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경호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그 옆으로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오른쪽)이 윤 대통령을 경호하며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법원과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을 전격 석방하고 한남동 관저로 돌려보내면서,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에 대한 구속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풀려난 윤 대통령이 김 차장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경호처 비화폰 등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다시 생겼다는 것이다. 김 차장은 그간 경찰의 비화폰 수사를 막아온 장본인으로, 비화폰은 내란의 핵심 물증으로 지목돼왔다.
경찰 쪽에선 이번 윤 대통령 구속 취소의 시점이 공교롭다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경찰은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세 번이나 검찰에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됐는데, 지난 6일 경찰이 제기한 서울고등검찰청 영장심의위원회가 예상을 뒤엎고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기각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그러나 이튿날인 7일 법원이 돌연 윤 대통령 구속을 취소하고, 검찰이 8일 즉시항고 없이 윤 대통령을 그대로 석방하면서 비화폰 수사는 다시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10일 통화에서 "영장심의위 결과가 나온 지 벌써 나흘이 지났지만 김 차장 구속에 대한 별다른 움직임이 없지 않나"라며 "윤 대통령 구속 취소가 경찰 수사에 영향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직 경찰은 "구속의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증거인멸"이라며 "대통령 구속취소 전후 상황을 비교해보면 대통령 구속취소가 이뤄진 현 시점에 김 차장 증거인멸 가능성이 더 높아졌기 때문에, 구속의 필요성도 더 커진 것"이라고 했다.
판사 출신인 차성안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검찰 측은 김 차장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방해 혐의와 비화폰 서버 수사 차단을)'별건'이라고 했지만 더 이상 별건이 아니다"라며 "만일 (윤 대통령이)'계몽령'이라며 내란죄가 아니게 되면, 그동안의 (김 차장의)영장집행 저지 등도 무죄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과거 김재규 내란목적살인 판결을 보면 통신 업무에 종사하는 책임자의 책임을 되게 크게 보는데, 이번에는 그게 바로 비화폰"이라며 "경찰에서 4차 (구속영장)신청으로 나가고 (검찰이)청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 석방 현장, 한 자리 모인 얼굴들... 김성훈과 김주현

▲김주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오른쪽)이 지난달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 왼쪽은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 남소연
야당 일각에서는 이번 윤 대통령 석방과 검찰의 비화폰 수사 방해 의혹의 막후에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의 역할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하고 있다. 김 수석은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취소에도 즉시항고를 하지 않고 석방을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는 심우정 검찰총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김 수석은 10년 전인 지난 2015년 법무부 차관 시절 국회에 나와 구속취소에 대한 검찰의 즉시항고 조항이 존치돼야 한다고 주장해 실제 이를 이끌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과거 이력을 봐도 김 수석이 검찰의 즉시항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상태였다고 볼 수 있다"라며 "검찰 조직의 명운을 건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사는 심 총장 외에는 김 수석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 수석은 12.3 비상계엄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4일 대통령 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께 모인 법조 4인방 중 한 명으로, 계엄 이후 수사 대응 기조를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은 바 있다.
지난 1월 8일 김 수석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한 경찰은 이후 현재까지 이렇다 할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윤 대통령이 풀려 나왔을 때에도 김 수석이 서울구치소 앞까지 직접 나가 맞이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영장심의위 의결 뒤 사흘이 지나도록 여전히 구속을 면하고 있는 김 차장 역시 당시 윤 대통령 바로 옆에서 경호를 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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