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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조선일보>는 "'혐오의 언어' 난무, 둘로 쪼개진 3·1절"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보냈다.
3일 <조선일보>는 "'혐오의 언어' 난무, 둘로 쪼개진 3·1절"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보냈다. ⓒ <조선일보>

3일 <조선일보>는 "'혐오의 언어' 난무, 둘로 쪼개진 3·1절"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보냈다.

사설은 "3·1절 서울 도심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각각 열리며 두 쪽으로 갈라졌다"면서 "독립을 위해 온 민족이 하나가 됐던 3·1 정신은 실종된 채 상대를 향한 극단적 비난과 욕설, 혐오와 선동의 언어가 난무했다. 여야 정치권은 국민 통합을 위해 앞장서기는커녕 극단적 혼란과 분열을 부추겼다"며 탄핵 찬성 집회와 탄핵 반대 집회를 동일 선상에 놓았다.

사설은 탄핵 반대 집회에 대해선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 국민적 저항으로 산산조각 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좀비 좌익 세력' '지렁이 떼' 등의 비하와 욕설도 쏟아졌다"면서 "윤 대통령은 옥중 메시지에서 '자유 수호 의지와 책임 의식을 갖고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했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옥중 편지를 통해 '문형배·이미선·정계선 헌법재판관을 즉각 처단하자'고 했다. 집회에 참가한 국민의힘 의원들도 '공수처·선관위·헌재를 모두 쳐부수자' '대한민국은 좌파 강점기'라고 했다"라며 집회에서 나온 발언들을 나열했다.

사설은 탄핵 찬성 집회에 대해선 "이재명 대표는 '국민의힘은 수구조차 못 되는 반동' '내란의 밤이 계속됐다면 연평도 앞바다의 꽃게밥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망상 장애 괴물 윤석열이 지X 발광을 하고 있다'고 했다"며 "민주당은 국민 통합을 당부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선 '윤 대통령에게 충성 맹세하며 통합 운운하지 말라' '내란 수괴 못지않다'고 공격했다"라고 집회 발언들을 소개했다.

두 집회를 다루며 다른 점이 있다면 탄핵 찬성 집회의 경우 사설은 발언 나열 이후 "계엄·탄핵 사태로 인한 국가적 위기와 혼란을 수습하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발언의 수위만 놓고 봐도 탄핵 반대 집회 쪽이 탄핵 찬성 집회보다 훨씬 갈등을 부추겼다. 헌법재판소를 포함해 국가기관에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자고 선동했고 탄핵을 찬성하는 이들을 좌익으로 매도하며 비난했다.

적어도 이재명 대표와 황운하 원내대표, 민주당의 경우 비판의 대상으로 사실상 계엄을 옹호하는 국민의힘과 여전히 음모론에 빠져 계엄을 정당화하는 윤석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하고 있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판했다. 비판받을 만한 일을 해서 비판한 것과 국가기관을 쳐부수자며 헌정질서 자체를 붕괴하려는 것이 어떻게 양비론의 대상이 될 수 있나. 이러한 <조선일보>의 양비론은 기실 탄핵 반대 세력의 논리에 힘을 실어주는 것과 다름없다.

"분열과 갈등 심각"? 그 분열과 갈등의 원흉은 누구인지가 중요

사설은 "2주일 전 광주에선 보수·친야 단체들이 각각 대규모 탄핵 찬반 집회를 열며 경찰 차벽을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1월에는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부지법에 시위대가 난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며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그만큼 심각하다. 그런데 온 나라가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던 3·1절에도 탄핵 찬반으로 갈려 극단적 싸움을 벌여야 하나"라고 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특정 사안에 대해 다른 목소리가 광장에서 충돌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조선일보>가 그토록 비난하는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 사회를 바란다고 볼 수밖에 없다.

분열과 갈등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그러한 분열과 갈등이 왜 발생했는지가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문제의 핵심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의 일차적 책임을 져야할 이들은 위헌 계엄을 저지른 윤석열과 이를 옹호하고 든 여당, 그리고 가짜뉴스와 선동으로 사람들을 호도한 극우 유튜버들과 언론이다.

<조선일보>는 그러한 책임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조선일보>는 윤석열 탄핵 찬반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몫이고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하면서 동시에 지금껏 수십 차례 기사와 사설로 헌재가 불공정하다고 비판하며 헌재 흔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서부지방법원이 폭도들로부터 습격당한 뒤에도 법원의 잘못도 있다는 식으로 사설을 내보냈고 헌법재판관들을 토벌해야 한다는 광고까지 실었다.

뿐만 아니라 탄핵 찬성 측의 논리보다는 탄핵 반대 측의 논리를 더 많이 부각해 보도했다. 탄핵 반대 세력의 일부 젊은층을 두고 '계엄은 계몽이라고 얘기하는 청년들이 희망'이라고 한 적도 있다.

탄핵 반대 세력 극단화에 가장 기여한 언론 <조선일보>

이처럼 윤석열 탄핵소추 이후 계속해서 탄핵 반대 세력에 힘을 실어준 <조선일보>가 이제와서 "극단적 싸움"을 멈추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의 극치다. 현재 레거시미디어 중 탄핵 반대 세력의 극단화에 가장 기여한 언론이 바로 <조선일보>다. 이번 사설처럼 헌정질서를 수호하자는 탄핵 찬성 집회와 헌정질서를 깨부수자는 탄핵 반대 집회를 '극단적'이라며 동일시하는 양비론적 행태도 수없이 계속됐다.

사설은 말미에 "지금 대한민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경제·외교 정책과 안보 지형의 변화, 성장 잠재력과 산업 경쟁력 저하로 비상 상황에 처해 있다. 정치권이 국론 분열을 부채질한다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며 "여야는 국민을 편 갈라 선거에서 이득을 보려 해선 안 된다. 이런 극단적 분열상이 계속된다면 헌재에서 어떤 결정이 나도 불복하는 최악의 사태가 올 수 있다"고 했다.

지금 계속해서 국민을 편 가르는 것은 정치권뿐만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보도 행태를 살펴보면 <조선일보>야말로 그 편가르기 선두에 있다. 단순히 '통합을 해야한다'라고 외친다해서 그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단단히 잘못 생각한 것이다.

#윤석열#조선일보#탄핵반대세력#양비론#극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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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ahtclsth) 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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