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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산공원에서 내려다 본 돌산대교와 당머리마을 야경. 황홀한 조명에 마을이 빛나고 있다.
돌산공원에서 내려다 본 돌산대교와 당머리마을 야경. 황홀한 조명에 마을이 빛나고 있다. ⓒ 이돈삼

버스커버스커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들려주는 '여수밤바다'를 흥얼거리며 여수로 간다. 그렇다고 목적지가 '여수밤바다'는 아니다. 화려한 밤바다의 조명 속에 들어앉은 여수 당머리다. 당머리는 전라남도 여수시 대교동(大橋洞)에 속한다.

대교동은 오래 전 남산동과 봉산동이 합해졌다. 남산동은 예암산의 다른 이름인 '남산' 아래에 자리한다고 이름 붙었다. 남산은 전라좌수영성 남쪽 산을 가리킨다. 봉산동은 구봉산에서 구(九)를 버리고 '봉산'만 취했다.

당머리는 돌산대교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주민 40여 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대부분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는다. 어업에 기대어 횟집을 운영하는 주민도 여럿이다.

 마을 건너 돌산도에서 본 돌산대교와 당머리마을 풍경. 마을이 돌산대교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마을 건너 돌산도에서 본 돌산대교와 당머리마을 풍경. 마을이 돌산대교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당머리에서 본 장군도 풍경. 밤이 되면 섬이 오색 불빛으로 반짝인다.
당머리에서 본 장군도 풍경. 밤이 되면 섬이 오색 불빛으로 반짝인다. ⓒ 이돈삼

돌산대교는 뭍인 여수시 봉산동과 우리나라에서 아홉 번째로 큰 섬인 돌산도의 우두리를 잇고 있다. 길이 450m에 이른다. 1984년 개통됐다. 사방에 어둠이 내려앉으면 사장교로 한껏 멋을 부린 대교에 형형색색 조명이 들어온다. 당머리도 조명 속에서 빛난다.

당머리는 도심 속 어촌이다. 포구에 많은 어선이 줄지어 쉬고 있다. 작은 고기잡이 배가 눈에 들어온다. 집어등을 줄줄이 매단 배, 빨강과 파랑․검정 등 갖가지 색깔 깃발을 꽂은 배도 보인다. 가지런히 정돈된 그물을 가득 싣고 출항을 기다리는 큰배도 있다.

바닷가에선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계속된 추위와 차가운 바닷바람 탓인지 얼굴이 모두 굳어 있다. 그들의 얼굴에도, 마음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면 좋겠다.

 그물을 손질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당머리 마을 앞 포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물을 손질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당머리 마을 앞 포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 이돈삼

당머리는 갯장어로 널리 알려진 마을이다. 갯장어는 여수10미(味)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하모'로도 불린다. 갯장어는 해마다 5월부터 10월까지 잡힌다. 밤에 주낙으로 잡는다.

갯장어는 육질이 담백하고, 우리 몸에 좋은 보양식품이다. 끓는 육수에 살짝 담갔다가 건져 소스나 쌈장에 찍어 먹는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으며 부드럽게 씹힌다. 건강에도 좋다.

마을에 하모(갯장어) 거리가 있다. 당머리의 랜드마크다. 여름날 갯장어 맛을 보려는 미식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늦은 봄부터 시작된 발길은 초가을까지 줄을 잇는다. 특정 계절에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당머리마을 풍경. 마을 한가운데의 포구를 중심으로 집들이 모여 있다.
당머리마을 풍경. 마을 한가운데의 포구를 중심으로 집들이 모여 있다. ⓒ 이돈삼

 여수 영당. 이순신과 최영, 이대원, 정운 등 네 명의 장수와 용왕신, 산신의 영정을 모시고 있다.
여수 영당. 이순신과 최영, 이대원, 정운 등 네 명의 장수와 용왕신, 산신의 영정을 모시고 있다. ⓒ 이돈삼

위기에서 조선을 구한 이순신 장군을 모신 '영당(影堂)'도 당머리에 있다. 영당은 마을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당집머리에 있는 마을이라고 '당머리'라고 불린다. 지명 유래와도 엮인다.

영당은 바다를 다스리는 신령을 모신 해신당(海神堂)이다. 어민들이 바다에서 일어날 재난을 미리 막고, 풍어를 비는 집이다. 영당 앞을 지날 배는 제물을 올려 고사를 지내고, 고기잡이 나갔다고 한다.

영당에는 처음 고려 최영 장군을 모셨다. 임진왜란 이후 이순신 장군을 주신으로 이대원․정운 장군을 배향했다. 이대원은 남해안에서 왜구에 맞섰다. 정운은 '일본군을 토벌하는데, 전라도와 경상도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이순신 장군 휘하에서 결사 항전했다.

영당의 영정은 일제강점기인 1943년 철거됐다. 영정 없이 남아있던 건물도 1976년 어항단지를 조성하면서 없앴다. 향토민속문화보존회의 영당풍어굿 재현을 계기로 1982년 복원됐다. 영당풍어굿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여수사람들의 생활풍속을 보여준다.

 그물 손질 '끝'. 곧 출어를 준비할 시간임을 직감한다.
그물 손질 '끝'. 곧 출어를 준비할 시간임을 직감한다. ⓒ 이돈삼

영당풍어굿은 고유제를 시작으로 당기받기, 용왕맞이굿, 넋맞이굿, 고풀이굿, 도새굿, 걸립굿, 어장굿, 오방굿, 액맥이굿, 헌석굿, 뒷전굿으로 진행된다. 극적 연출을 바탕으로 종교성과 오락성을 버무렸다.

풍물과 노래, 춤과 놀이가 함께 진행되고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살'을 푸는 의식까지 포함돼 있다. 영당풍어굿은 1991년 제32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영당에는 1994년부터 이순신, 최영, 이대원, 정운 등 4명 장수와 용왕신, 산신의 영정을 모시고 있다. 역사 인물을 신격화하고 있는, 보기 드문 영당이다. 민중들에 의한 의례공간이면서 놀이공간이고, 종교적 의미까지 지닌다.

 당머리마을 풍경. 찾는 발길이 거의 없어 한적하다.
당머리마을 풍경. 찾는 발길이 거의 없어 한적하다. ⓒ 이돈삼

 마을 뒤 언덕에서 내려다 본 당머리 풍경. 마을 주민이 집으로 향하고 있다.
마을 뒤 언덕에서 내려다 본 당머리 풍경. 마을 주민이 집으로 향하고 있다. ⓒ 이돈삼

당머리는 생각만으로도 감미로운 여수밤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덜 알려진 지점이다. 마을에서 다도해와 장군도, 거북선대교와 돌산대교를 다 조망할 수 있다. 돌산공원 전망대도 올려다 보인다.

당머리 주변에서 다양한 개발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가까운 경도는 남해안권 해양관광의 거점으로 조성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이 1조 5천억 원을 투자한다. 호텔과 숙박시설, 해수풀, 워터파크, 쇼핑몰 등이 들어선다.

경도와 신월동을 연결하는 연륙교도 놓인다. 지역발전의 걸림돌로 지적받아 온 조선소도 옮겨간다. 마을 뒤편 남산공원은 근린공원으로 조성된다. 국동항 수변공원과 어항단지로 이어지는 해안산책길도 멋스럽게 단장된다.

여수관광의 새로운 핫 플레이스가 될 수 있는 곳이다. 그 중심에 당머리가 있다. 주민들은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당머리, 소중한 문화자원을 아끼는 당머리를 그리고 있다.

 마을 뒤 언덕에서 내려다 본 당머리마을 풍경. 바다 건너로 보이는 섬이 해양관광단지로 개발되고 있는 경도다.
마을 뒤 언덕에서 내려다 본 당머리마을 풍경. 바다 건너로 보이는 섬이 해양관광단지로 개발되고 있는 경도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일보에도 실립니다.


#당머리#여수당머리#돌산대교#여수하모거리#여수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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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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