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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도 코딩학원 다녀야 하나?"

작년에 어머니의 친구분께 이런 질문을 들었을 때, 솔직히 살짝 웃음이 났다. 요즘 부모님들은 진짜 이런 고민을 많이 하나 보다 싶었다. 생각해 보면 나도 어릴 때 피아노 학원, 태권도 학원, 수학 학원 같은 건 당연히 다녀야 하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그 자리에 코딩 학원이 들어간 것 같다. 시대가 바뀌긴 바뀌었구나.

나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있으니, 이런 변화가 체감될 수밖에 없다. 크롬, 네이버와 같은 요즘 검색 엔진은 너무나도 똑똑하고, 생성형 AI는 말 그대로 원하는 답을 다 만들어준다. 어릴 때는 궁금한 게 있으면 백과사전을 찾아봤는데, 요즘 애들은 "GPT야, 이거 알려줘" 하면 끝이다. 확실히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만큼 우리도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가 된 것 같다.

fig 1 ChatGPT 공식 홈페이지
fig 1ChatGPT 공식 홈페이지 ⓒ ChatGPT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정보' 과목은 그냥 컴퓨터 기본 사용법이나 배우는 수준이었는데, 어느 순간 '프로그래밍'과 '기초 인공지능' 같은 과목들이 주변에서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어릴 때 가지고 놀던 과학상자 대신 아두이노 키트가 인기고, 대학교 동기들은 라즈베리파이로 게임을 만들고 있다. 나도 과학상자로 로봇 팔 같은 걸 조립하면서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그게 디지털화 되어 더 정교한 프로젝트로 바뀐 셈이다.

fig 2 과학상자가 2025년 1월 24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했다.
fig 2과학상자가 2025년 1월 24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했다. ⓒ SBS

하지만, 과학상자는 당시 나에게, 프로젝트 완성을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놀이도구에 조금 더 가까웠다. 항상 만들어야 되는 골치 아픈 것이 아니라, 쉬는시간마다 든든하게 내 곁을 지켜준 친구같은 존재였고, 이 과학상자를 통해 초등학교 장관상을 수상하거나, 갖가지 대회를 나가 상을 타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준 길잡이였다. 과학상자가 없었다면, 초등학교 때 대체 무슨 재미로 학교를 다녔을까 싶다.

요즘의 코딩이라는 건 단순히 과학상자같지만은 않다. 코딩을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산업군이 늘어나고 있기도 하고, 모든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코딩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코딩이 단순히 컴퓨터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는 걸 점점 더 실감하게 되는 것 같다.

최근의 코딩은 일종의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도구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느낀다. 예전에는 뚝딱뚝딱 블록을 쌓고, 레고 기어를 맞추면서 논리적인 사고를 키웠다면, 이제는 코드를 짜면서 같은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어릴 때 과학상자 가지고 놀던 내가 지금 컴퓨터공학 학부생이 된 것처럼, 아두이노를 만지던 애들은 나중에 더 대단한 걸 만들고, 더욱 대단한 사람들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부모님들은 여전히 고민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코딩학원 다니면 더 많이 배우지 않을까?"라고 말이다. 솔직히 이건 정답이 없는 문제다. 학원을 가든 안 가든, 중요한 건 '어떻게 배우느냐'다. 나만 해도 학원보다는 혼자 이것저것 해 보면서 배운 게 많다. 요즘은 온라인 강의도 많고, 무료로 코딩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교재들도 충분히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꼭 학원을 가지 않아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

컴퓨터공학부에 오기 위해서 3년 동안 코딩을 공부하며 느낀 점은, 결국 코딩은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방식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이런 문법을 써야 한다'가 아니라,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라는 고민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한 번에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류가 나고, 실행이 안 되고, 멘붕이 오고, 그러다 해결하면 그제야 희열이 온다. 이게 코딩의 진짜 재미다.

그래서 나는 코딩을 너무 '배워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취미처럼 접근하면 어떨까? 억지로 배우는 게 아니라, '어? 이거 재밌네?'라는 순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예전에 고등학교에서 동아리를 할 때, 친구들이 아두이노로 간단한 로봇을 만드는 걸 봤는데, 그 눈빛이 진짜 반짝반짝했다. 뭐 대단한 걸 만든 것도 아닌데, 버튼을 누르면 불이 들어오고, 모터가 돌아가는 게 신기해서 막 신나했다. 그런 게 시작이다. 그런 작은 흥미가 나중에 커져서, 점점 더 복잡한 걸 만들게 된다. 그 과정에서 창의력과 논리적인 사고가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그리고 코딩은 절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요즘 개발 트렌드를 봐도 협업이 필수다. 코딩을 배우면 자연스럽게 팀워크도 배운다. 누군가는 UI를 만들고, 누군가는 백엔드를 짜고, 누군가는 버그를 잡는다. 이런 과정에서 소통하는 법도 익히게 된다.

단순히 코딩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코딩 학원을 다녀야 할까?'라는 질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가 코딩을 통해 이런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이다. 그리고 그걸 배우는 방법은 학원뿐만 아니라, 수많은 길이 있다.

"꼭 학원을 다녀야 하는 건 아니에요. 대신 아이가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한 번 경험해 보게 해 주세요. 그게 과학상자든, 아두이노든, 마인크래프트 코딩이든, 뭐든 상관없어요."

나는 어머니의 지인분들이 자식에 대한 학원 고민을 하실 때마다 나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결국, 코딩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걸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자. 재미있게, 자연스럽게, 흥미로운 방식으로 배우자.

최근 들어서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 A.I >, <로보캅>과 같은 영화를 보면서, 사람의 의지대로 움직여주는 로봇, 자율주행차나 AI 비서 같은 건 영화 속 이야기인 것만 같았는데, 이제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기술의 발전이 빠른 만큼, 그에 적응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중요한 건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힘과 창의적인 사고다. 그리고 코딩은 그걸 배우는 아주 좋은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학원에 가든, 혼자 하든, 결국 중요한 건 억지로 배우는 게 아니라, 즐겁게 배우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배우는 게 가장 오래 남으니까.

#코딩#교육#과학기술#과학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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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기술, 보안, AI에 관심이 많은 시민기자입니다. 최신 IT 트렌드와 사이버 보안 이슈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일상 속 보안 위협과 해결책,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유익한 정보를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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