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월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마은혁 임명보류' 권한쟁의 선고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
2월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마은혁 임명보류' 권한쟁의 선고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 ⓒ 연합뉴스

1. 마은혁 임명 보류와 마용주 임명의 문제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두 달이 넘도록 결정을 보류해 온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를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인용결정에 따라 곧바로 재판관으로 임명해야 하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여전히 보류하고 있다. 여당이 마용주 후보자의 임명에는 동의하는 반면, 마은혁 후보자의 임명에는 결사반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세력과 이에 동조하는 여당이 마은혁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인데, 최 대행도 이에 편승해 여야합의라는 부적절한 명분을 내세워 마은혁의 임명을 보류해 온 것이다.

반면 마용주의 경우에는 여권과 최 대행이 임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들의 기준에서 마용주의 정치적 성향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 대행의 이와 같은 선별적 행태는 -헌법적 판단이 아닌- 지나친 정파적 이해에 매몰되어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마은혁뿐 아니라 마용주도 시급히 임명해야 할 현실적 필요성은 있다. 일단 마용주 임명을 위한 절차적 과정은 마친 상태이다. 즉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의 동의절차를 거쳤고, 대통령의 임명만 남겨놓고 있다. 그리고 대법원의 사건 처리 지연 문제 등으로 공석중인 대법관의 임명이 시급하긴 하다. 따라서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마용주의 임명에는 동의하고 있고, 여론도 같은 입장인 듯하다. 따라서 마은혁의 경우에는 정치권에서 의견이 갈리지만, 마용주는 임명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용주의 임명에는 간과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헌법적 문제가 있다.

2. 권한대행의 한계

국무총리나 기타의 국무위원은 대통령이나 부통령과는 달리 국민에 의한 선출직 공직자가 아니다. 따라서 권한대행인 국무위원의 민주적 정당성은 없거나 매우 취약하다. 민주국가에서 공직자의 권한행사의 크기를 좌우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선거를 통한 국민으로부터의 민주적 정당성이고, 이는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국민주권주의의 이념상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의 범위는 대통령과는 달리 소극적·제한적이고 지극히 현상유지적인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3. 마은혁은 바로 임명해야

AD
앞서 언급했듯이 헌재의 인용결정에 따라 최 대행은 곧바로 마은혁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임명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 대행 측은 헌재의 인용결정이 나오자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헌법재판소의 선고문을 잘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 대행이 관련 기관과 협의해 결정할 뜻을 밝힌 만큼 실제 마 후보자를 임명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한덕수 총리의 직무 복귀 가능성도 변수다. 즉 한 총리의 탄핵심판이 기각돼 복귀할 경우 마 후보자 임명 여부가 한 총리의 몫이 되기 때문에 이를 대비해 최 대행이 좀 더 시간을 끌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기에는 위에서 지적했듯이 마은혁 후보자에 대한 여당의 임명 반대 기류도 한몫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최 대행의 태도는 헌재의 결정을 무시하는 처사로서 무책임하고 비겁한 행태라 아니할 수 없다. 만일 최 대행이 헌재의 인용결정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임명을 보류한다면 이는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의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는 헌법재판소법 제67조 제1항과 "…헌법재판소가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한 때에는 피청구인은 결정 취지에 따른 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동법 제66조 제2항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으로 명백한 위헌·위법이다.

그리고 그 위헌·위법의 중대성 또한 심대하기 때문에 당연히 탄핵사유에 해당한다. 이는 결국 헌재의 위상과 권한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고, 헌재의 9인 재판관 완전체로서의 원활한 기능 수행을 현저히 저해하는 위헌적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최 대행은 헌재의 인용결정과 앞서 언급한 헌법재판소법의 관련 규정에 따라 정파적 이해를 초월해 좌고우면하지 말고 즉시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

4. 마용주 임명은 보류해야

대법관 임명은 현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따라서 권한대행이 대법관을 임명해서는 안된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경우 대통령의 임명권은 실질적·배타적 권한이다. 이러한 대통령의 권한은 대법원장에 대한 임명권과 더불어 단순히 입법권·행정권·사법권이라는 병렬적 3권의 한 축인 행정부의 수반으로서의 지위에서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원수이자 국정의 최고책임자의 지위에서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은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의 동의를 얻는다는 전제하에-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대법관을 최종 임명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회 몫 헌법재판관의 경우 국회에서 합법적 절차에 따라 선출되면 사실상·헌법상 재판관으로 확정되기 때문에 국회 선출 몫인 헌법재판관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이 형식적·절차적인 행위에 불과한 것과 본질적으로 대비되는 것이다.

정리하면,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실질적 임명권은 국회에게 있고 이 경우 대통령의 임명권은 재량의 여지가 없는 형식적·절차적인 권한에 불과하지만,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은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선출된 현직 대통령의 실질적·배타적인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이를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대통령과는 달리 소극적·제한적이고 지극히 현상유지적인 권한만을 가지는- 비선출직 권한대행이 행사해서는 안된다.

국무회의 입장하는 최상목 권한대행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국무회의 입장하는 최상목 권한대행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5. 마용주 임명 보류가 야기하는 업무 부담 문제의 근본적 원인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이 마용주의 임명을 보류할 경우 대법원의 사건 처리 지연이나 과중한 업무 부담의 문제가 제기된다. 그러나, 여기서 상론할 문제는 아니지만, 대법원의 과중한 업무 부담 문제는 공석 대법관 1인의 충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대법원의 전문화와 대법관 수의 획기적 증원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을 반대하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 이유는 대법원 판례를 통해 법의 통일적 해석을 가능케 하려면 순조로운 전원합의체 운영이 전제돼야 하고 더 이상의 증원은 이를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우리나라 법체계인 대륙법계의 모국인 독일의 경우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사건 관할별로 5개의 전문법원인 연방통상법원, 연방행정법원, 연방재정법원, 연방노동법원, 연방사회법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대법관 수는 모두 32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역시 대륙법계의 대표적 국가인 프랑스의 경우 우리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법원으로 민·형사사건을 관할하는 최고법원인 파기원과 행정사건을 관할하는 최고법원인 국사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파기원에만 약 200명의 법관이, 국사원에만 약 230명의 법관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두 전문성과 대법관 수에 있어서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근본적 개혁에 반대하는 우리 대법원의 완고한 입장은 국민의 권익을 고려한 합리적인 견해라기 보다는, 대법원 권위 수호와 전관 예우에 대한 고려, 그리고 왜곡된 엘리트주의와 집단이기주의 때문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결국 대법원의 업무과중을 해소하고 대법원의 최고법원으로서의 기능 극대화와 재판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대법관 수의 획기적 증원와 전문법원화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인데, 이는 헌법개정을 요하는 문제로서 여기서 상세히 거론될 수 있는 주제는 아니다. 다만 대법관 1인 공석의 임명으로 당장의 업무 과중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6. 결론

결국 마은혁 후보자에 대한 최 대행의 임명 보류는 헌재의 인용결정과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2항 및 제67조 제1항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으로, 국회와 헌재의 권한을 침해함과 동시에 탄핵사유이자 형법상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반면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현직 대통령만이 행사할 수 있는 대법관의 임명을 권한대행에 불과한 최상목 국무위원이 적극적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결코 허용될 수 없는 월권행위이자 민주주의 원리를 위반하는 것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법원의 사건 처리 지연 문제 등으로 공석중인 대법관의 임명이 시급하긴 하지만, 2022년 오석준 대법관에 대한 국회의 임명 동의가 지연되면서 전원합의체가 3개월간 선고를 내리지 못한 전례도 있다. 또한 법적으로는 전원합의체는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에 따라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인 9명만 있어도 선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도 얼마든지 선고를 내릴 수 있다. 지금 당장 대법원의 기능이 마비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조만간 이루어질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종국결정에서 기각될 경우 윤 대통령이 복귀해서 곧바로 임명하거나, 아니면 파면될 경우 60일 이내에 이루어질 선거에서 당선되는 새 대통령이 바로 임명하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현재의 정국과 헌재의 탄핵심판 진행 상황을 감안할 때 그리 오랜 기간 지체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경우 새로이 당선된 대통령이 마용주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거부하고 새로운 대법관 후보자를 임명하고자 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 경우 마용주 후보자는 전임 대통령에 의하여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이고, 신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과 다른 헌법적·정무적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첫째, 대법관의 임명은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의 동의를 얻는다는 전제하에서- 대법관 임명 당시의 현직 대통령의 배타적인 고유권한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둘째, 새로 당선된 대통령은 국민들로부터 선거를 통해 획득한 새로운 민주적 정당성에 의거 대법관 임명에 대한 새로운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정당화되는 것이다.

결국 최 대행의 마은혁 후보자 임명 보류, 그리고 예상되는 마용주 후보자에 대한 임명 모두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고 헌정 질서의 회복에 도움이 안 되는 행위로서, 정치권과 국민들간의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특히 마용주 후보자의 임명은 대부분의 생각과는 달리 헌법 원칙에 부합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최 대행은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와 정파적 판단에 매달리지 말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헌법정신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마용주#마은혁#최상목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연주 (paul7636) 내방

연세대학교 법대 (법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법학석사) 독일 뮌헨대학교 법대 (법학박사) 전남대학교 법대 교수 동국대학교 법대 교수 성신여대 법대 교수 역임



독자의견8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