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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투자는 2000년 후반 영미권에서 흐름이 형성되어 2010년 무렵 우리나라에 도입된 투자 방식이다. 사회, 환경적으로 유의미한 임팩트(impact)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이 새로운 투자 실험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이 글은 글로벌 임팩트 투자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한국적 맥락에서 발전적 대안을 찾기 위한 취지에서 작성된 것으로, 이후 몇 차례에 걸쳐 게재할 예정이다.[기자말]
임팩트투자는 미국의 록펠러재단이 처음 제안한 개념(2007년)이다. 자선투자(philanthropy) 방식은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있으니 재무적 수익과 사회·환경적 '임팩트'를 동시에 추구하자는 제안이 공감대를 얻으면서 새로운 투자 방식으로 부상했다.

영국에선 임팩트투자라는 표현 대신 사회투자(social investment)라고 부른다. 미국이 민간 주도로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면, 영국은 정부가 이끌고 민간이 따르는 방식이다. 개념이나 목표, 작동 방식은 큰 차이가 없다. 사회·환경적 가치가 큰 사업에 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자본시장의 변방에 머물던 이 투자 방식이 조명을 받게 된 계기가 있다. 팬데믹이다. 신종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한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은 기후와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동시에 인류가 직면한 '위기' 상황이 사업적 '기회'로 연결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방아쇠(trigger)로 작용했다.

투자 영역은 다양하다. 국제임팩트투자네크워크(GIIN)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 기후 변화 대응, 성평등, 청정에너지, 불평등 완화, 건강과 웰빙, 지속가능한 공동체, 빈곤퇴치에 이르기까지 사회(S)와 환경(E) 전반에 골고루 펼쳐져 있다,

임팩트투자 자산 배분 현황 (지속가능목표, 중복 선택) 2023 GIIN SIGHT
임팩트투자 자산 배분 현황 (지속가능목표, 중복 선택)2023 GIIN SIGHT ⓒ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투자자 분포를 살펴보자. 현재 임팩트투자 시장의 큰손은 자산운용사다. 운용자산(AUM)의 7할이 넘는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을 포함, 거대 운용사들이 이 시장의 흐름을 좌우한다.

2018년 벽두, 블랙록의 최고경영자 래리 핑크(Larry Pink)는 피투자회사에 보낸 공개 서신에서 '사회와 환경에 공헌하라. 아니면 우리의 지지를 잃을 위험을 무릅쓰던지!'라는 경고와 함께 이에스지(ESG)를 투자 철학으로 삼겠음을 천명했다. 전 세계 기업과 투자자들을 놀라게 한 파격적 선언이었다.

자본시장에 이에스지 바람이 불면서 이 세 글자는 우리 시대를 상징하는 표어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 흐름은 오래 가지 못했다. 5년이 지난 2023년 6월, 블랙록은 '더 이상 ESG라는 단어를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더니 뒤이어 자산운용사들의 기후 대응조직인 NZAMI를 탈퇴했다. 방향을 거꾸로 돌린 것이다.

이 느닷없는 선회의 배경에 도널드 트럼프를 위시한 공화당과 이들을 지원하는 화석 연료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텍사스주(州)를 포함해 공화당을 지지하는 주정부들이 ESG를 반대하는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는 등 정치적 압력에 굴복한 결과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임팩트투자자 조직 유형 2023 GIIN SIGHT
임팩트투자자 조직 유형2023 GIIN SIGHT ⓒ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국제 정치 지형이 오른편으로 기우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의 주축인 독일과 프랑스 안에서도 ESG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을 포함, 유럽 지역은 투자자의 45%, 운용자산의 53%를 점유하는 임팩트투자의 큰 시장이다. 아직 큰 변화의 징후는 발견되지 않으나, 기조가 바뀔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편,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일본 임팩트투자 시장은 2018년에 약 700억 엔 수준에 불과했으나, 2021년 기준 약 1조 3200억 엔(약 12조 8000억 원) 규모로 급성장했다(2021/GSG Impact Japan). 불과 3년 사이에 18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일본에 임팩트투자 시장이 활성화된 배경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ESG투자 시장 확대, 기관투자자들의 참여, 임팩트 측정 수단 발전, 휴면예금 활용이다. 일본 임팩트 투자시장은 영국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이끌고 민간이 따르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일본 임팩트투자 추이 Impact Investing Market Overview
일본 임팩트투자 추이Impact Investing Market Overview ⓒ GSG Impact Japan

일본 사회혁신투자재단(SIIF)의 슈이치 오노(大野修一) 이사장은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려면 혁신적인 방식으로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기업과 스타트업이 늘어야 하고,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한다(2023 Impact Review). 임팩트투자 생태계를 만들려면 민관 협치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현재 국제 임팩트투자 시장은 순풍과 역풍이 교차하고 있다. 자본의 힘을 통해 사회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어떻게 전개될까. 임팩트투자는 자본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수익성이 낮은 투자 방식이고, 사회·환경 측면에서 바라보면 가치 창출이 의심되는 사업이다.

임팩트투자는 자본시장과 가치투자의 경계에서 힘겹게 외줄을 타고 있다. 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면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한다. 몸이 한쪽으로 기울면 봉을 다른 쪽으로 기울여야 하는 이치와 같다. 융합(convergence)과 통섭(consilience)이 필요한 사업 영역이다.

덧붙이는 글 | 문진수 기자는 사회적금융연구원장입니다


#임팩트투자#IMPACTINVESTMENT#ESG#사회투자#SOCIALINVEST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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