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장애인에 대해 구체적인 지식이 전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체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타고난 감수성이 좋아서 대략의 온도를 빨리 파악하고 태도나 사용하는 말에 있어서 실수를 한 적은 없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장애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은 갈증 같은 것이 있었다.
마침 구독 중인 <독서평설> 추천 도서에서 <학교 가는 길이 너무 멀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대략의 설명을 보니 장애인에 대해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내용이었다. 망설일 필요 없이 내가 운영하는 글쓰기 교습소의 독서 교재로 선정해 아이들과 함께 읽었다.
이 책은 먼저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표현을 가질 것을 말하며 시작한다.
"간혹 장애인을 잘못된 표현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있어요. 대표적으로 '장애우'라는 표현이에요. 친구를 뜻하는 한자어 벗 우(友)를 사용하기 때문에 친근한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장애우'의 한자를 풀어서 설명하면 '장애를 가진 친구'라는 뜻이에요. 나이가 많은 어르신에게 친구라고 하면 버릇없는 사람이 되겠죠? 장애우는 다양한 연령대를 가진 장애인을 아우를 수 없는 표현인 거죠. 또한 장애인이 스스로에게 사용할 수 없는, 다른 사람이 장애인을 부를 때만 쓸 수 있는 표현이기 때문에 장애우는 바른 표현이 아니에요."(13p)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어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계를 무너뜨리기도 하고, 새롭게 세우기도 하고, 확장시킨다. 그래서 우리가 변화되고, 세상이 변화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어휘를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늘 첫 번째다.' 한껏 힘줘서 이야기했지만, 사실 나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불러야 할지 이렇게 알게 된 것은 처음이기에 힘이 들어간 듯했다.
이 책은 여러 가지 장애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한 챕터씩 읽어 나가면서 내 삶에 늘 존재했던 장애인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내가 그들에 대해 얼마나 이해가 부족했는지, 오해를 하고 있었는지도 깨닫게 되었다.
그런 마음을 담아 아이들에게 우리가 이런 지식을 쌓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외치듯 가르쳤다. 필요로 하는 각종 영상 자료들을 찾아 보여 주고 제법 열띤 토론도 펼쳤다. 어느 때보다 진지한 아이들의 눈빛이 쉽게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난 표지와 제목만 보고,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에 비해 같은 거리라도 더 멀게 느낄 수 있으니 그런 의미로 '학교 가는 길이 너무 멀어'라는 제목을 지었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 제목은 장애인 특수학교를 다니는 이들의 모습을 말한 것이었다.

▲<학교 가는 길이 너무 멀어>난 표지와 제목만 보고, 아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에 비해서 똑같은 거리라도 멀게 느껴질 수 있으니 그런 마음을 담아 ‘학교 가는 길이 너무 멀어’라고 한 것이구나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제목은 장애인 특수 학교를 다니는 이들의 모습을 말한 것이었다. ⓒ 다정한 시민 출판사
"특수학교는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입니다. 보통 학교는 동네마다 있어 학생들이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편하게 다닐 수 있죠. 특수학교는 동네마다 있는 것도 아니고 학교 수가 부족해 멀리 있는 특수학교에 다닐 수밖에 없는 친구들이 있어요. 학교 버스를 타고 바로 학교에 가는 것이 아니라 멀리서 사는 다른 친구들을 버스에 태우고 돌고 돌아서 학교에 도착하죠. … 이런 현실을 카메라 앵글에 담은 <학교 가는 길>이라는 영화가 있어요. 영화에는 실제 특수학교에 다니는 장애 학생들이 학교에 가는 여정이 담겼어요. 아침 해 뜨기도 전에 집을 나서 학교 버스를 탄 학생들은 버스 안에서 부족한 잠을 자곤 해요. 매일 그렇게 일찌감치 일어나 오랜 시간 걸려 학교에 가는 일은 생각만 해도 힘들 것 같아요."(p91-93)
끝으로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결국 살기 좋은 세상이 된다는 것은 좋은 제도와 법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어떤 제도와 법이 마련되어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기 좋은 사회가 될지 고민해야 하며, 선진국의 사례에서도 배울 점을 찾아야 한다. 장애인에 대한 문제뿐 아니라, 이 세상을 바꾸는 원리는 다 여기에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누는 시간에 한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자기가 다니고 있는 돌봄 센터에 발달장애를 가진 오빠 한 명이 있었는데, 자꾸 옷을 올려 배꼽을 보이고,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고 해서 볼 때마다 너무 이상하고 불편하다는 생각만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까 그런 행동이 더 이상 이상하지도 않고 불편하게 느껴지지도 않으며, 이해가 갔다고 했다.
울림이 컸다. 아이들과 함께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건 분명 선물 같은 일이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과 좋은 책을 함께 읽는 이 시간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