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교수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내란 수괴'가 풀려났다. 체포부터 구속까지 어느 하나 쉽지 않던 과정을 지나 또 다시 발생한 초유의 사태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내란성 불면증'이 재발했다는 이들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이 혹시라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영향을 주지 않겠냐는 불안이 첫번째 이유다.
하지만 이황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세에 지장이 없냐'는 <오마이뉴스>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헌법연구관 출신으로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TF에 참여했다.
지난 7일 오전 연구실에서 만났을 때 이 교수는 "박근혜 사건은 그냥 부정부패 사건이지만, 이 사건은 헌정질서에 훼손이 발생한 사건"이라며 "박근혜 사건이 8대 0이었다면, 지금은 더 당연히 8대 0이 나와야 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날 오후 '윤 대통령의 석방'이라는 변수가 등장했다.
하지만 10일 추가 통화했을 때에도 그의 답변은 같았다.
"박근혜 사건이 8대 0이었으면, 윤석열 사건은 더 당연히 8대 0"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 차량에서 창문을 열고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5.3.8 ⓒ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론만 남겨둔 상태인데 지난 7일 갑작스런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이튿날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로 윤 대통령이 일단 풀려났다. 다들 탄핵심판에 영향이 있을까 궁금해한다.
"두 제도(형사재판-헌법재판)는 전혀 별개라 영향이 없을 텐데, 검찰에서 받은 내란 혐의자들 수사기록은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다. 검찰도 공수처와 마찬가지로 직권남용만 (수사권이) 있어서 타고 들어갔다. 만약 공수처 수사권이 문제라면, 검찰에서 수사받은 내란 관련자들의 기록도 문제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법정에서 많은 증언들이 나왔기 때문에 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헌재가 검찰 기록에 의존해서 사건을 하는 게 아니고, 변론을 11번이나 했다. 거기서 나온 증언들 위주로 하더라도 별 문제 없이 (판단)할 수 있다.
- 형사재판과 헌법재판은 어떻게 다른가.
"형사재판은 유죄냐 무죄냐, 유죄라면 형량이 어느 정도냐를 판단하는 작업이다. 반면 탄핵심판은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가리는 재판이 아니다. 가령 형사상 유죄여도 파면 안 될 수 있고, 형사상 무죄여도 파면될 수 있다. 또 탄핵심판은 이 사람이 직을 계속 가지도록 할지 말지를 판단하기 때문에 여러 소추사유가 있을 때 일부만으로도 충분히 파면이 이뤄진다면 나머지 사유는 판단하지 않고도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특성은 형사재판은 과거행위 평가에 철저히 초점을 맞췄다면 탄핵은 직을 계속 유지할 거냐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미래로도 향해 있다는 점이다. 지난번 탄핵심판에서 헌재가 쓴 유명한 표현이 '헌법수호의지가 있는가'다. 헌재는 이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수사에 협조적이었냐 등으로 평가했다. 그런 건 탄핵사유에 없었다. 하지만 이 사람을 계속 그 직에 뒀을 때 헌법을 지키고 법과 헌법에 맞춰서 우리 사회를 잘 이끌어나갈 것인가를 판단 안 할 수 없다."
- 그래도 변론을 재개해야 한다거나 선고를 미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헌재는 안전한 방향으로 하려고 할 텐데 그런 면에서 심사숙고하는 과정은 있지 않을까 싶긴 하다. 시간이 오래 걸릴 일은 아니다."
-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고 보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다."
"윤석열, 헌법이 정한 절차 정면 위반… 부정가능성 희박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 입장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그간 심리 과정은 어떻게 평가하나.
"제가 볼 때 역대 가장 힘든 탄핵심판이었다. 쟁점은 어렵지 않았는데, 환경 조건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에 6인 체제로 시작돼서 도대체 진행은 할 수 있는지 결론은 낼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었고, 대통령 측이 초반에 서류 송달을 받지 않아서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고민이었다. 그리고 예전 대통령 탄핵사건은 재판부가 몰입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국무총리 탄핵, 마은혁 후보자 임명부작위에 관한 권한쟁의심판 등 다른 사건도 진행됐고, 대통령 수사도 있었고, 또 재판부에 대한 공격은 제일 거셌다. 그럼에도 잘 마무리되고 최종 선고만 앞둔 단계라 다행스럽다."
- 준비기일 2번, 변론기일 11번 등 모두 13번의 재판이 열렸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는다면?
"1월 3일 2차 변론준비기일에 대통령 대리인 중 한 명이 탄핵심판의 의미를 '야당과 대통령 및 여당의 싸움, 정권교체 세력과 유지 세력의 다툼, 이념 투쟁의 장'이라고 했다. 사건의 본질과 완전 거리가 멀고, (탄핵심판을) 사법절차가 아닌 정치적 힘의 각축장으로 해석하고 끌고가려는 의지가 느껴져서 위험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재판부보다는 지지자들에게 하는 호소 같더라. 반면 국회 측에선 이 탄핵심판을 끝까지 사법절차로서 이행하려고 노력했다. 법률가 누가 봐도 합당한 주장과 입증 노력을 했다는 측면에서 (대통령 쪽과) 대비됐다."
- 탄핵심판의 쟁점은 ① 비상계엄 선포 행위 ② 국회 봉쇄 및 침입 행위 ③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침입 행위 ④ 포고령 제1호 ⑤ 사법부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구금 지시 행위다. 윤 대통령이 잘 방어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은 무엇인가.
"(국회 쪽을) 충분히 탄핵한 부분은 잘 안 보인다. '홍장원 메모'의 신빙성은 그래도 조태용 증인 등으로 나름 방어한 측면이 있긴 하나 홍장원 증인이 다시 나와서 해명했고, 다른 곳에서도 거의 비슷한 명단이 발견됐기 때문에 누구 말이 맞는지 재판부가 판단할 거다. 그러나 (탄핵심판에서) 결정적 내용이 아니다. 나머지가 정말 결정적이다. 비상계엄 선포 행위의 실체적 절차적 요건과, 국회 봉쇄·침입 행위, 포고령, 선관위 침입 등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다는 해석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다만 제가 사법부 인사 체포 관련 변론은 제대로 못 봐서 지금 판단 내리긴 어렵다."
- 본인이 헌법재판관이라면 '기각' 또는 '각하' 이유를 쓸 수 있겠나.
"타당하냐 아니냐를 떠나서 하나의 론(論)으로 구성하는 것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각하론은 힘들 것 같고, 결국 기각/인용 중에 기존 선례와 재판소의 판단 방식, 권력분립이라든가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 원리 등에 비춰볼 때 어느 쪽이 더 설득력 있냐는 문제다. 법 위반 자체가 부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법을 위반하더라도 중대해야 파면된다. 이 중대성 판단이 조금 주관적인 측면도 있어서 양쪽 주장의 대별 지점이 더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박근혜 사건은 그냥 부정부패 사건이었다. 반면 이 사건은 헌정질서에 어떤 훼손이 발생한 사건이다. 비상계엄 발령 과정에서 법을 어긴 것도 당연히 문제지만, 부당한 비상계엄 선포에 우리 헌법이 견제할 수 있도록 해놓은 유일한 수단이 국회의 해제요구권이다. 포고령 1호 1조로 국회 활동을 금지시키고 이를 위반한 사람들을 체포하려던 것 자체가 헌법이 예정해놓은 정상적인 절차와 견제와 균형, 이런 관념을 정면으로 위반했다. 너무 심각하게 위반했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 사건이 8대 0이었다면, 지금은 더 당연히 8대 0이 나와야 될 사안이다."
"평의 분위기도 몰라… '박근혜 만장일치'도 선고 순간 알았다"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 헌법연구관 출신으로 박근혜 탄핵심판TF에도 참여했다. 2월 25일 변론 종결 후 재판관들의 평의가 한참 진행 중이다. 비공개가 원칙이지만 그래도 재판관들을 보조하는 연구관들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지 않나.
"재판관들이 평의 내용을 공유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 특히 이런 중요한 사건은 정말로 보안이 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알기 힘들다. 다만 추가 연구 지시나 보완 지시를 들어보면 '재판관님들이 이런 걸 궁금해하거나 논의하는구나' 정도의 짐작은 가능하다. 그래도 '분위기가 몇 대 몇이다' 이런 정도까지는 전혀 모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거다."
- 당시 이정미 재판관이 '선고 당일 아침에야 최종 결론이 나왔다'고 말하긴 했다. 정말 헌재 내부에서도 '박근혜 파면'을 예상 못했는가.
"만장일치는 선고 순간에 저도 손가락으로 세면서 알았다. 인용 가능성이 크다는 건 전날 밤에 듣긴 했는데 확실하진 않았다. 확실한 건 그 순간에 들었다."
-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수사기록의 증거 채택 문제나 내란죄 성립 여부를 판단대상에서 제외한 일 등은 이미 박근혜 탄핵심판의 선례가 있긴 하다. 그럼에도 논란이 계속 됐는데.
"탄핵심판의 특성이 있다. 야당이 여당의 일부세력을 동참시켜야만 성공하기에 최대한 끌어모을 수 있는 혐의는 다 모은 상태로 소추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직무정지되면 권한대행을 세우더라도 정치적 불안정성이 크다. 이 부분을 신속하게 해결해야 된다. 즉 부당한 탄핵이라면 빨리 복귀시켜야 하고, 정당한 탄핵이면 빨리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따라서 헌재에 넘어오는 순간부터는 굉장히 신속하게 이 절차를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 과정에서 국회에서 넘어온 내용에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헌재가 쟁점을 정리할 권한이 있다.
그런데 소추 의결에 동참한 의원이 내란죄를 다투지 않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면 몰라도, 피소추인 측이 하는 건 이상하다. 국회 측에서 일부를 다투지 않으면 방어 범위가 줄어드니까 더 빨리 권좌에 복귀할 수 있지 않나. 대통령 측이 오히려 반겨야 될 일이다. 대통령 측 비판 중에 서류나 그런 부분도, 헌재가 헌법재판소법 32조 해석을 통해 기록 사본을 받는 것은 문제없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형사소송법 전문법칙을 얼마만큼 적용하냐인데, 형사재판 수준으로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기 때문에 큰 틀에선 헌재에 공감하는 편이다."
- 하지만 내란죄를 판단하면 탄핵심판 결론의 정당성을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선 뇌물죄 부분에 해당하는 쟁점이 아예 빠졌고, 이에 대한 헌법 위반 여부도 판단하지 않았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선 내란죄는 판단하지 않아도, 거기에 해당하는 행위들이 있고, 이에 대한 헌법적 평가가 남아있다. 여전히. 내란죄 부분이 빠져도 (심판) 범위는 축소되지 않지만 심판의 신속성은 훨씬 더 올라갈 수 있어서 이득이 많다."
"'야당=악'이라며 개헌? 윤석열 최후진술, 유리하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 경찰 '갑호 비상' 발령경찰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에 최고 수위 비상근무인 '갑호 비상'을 발령한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경찰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계를 서고 있다. ⓒ 이정민
- 박근혜 때는 찬성이 80%를 넘긴 적도 있지만 이번엔 '찬성 6대 반대 4' 구도가 안 깨지는 것 같다. 국민의힘 서천호 의원은 '헌재를 때려부수자'는 말까지 했고.
"정치양극화다. 사실 헌법하는 사람으로서 박근혜 탄핵 사유보다 이번이 훨씬 중하다고 생각하는데 국회에서 (탄핵 찬성) 204표가 나왔다. 2016년에는 234표였는데. 놀라웠다. 훨씬 더 중하고, 국민들의 충격도 훨씬 더 많이 컸는데도 204표밖에 안 나왔다는 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굉장히 진영화했다는 뜻이다. 또 지난번에 박 대통령이 처음에 바로 사과했고 (잘못을) 시인하면서 오랜 기간 정치적 핀치에 몰리지 않았나. 그 학습효과로 '저번처럼 당하지 않겠다', '사법도 힘의 우열로 결판 난다'는 생각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의견이 다른 사람들끼리 살다 보면 분쟁이 있다. 이때 스포츠 심판 같은 사람에게 맡겨서 (결론에) 따르자는 게 민주사회의 기본 합의다. 이 자체를 훼손하고 공격하고 있다. 공론장에선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어야 하지만, 이 기본 합의를 훼손하는 의견들은 단호하게 배척해야 한다."
- 급기야 '인용 결정이 나와도 윤 대통령이 불복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들린다.
"헌재 결정은 집행력이 없다. 다른 법은 국가권력이 집행하지만, 헌법은 국가권력에 대해 적용하는 법이라서 국가권력이 '나 안 지켜' 하면 관철할 상위법이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그렇지만 87년 이후 헌법을 잘 준수하고, 그렇게 했을 때 지지를 받는다는 신뢰가 생겨서 지금까지 잘 헌법을 따라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해볼 상황이 됐다.
제가 '헌법이 구타당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국가권력이 노골적으로 헌법을 위반하면서도 정당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결국 헌법을 막아줄 사람은 국민밖에 없다. 헌법을 지키지 않는 세력은 지지하지 않고 그들에게 신호를 줘야 한다. '나는 헌법을 잘 준수하는 정부 아래서 살고 싶다'는 국민의 정치적 열망이 정치세력으로 하여금 헌법을 지키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그게 부족하면 헌법은 언제든 국가권력이 위반해도 문제없는 법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대통령 측은 지금 탄핵심판에서 이기고 복귀해서 무엇을 할지 생각한다는 얘기가 있더라. 최후진술을 봐도 복귀해서 개헌하겠다던데, 거기 보면 야당과 국회에 대한 적대적 인식이 여전하다. 개헌은 혼자 하는가? 그렇게 적대감을 표출하고 (반대편을) 악의 무리로 계속 규정하면, 설령 대통령직에 복귀하더라도 리더십이 형성되지 않고, 협치도 불가능하다. 저는 이런 것도 다 헌법재판관들이 고려하리라고 본다. '그 직위에 계속 둘 것인가, 말 것인가'를 판단할 텐데 (윤 대통령이) 그런 식의 언행을 하는 것은 유리하지 않다."
- 12.3 사태를 계기로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87년 헌법에 책임을 다 묻는 것은 과하다. 이만큼 성공한 헌법도 없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신장시키고 이 안에서 우리가 번영을 누렸다. 윤 대통령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헌법만 바꾸면 해결된다고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40년이 지났으니 보수하고 필요한 헌법을 새로 만드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는 수단으로 쓰여선 안 된다. 후손까지 포함해서 앞으로 수십년간 헌법 안에서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 안목을 갖고 깊이 있게 논의할 일이다. 최후진술에서 깜짝 발표하는 식으로 개헌이 이뤄져선 안 된다."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