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저 앞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윤석열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I.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과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하면서 대통령이 석방됐다. 법원은 구속 취소의 사유로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산정해야 하고, 이에 따르면 검찰의 공소 제기가 구속기간 만료 후 이뤄졌다는 것이다. 둘째, 공수처 수사 권한에 대한 의문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직권남용으로 먼저 수사가 시작이 되었고, 이후에 내란죄가 관련인지가 된 것이 맞느냐 하는 문제에 대한 논란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여 대통령 석방을 지휘한 것은, 즉시항고 등 불복 절차를 밟더라도 향후 위헌적 조치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있고, 다른 한편 공수처 수사권 등에 대한 논란을 그대로 두고 형사재판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상급심에서의 파기 사유는 물론, 추후에도 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 헌재는 보석이나 구속 집행 정지 결정에 대해서 즉시항고를 하는 건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따라서 보석이나 구속 집행 정지에 대한 즉시항고를 위헌이라고 결정한 마당에 그에 준하는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하면 위헌 문제와 더불어 불법 구금이라는 논란이 또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II. 법리적 문제
1. 구속기간 산정방식의 문제
구속기간은 그동안 예외 없이 '날'로 산정해 왔다. 기간의 계산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66조 제1항은 "기간의 계산에 관하여는 시(時)로 계산하는 것은 즉시(卽時)부터 기산하고 일(日), 월(月) 또는 연(年)으로 계산하는 것은 초일을 산입하지 아니한다. 다만, 시효(時效)와 구속기간의 초일은 시간을 계산하지 아니하고 1일로 산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의 "구속기간의 초일은 시간을 계산하지 아니하고 1일로 산정한다"는 단서 부분이 당연히 구속기간은 '시'가 아닌 '일(날)'로 산정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해석되는 것이다. 그런데 법원은 이례적으로 이번 사건에서만 '시간'으로 산정한 것이다. 이는 형사소송법 규정과 그동안의 오랜 관행에 배치된다.
따라서 유사한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즉 구속기간 산정방식은 윤석열 대통령 외에도 많은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적용되는 문제인데, 유독 윤석열 대통령에게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유리한 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또한 내란에 동조한 피고인들은 모두 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반면, 정작 내란 수괴인 대통령은 석방된다는 것이 평등원칙과 법상식 및 국민감정에 부합되지 않는다.
법원은 이러한 산정방식 논란과 관련하여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원칙에 따라 피고인 윤석열에게 유리한 해석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위에서 지적했듯이 구속기간의 산정방식은 논란이 되는 의심스러운 사안이 아니다. 그리고 설사 백 번 양보하여 이 원칙이 적용되는 의심스러운 경우라고 가정하더라도 이 원칙은 본래 검찰 등 막강한 국가권력으로부터 약자인 피고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정립된 원칙이지 최고 국가권력 그 자체이며, 화려한 변호인단의 변호를 받고 있고, 대부분의 언론과 정치권 및 수많은 세력에 의한 지지를 받아 온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대통령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원칙은 결코 아니다.
오랜 세월 수많은 힘없는 약자 피고인의 이익은 그다지도 소홀히 해왔으면서 왜 하필 지금 뜬금없이 그 원칙을 내란 수괴 대통령에게 적용하는가? 이것이 특혜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는 얼마 전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에 앞장서야 할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작 약자 보호는 소홀히 하면서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최강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권고 의견을 의결했던 것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대통령의 석방은 사실상 증거 인멸과 조작 및 관련 증인에 대한 회유 또는 협박의 가능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또한 이는 국가적 혼란과 갈등을 증폭시키고, 계엄 등 내란 행위가 정당했다는 왜곡된 정서를 국민들에게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2. 공수처의 수사권 문제
한편 법원은 먼저 직권남용으로 공수처의 수사가 시작이 되었고 이후에 내란죄가 관련인지가 된 것이 맞느냐 하는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법에는 내란죄에 관한 직접적 규정이 없다. 따라서 내란죄는 공수처의 직접적 수사 대상은 아니다. 그런데 동법 제2조 3호 가 목에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죄에 관한 규정이 있다. 따라서 공수처는 수사범위로 명시된 직권남용 사건의 관련 사건으로 내란사건에 대한 수사를 한 것이다. 즉 대통령의 직권남용을 수사하다 보니 내란사건이 인지되고, 이에 따라 내란사건을 수사하고 검찰이 기소하게 된 것이다.
물론 공수처법에 내란죄에 대한 직접적 규정이 있었다면 더 바람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수처의 수사 및 검사의 기소가 위헌·위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관한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에 따라 내란죄가 아닌 직권남용죄로 대통령을 소추할 수는 없으나 수사는 할 수 있고, 따라서 공수처가 일단 대통령의 직권남용을 수사하고, 그 과정에서 내란이 인지되었으니 내란죄로 검찰이 정식으로 소추, 즉 기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내란이나 외환죄 이외의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 가능성에 대하여 학설이 완전히 일치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실제 수사한 사례도 없지만, 다수설은 수사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불소추특권 자체가 대통령에 대한 예외적 특혜이기 때문에 일반적 범죄행위에 대한 형사소추만 면제되는 것이지 수사까지 금지할 정당성이 없고, 아울러 수사까지 금지할 경우 증거인멸 등의 다양한 문제로 인해 대통령의 퇴임 후 형사소추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공수처는 먼저 직권남용을 이유로 소추가 아닌 수사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내란죄가 관련 사건으로 인지되었으므로 이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와 검찰의 기소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와는 별도로 대통령에 대한 체포·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하여 법원이 수차례 영장을 발부함으로써 이러한 공수처의 수사권에 대한 적법성을 이미 인정한 바 있다.
III. 이번 사태의 책임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4차 범시민대행진’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앞에서 윤석열퇴진비상행동 주최로 열렸다. 시민대행진에 참여한 버스에 윤석열 대통령 구속을 취소한 사법부를 규탄하는 내용의 ‘이것이 법치인가? 정의는 무너졌다!’ ‘부끄럽지 않은가! 사법부 규탄한다!’ 구호가 내걸려 있다. ⓒ 권우성
1. 법원
먼저 이 사태를 야기한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은 위에서 지적한 다양한 법리적 문제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담당 판사의 예상대로 엄청난 정치적·사회적 갈등과 부작용을 낳았다. 또한 의도했든 안 했든 내란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한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었다. 더욱이 목숨 걸고 계엄을 막은 민주시민들을 비롯한 선량한 호헌 세력에게 엄청난 좌절감과 분노를 안겨줬다.
2. 검찰
공소제기 당시에 이미 구속기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건 과실이건, 너무 임박해서 공소제기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총장을 비롯한 검찰은 직접적 책임이 있다.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늑장 기소했다는 의구심, 즉 처음부터 석방될 것을 의도 또는 예상했고, 즉시항고 포기도 예상된 수순이라는 의구심이 들기에 충분하다. 그동안의 검찰의 행태를 보면 이러한 의구심은 자업자득이다.
한편 앞서도 언급했듯이 헌재가 보석이나 구속 집행 정지에 대한 즉시항고를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기 때문에, 그에 준하는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하면 위헌 논란이 야기된다는 우려도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의 사유라고 한다. 그러나 그 헌재결정도 판시하고 있듯이 보석이나 구속집행정지는 구속의 집행을 정지할 뿐 구속 자체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는 반면, 구속 취소는 그 구속 자체의 효력을 상실시킨다는 점에서 양자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헌재의 위헌결정의 판시가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헌재의 위헌결정을 근거로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의 결정은 헌재결정의 취지를 오해한 대단히 잘못된 조치이고, 심지어 의도적 오해가 아니냐 하는 의심마저 들어간다.
IV. 결론 및 형사재판과 탄핵심판에 미치는 영향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지금부터라도 검찰은 최선을 다해 윤석열 대통령 등 내란세력과 반헌법세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검찰조직의 이익과 차기 정부에서의 검찰권의 유지·확대에 연연하지 말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윤석열 등 내란세력에 대한 형사재판에 명운을 걸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헌정사에서 법과 정의가 실현된다는 것을 단 한 번만이라도 보여 줘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와는 별도로 검찰은 대국민 사과하고, 검찰총장과 관련자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
한편 대통령의 석방이 현재 진행중인 형사재판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본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이번 구속 취소 결정의 이유는 형식적·절차적인 문제로부터 야기된 것이지 사건의 내용 및 유무죄와 관련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란 사건의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
진짜 중요한 것은 헌재의 탄핵심판인데, 역시 탄핵심판에 미치는 영향은 아예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형사사건과 헌법재판은 본질과 기능 및 목적에 있어서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탄핵심판은 대통령 윤석열이 저지른 행위의 위헌성 여부의 판단과 파면 및 헌법수호를 목적으로 하는 반면, 형사재판은 개인 윤석열에 대한 형사처벌이 목적이다. 또한 부수적인 이야기지만 법원이 수사권 논란을 제기한 공수처의 수사 기록은 헌재에 증거로 채택된 게 없다. 모두 경찰과 검찰 수사 자료다. 더욱이 당사자의 직접 서명과 날인까지 된 조서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그리고 관련자들이 헌재에 직접 나와 증언도 다 마친 상태이다.
다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기어코 임명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린다.
V. 향후 과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4차 범시민대행진’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앞에서 윤석열퇴진비상행동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1. 검찰개혁
이번 사태를 계기로 또 한번 검찰제도의 혁명적 개혁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통감했을 것이다. 그러한 개혁이 지금까지 좌절된 것은 검찰과 역대 정부의 잘못이 큰데, 특히 문재인 정부의 잘못이 매우 크다. 즉 윤석열 검사가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에 이어 대통령까지 된 데에, 그리고 결과적으로 검찰독재가 더욱 강화되어 헌정 유린과 내란 사태를 일으키게 된 데에는 문재인 정부에 근원적 책임이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문재인 정부 당시 이른바 '검수완박'이라고 하면서 검찰개혁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는데, 사실 수사권의 완전 박탈은커녕 형식적으로 흉내만 내고 오히려 검찰권 강화의 길을 깔아준 것이다.
향후 명실상부 수사권의 완전 박탈을 토대로 검찰은 오로지 기소만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해야 한다. 아울러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에서 오는 폐해를 막기 위해 이른바 기소배심제 등 검찰권을 제한·통제하는 다양한 보완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참고로 기소배심제는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배심원)들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로서 대배심에 자료를 제출하면, 배심원들이 다수결로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이는 국민을 사법집행 결정과정에 참여시켜 의견을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제도로서 검사의 부당한 기소를 제한·통제하는 효과가 있고, 검찰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가능케 한다.
여담이지만 사법부의 문제도 매우 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매우 많은 분야에서의 개혁이 요구되는데(예컨대 대법원 등 사법부의 전문법원화와 대법관 수의 획기적 증원 등), 그중 하나가 현재의 배심제, 즉 이른바 국민참여재판을 보다 확대·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사법작용의 민주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사법부의 독단을 통제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그리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법부 확립을 가능케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2. 공수처의 문제
이번 사건에서도 드러나듯이 공수처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공수처 제도 자체의 문제, 예컨대 관할권, 수사권, 기소권 등의 문제가 처음부터 있었다. 이 역시 문재인 정부의 잘못이 매우 크다. 물론 정치권의 정파적 공격과 방해행위, 그리고 검찰의 비협조로 공수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점도 있다. 그러나 공수처의 조직과 수사권의 범위(예컨대 앞서 언급했듯이 내란죄 수사에 관한 근거규정의 흠결), 인력, 검찰 및 경찰과의 관계 등 법제도상의 문제도 크다. 공수처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법을 제정했어야 했다. 이 점에서 만일 향후 검찰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질 경우 공수처를 계속 존치시켜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