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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5월 13일 이스라엘 경찰이 이스라엘군에 살해된 알자지라 언론인 시린 아부 아클레의 장례식 운구 행렬을 진압하고 있다.
2022년 5월 13일 이스라엘 경찰이 이스라엘군에 살해된 알자지라 언론인 시린 아부 아클레의 장례식 운구 행렬을 진압하고 있다. ⓒ 연합뉴스 = AP Photo/Maya Levi

 2022년 5월 13일 이스라엘 경찰이 이스라엘군에 살해된 알자지라 언론인 시린 아부 아클레의 장례식 운구 행렬을 진압하면서 한 참석자를 폭행하고 있다.
2022년 5월 13일 이스라엘 경찰이 이스라엘군에 살해된 알자지라 언론인 시린 아부 아클레의 장례식 운구 행렬을 진압하면서 한 참석자를 폭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 AP Photo/Maya Levi

지난 2월 24일 월요일,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 나블루스에 있는 사우산(Sawsan)이라는 여성과 화상으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우산은 '팔레스타인 여성지원센터'가 운영한 여성 언론인 양성 과정을 수료했고, 그녀가 쓴 팔레스타인 농민에 관한 기사는 한국의 한 매체를 통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사우산에게 물었습니다.

미니 : 존경하는 또는 닮고 싶은 언론인이 있나요?
사우산 : 쉬린이요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쉬린 아부 아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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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린 아부 아클레(Shireen Abu Akleh)는 1971년 팔레스타인 예루살렘에서 태어났습니다. 요르단 야르무크(Yarmouk)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한 그녀는 졸업 후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갔습니다. 쉬린은 1997년부터 <알자지라> 소속으로 25년 동안 팔레스타인 현장에서 전쟁, 수감자, 나크바(대재앙) 등에 관한 보도를 이어간 여성 언론인이었습니다.

당시 팔레스타인 여성 기자로서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아주 소수에 불과했으며, 쉬린의 경력은 언론인을 꿈꾸는 많은 젊은 여성들에게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 알자지라, '쉬린 아부 아클레, 알자지라 기자이자 팔레스타인의 딸'

2022년 5월 11일 쉬린은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벌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 제닌에서 취재를 하고 있었습니다. CNN이 보도한 영상을 보면 당시 쉬린은 기자임을 드러내는 'PRESS'라는 글자가 크게 적힌 파란색 조끼를 입고 다른 기자와 함께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몸을 숙이며 이리저리 뛰어다녔습니다. 곧이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쉬린이 보이고, 곁에 있던 사람이 팔을 잡아 일으키려고 하지만 그녀는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이후 그녀는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병원 측에서는 그녀가 머리에 총을 맞았고 사망했다고 했습니다. <알자지라>의 동료 기자 알리 알 사무디(Ali al-Samoudi)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촬영하려고 했는데, 그들은 우리에게 떠나라거나 촬영하지 말라는 경고도 없이 총을 쏘았습니다.

이틀 후인 5월 13일 예루살렘에서 쉬린의 장례식이 열렸고,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운구 행렬에 참여했습니다. 이때 무장한 이스라엘 경찰이 쉬린의 관을 메고 가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공격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보도한 BBC의 영상을 보면 이스라엘 경찰은 곤봉을 휘두르며 팔레스타인인을 폭행했고, 팔레스타인인이 가지고 있던 팔레스타인 깃발을 빼앗기도 했습니다.

기자들의 무덤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이상의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 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 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에 이어 발표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의 일부 내용입니다.

지배자가 피지배자의 심리를 조종하거나 국내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언론을 통제하는 것입니다. 만약 지배자의 뜻대로 언론이 통제되지 않으면 언론인을 감금하거나 살해하기도 합니다.

국제언론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가 지난 2월 12일 발표한 '2024년은 언론인보호위원회 역사상 언론인에게 가장 치명적인 해, 이스라엘에 의해 거의 70%가 살해됨'이라는 특별 보고서의 첫머리는 이렇습니다.

2024년에는 언론인보호위원회가 30년 이상 자료를 수집해 온 이래 가장 많은 언론인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최소 124명의 언론인과 언론 관계자가 지난해에 사망했으며, 그 가운데 2/3가량이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된 팔레스타인인입니다.

언론인보호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85명의 언론인 및 관계자가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했습니다. 2023년 10월 7일 이후 올해 2월 28일까지 확인된 팔레스타인 언론인 사망자는 162명에 이릅니다.

2024년 12월 12일 국경없는기자회(RSF)는 '2024년 종합 - 살해, 구금, 인질 억류 및 실종된 기자들'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합니다. 이 보고서는 팔레스타인의 언론 환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2024년 가자 지구는 언론인에게 가장 위험한 지역이 되었으며, 저널리즘 자체가 소멸의 위협을 받는 곳이 되었습니다. 올해 사망한 언론인의 1/3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론인을 수감하는 상위 5개국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2024년 5월 이스라엘은 그동안 자국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해온 <알자지라>의 예루살렘 지국을 폐쇄했습니다. 이에 대해 <알자지라>는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벌이는 자신의 행위를 감추기 위해 언론 자유를 탄압한다고 했습니다. 같은 해 9월에는 이스라엘이 서안 지구 라말라에 있던 <알자지라> 지국도 폐쇄했습니다.

이처럼 이스라엘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팔레스타인 언론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목소리 없는 자들을 위한 목소리

팔레스타인 작가 아테프 아부 사이프(Atef Abu Saif)는 이스라엘의 폭격이 시작된 2023년 10월 7일부터 가자 지구에서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가자는 버려졌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는 매일 새로운 학살로 수십 명이 죽었다고, 민간인이 살해 당했다고 소식을 듣는데, 누구 하나 보도조차 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가자시티와 북부를 절대 떠나지 말았어야 할 두 집단은, 이 지역을 가장 먼저 떠났다. 기자들과 국제 기구를 말하는 것이다.
- 아테프 아부 사이프, <집단학살 일기: 가자에서 보낸 85일>

 아테프 아부 사이프, <집단학살 일기: 가자에서 보낸 85일>
아테프 아부 사이프, <집단학살 일기: 가자에서 보낸 85일> ⓒ 두번째테제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호소했던 것이 세상 아무도 모른 채 우리만 이렇게 죽어간다는 고립감이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고립은 언론과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많은 기자가 가자 지구를 떠나기도 했고,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대한 기자의 접근을 막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남아 있는 팔레스타인 기자들은 폭탄이 터지고 총탄이 빗발치고, 수시로 전기와 인터넷이 끊기는 가운데도 가자의 참상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팔레스타인 기자들은 자신이 기자이기 때문에,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까지 이스라엘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걸 알면서도 현장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가자의 실상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게 된 것은 생과 사를 뛰어넘어 현장의 상황을 전하려 했던 팔레스타인 기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 평화운동가

#팔레스타인#이스라엘#가자지구#쉬린아부아클레#알자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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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의 팔레스타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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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이 있는 곳에 자유가, 전쟁이 있는 곳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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