로 약 5.4배 증가했다. 경제 성장이 가져온 풍요로운 세상이지만, 온실가스 배출과 환경 파괴, 만성질환,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도 함께 증가했다.

2019년 IPCC <기후변화와 토지>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가 동물성 식품을 완전 채식으로 전환하면 2050년까지 매년 약 80억 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즉, 작은 한 끼의 선택이 지구의 내일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동물성 식품은 식물성 식품에 부족한 비타민 B12, 철분(헴철), 아연, 오메가-3(EPA, DHA) 등을 공급하고 체내 흡수율이 높아 특히, 성장기 아이들에게 필수적인 만큼 동물성 식품, 식물성 식품을 균형 있게 섭취해야 한다. 육류 섭취를 줄이고 곡류, 콩, 견과류와 같은 식물성 식품으로 대체하면 건강한 성장에 도움이 되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작은 실천이 될 수 있다.

자연을 맛보는 아이들, 건강한 식탁

생태어린이집에서는 비빔밥처럼 '잔반 없는 날(한 그릇 음식)' 외에도 주 1회 '고기 없는 날' 을 지정해 잡곡밥, 두부 요리, 된장찌개, 채소쌈과 같은 전통 음식을 제공한다. 이러한 먹을거리는 기후 미식의 취지와 맞닿아 있다. 한겨울, 아이들은 익은 콩을 절구에 빻아 메주를 만든다. 따뜻한 봄날, 겨우내 찬바람을 맞으며 숙성한 메주로 된장을 직접 담그며 고유한 풍미를 기억에 새긴다. 매년 3월, 장독이 가득 채워지면 아이들의 미각에도 맛에 대한 추억이 차곡차곡 쌓인다.

요리 수업도 진행한다. 호랑이콩, 제비콩, 아주까리 밤콩 이름만큼 토종콩의 알록달록한 색과 무늬는, 아이들에게 마냥 신기하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오감을 총동원해 탐색하고 언어로 표현하며 건강한 미각을 기른다. 아이들은 마치 전문요리사라도 된 듯 콩을 입에 넣어 맛을 평가한다. 쿠키와 버거처럼 인기 있는 음식을 두부로 만들어보며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올린다. 싹둑싹둑 재료를 자르고, 조물조물 요리하여 맛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미각의 깊이를 더해 간다. 편식 장벽이 철옹성 같았던 콩을 맛있는 음식으로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친숙해진다.

대두(백태, 메주콩, 콩나물콩)는 전체 성분의 약 35~40%가 단백질로 구성된 훌륭한 단백질 급원 식품이다. 콩으로 만든 음식을 꾸준히 먹는 것은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뿐만 아니라 식물성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좋은 출발점이 된다.

<두부스테이크버거 만들기> 요리 활동 도입부로 6,7세 아이들이 알록달록한 토종콩을 오감으로 관찰하며 느끼고 말로 표현해 본다.
<두부스테이크버거 만들기> 요리 활동도입부로 6,7세 아이들이 알록달록한 토종콩을 오감으로 관찰하며 느끼고 말로 표현해 본다. ⓒ 움사랑생태어린이집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채식 환경을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통 음식을 급식으로 맛보고, 전통 식품을 직접 만들며, 이를 활용한 요리를 경험하는 과정은 고기 위주와 가공식품 중심의 현대 식문화 속에서 건강한 식생활 기준을 세우고, 이를 스스로 지킬 힘을 길러준다. 이것이야말로 아이들의 행복한 식생활이자 건강과 환경을 함께 보호하는 첫걸음이다.

#푸드브릿지#생태교육#영양교육#아동요리#채식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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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진 (jmhj81) 내방

10년 간 생태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영양사로 근무, 현재 영양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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