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관저 앞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윤석열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관저 앞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윤석열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은 법원이 구속 기간을 '일수'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한 게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원래 검사가 피의자를 구속했다면 10일 이내에 공소를 제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수사 서류가 법원으로 넘어가는 시간은 구속 기간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검찰과 법원은 이 기간을 1일 단위로 계산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윤 대통령에게는 수십 년 동안 관행처럼 산정했던 날짜가 아닌 시간으로 하는 새로운 계산법을 적용했습니다.

법원이 그동안 '날'로 계산했던 구속 기간을 시간으로 바꿔 윤 대통령을 석방하자, 그 파문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옥바라지 카페도, 명태균도... 너도나도 구속 취소 신청

 구치소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재소자 가족들이 정보를 나누는 '옥바라지 카페'에 올라온 게시글
구치소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재소자 가족들이 정보를 나누는 '옥바라지 카페'에 올라온 게시글 ⓒ 인터넷커뮤니티 갈무리

지난 9일 교도소에 수감 중인 재소자의 가족들이 주로 활동하는 이른바 '옥바라지 카페'에 "윤통 석방으로 구속영장에 대한 의견"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요약하면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로 날짜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한 판례가 생겼으니 '정보 공개 신청을 통해 체포와 영장 발부 시간을 잘 알아보고 구속 취소 소송을 해보자'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판례가 일반 범죄자의 구속 취소 소송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옥바라지 카페뿐만이 아닙니다. <뉴스타파>는 구속 수감 중인 명태균씨를 변호하는 남상권 변호사가 "구속 취소를 위한 서류를 만들어 곧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명씨가 구속 취소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구속된 피의자들은 석방만 될 수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일 겁니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 판례도 있으니 구속 취소 신청이 봇물처럼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김도균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10일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구속취소 유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전국의 모든 형사재판부는 적부심이 청구된 모든 사건에 관해 구속일수를 다시 계산해야 하는지에 관해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

피의자가 구속 취소 신청을 했다고 해도 모두가 석방이 되지는 않습니다. 검찰이 '즉시항고'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하지 않았습니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위헌 소지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구속 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가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은 지난 2012년 6월이었습니다. 그렇다면 2012년 이후에는 '즉시항고'가 사라졌느냐라고 하면 그것은 아닙니다.

SBS 취재에 따르면 2023년에 울산지방법원이 구속된 피고인 2명에 대해 구속취소 결정을 하자 울산지검이 즉시항고했다고 합니다. 검찰이 불과 2년 전에는 즉시항고를 했지만 윤 대통령 사건은 포기하고 석방을 지휘한 셈입니다.

법원의 이례적인 구속 기간 계산법과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가 모든 국민에게 적용된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계산법'을 윤 대통령에게 처음 적용했고, 검찰은 위헌을 내세워 즉시항고를 포기했습니다.

일각에선 "대한민국 법원과 검찰총장이 대통령을 구했다"면서 "검찰총장 출신 윤 대통령이라 풀려날 수 있었다"라며 그를 가리켜 '법꾸라지'라고 비판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과연 이 말이 윤 대통령에게도 적용되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윤석열#구속취소#옥바라지#즉시항고#법원
댓글5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