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14일 화재로 6명의 노동자가 숨진 부산시 기장군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호텔 리조트 공사 현장. 8일이 지났지만, 22일 화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 김보성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화재는 1층 피티룸(배관 관리·유지·보수 공간)에서 튄 불씨가 지하 1층의 보온재로 옮겨붙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6명이 숨지는 등 인명피해가 컸던 건 화재감시자 미배치, 소방시설 미비 등 이른바 안전불감증이 빚은 결과로 보인다.
7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지상 1층 피티룸에서 발생한 불똥 등에 의해 지하 1층 수처리 상단부 배관의 보온재 등을 매개로 최초 불이 났을 가능성이 크다'라는 감정 결과서를 받았다.
당시 화기를 사용한 작업이 있었고, 여기서 나온 불똥이 보온재에 옮겨붙어 불이 났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배관 보온재는 난연성 소재인 발포 폴리에틸렌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밖에 지하 1층 천장 내부의 합선 가능성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다.
안전 조치 부실도 드러났다. 현장과 설계도면을 비교해보니 화재감지기·유도등·시각경보기 등 소방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규칙상 의무사항인 화재감시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가연성 물질 파악, 불이 났을 때 대피 유도 역할 등을 맡는데 수사팀은 화재감시자가 배치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2월 14일 화재로 6명의 노동자가 숨진 부산시 기장군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호텔 리조트 공사 현장. 8일이 지났지만, 22일 화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 김보성
스프링클러는 작동한 것으로 보이나 소화수 분출 여부는 계속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육안으로 볼 때 스프링클러 안의 유리로 된 빨간 감지기가 터진 형상이었지만, 지금 자세한 부분을 알려줄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인허가 과정도 들여다보고 있다. '선 준공승인, 후 공사'에서 문제점이 없는지 살펴보겠단 건데, 경찰은 압수수색을 거쳐 공사 관계자 10여 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처했다. 피의자 가운데 공무원은 아직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앞으로 공식 수사 브리핑을 통해 지금까지 진행된 사항을 공개할 예정이다.
여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화재는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의 5월 개장을 앞두고 발생했다. 부산시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안 4만여㎡ 부지에 12층 건물 3개 동을 포함해 5성급 호텔 리조트를 짓는 공사였는데, 지난 14일 B동에서 난 불로 곳곳을 태우고 8시간 만에야 꺼졌다. 당시 현장에는 30여 개 하청업체, 수백여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탈출하지 못한 6명이 일산화탄소에 질식해 숨졌고, 27명이 다쳤다.
최근 서면으로 사과문을 낸 시공사 삼정기업·삼정이앤시는 경영난을 이유로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시행사인 루펜티스 컨소시엄은 삼정과 공사 계약을 해지했다. 지난 5일 부산시청을 찾아 규탄 선전전을 진행했던 노동시민사회는 조만간 기자회견으로 추가 대응에 나선다. 강기영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반복을 막기 위해 반드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