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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3일 오후 3시 5분]

이 정도면 홍보해 주려고 쓴 글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직격하며 "반기업적, 반시장적인 인물이라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되었다"라고 적었습니다.

이 의원은 "대한민국에도 엔비디아 같은 혁신 기업이 탄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성공하면 법인세를 가져가는 것도 모자라, 30%의 지분을 국민에게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면, 과연 그 기업이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할 이유가 있을까요?"라고 합니다.

이준석 페이스북 게시글
이준석 페이스북 게시글 ⓒ 이준석

이 의원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요? 이재명 대표가 한국의 엔비디아 같은 기업을 키워 지분의 30%를 강탈하자고 하는 것일까요? 이 의원 글을 더 보면 의도가 분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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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정치권이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생기면 뜯어먹을 생각"을 하기 전에" 반성부터 하자고 하고, "(이재명) 본인이 내세우는 '기본' 시리즈의 재원 마련이 어려우니, 이제는 기업의 지분을 비정상적으로 확보하겠다는 발상을 내놓는 것 아닙니까?"라고 적습니다.

이젠 분명해지죠. 이준석 의원의 표현 "30%의 지분을 국민에게 배분"은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생기면 뜯어먹을 생각"이자, "기업의 지분을 비정상적으로 확보하겠다는 발상"이라는 것입니다.

실제 이재명 대표가 어떤 발언을 했을까요. 이재명 대표는 '모두의 질문 Q'를 내건 유튜브 채널 'OPQR'에 출연해 사회자 박태웅씨와 이렇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모두의질문Q. 인공지능편
모두의질문Q. 인공지능편 ⓒ 유튜브 OPQR채널

이재명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예를 들면 지금 인공지능에 투자해야 되잖아요.그중에 일부를 국민 펀드나 아니면 국가가 가지고 있으면서 거기서 생기는 생산성의 일부를 국민이 모두가 골고루 나눠 가지면 세금 굳이 안 걷어도."

박태웅 "그게 아니더라도요. 이게 지금 가령 (정부가) 2조를 쓰기로 했다면 2조가 다 세금이잖아요."

이재명 "세금이죠. 국민이 낸 거에요."

박태웅 "그러니까 당연히 여기서 나온 결과물을 시민들하고 어떻게 나눠 가질 건지 처음에 이걸 시작하면서 합의가 돼야 되는 거예요."

이재명 "저는 가능하다고 보는데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하나 새로 생겼다. 그중에 국민의 지분이 30%다. 그래서 그 70%는 민간이 가지고 30%를 국민 모두가 나누면 굳이 세금에 막 그렇게 의존하지 않아도..."

박태웅 "저는 그게 되게 좋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이준석 의원의 화살은 과녁을 크게 빗나가

 모두의질문Q. 인공지능편
모두의질문Q. 인공지능편 ⓒ 유튜브채널OPQR

맥락을 좀 더 살펴보면요. 이 대화가 나오기 직전엔 신재생에너지 투자 사업처럼 향후 새로운 산업이 열리는 분야에서 정부나 국민이 직접 투자에 참여해 나오는 수익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토론했습니다. 그 전에는 함께 출연한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업계의 현황을 전했습니다. 핵심은 역량이 뛰어난 국내 연구자들과 개발자들이 소량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칩들조차 확보하지 못해 최신의 연구와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이재명 대표가 엔비디아 같은 기업의 지분 30%를 언급한 취지는 이미 성공한 기업의 지분을 빼앗자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과감한 투자에 나서자는 취지이고, 지분 30%는 투자의 결과물인 것이죠. 정부가 초기에 모험 투자를 한 만큼 지분을 취득하고, 그 지분을 통해 기업의 이윤을 주주인 정부, 궁극적으로 세금을 낸 국민들이 함께 나누자는 취지죠.

오히려 이준석 의원에게 되묻고 싶네요. 주주가 회사의 성과를 공유하는 것이 반기업적이라면, 이준석 의원은 자본주의의 기본 질서를 부정하는 것인가요?

그럼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싱가포르나 노르웨이 같은 정부의 투자청은 막대한 투자를 하고도 기업으로부터 아무 수익도 받지 않을까요? 주요 국부펀드의 운용 사례만 봐도 이준석 의원의 화살은 과녁을 크게 빗나갔습니다. 오히려 이재명 대표의 AI 전략을 홍보해주려는 생각이 아닌가 싶네요.

 마리아나 마추카토는 <미션 이코노미>를 통해 미국이 아폴로 1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던 것처럼 정부가 미션을 수립하고 선도적으로 산업계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리아나 마추카토는 <미션 이코노미>를 통해 미국이 아폴로 1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던 것처럼 정부가 미션을 수립하고 선도적으로 산업계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 윤형중

이재명 대표가 혁신 산업에 정부가 나서서 선투자를 하자는 발언도 아주 새로운 내용이 아닙니다. 그간 학계에서도 상당히 제기된 주장이죠. 대표적인 학자가 유니버시티컬리지런던(UCL)의 마리아나 마추카토 교수입니다. 그는 위치정보시스템(GPS), 음성인식 서비스, 초박막 LCD, 멀티 터치스크린, 리튜이온배터리 등 시장의 판을 흔드는 혁신 기술들은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과감한 투자를 한 덕분에 나왔다며, 혁신의 주체로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이렇듯 마추카토는 혁신과 성장에 있어 정부와 공공 부문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그 기여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분배를 주장합니다. 가치 창출에 공공이 기여한 만큼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죠. 물론 마추카토가 그 보상으로 직접적인 재분배를 주장하진 않았지만, 그 보상을 어떻게 구체화할지는 충분히 토론할 수 있는 주제입니다.

이준석 의원은 마추카토 교수의 이런 주장도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생기면 뜯어먹을 생각"으로 치부하나요? 만약 그렇다면 그 정치 평론의 수준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욕하면서 닮는다고, 이준석 의원도 윤석열 대통령을 닮나 봅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시절에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했다며 극심한 내수 침체기에도 긴축을 하며 경제를 파탄냈죠. 이명박, 박근혜 정부도 내수 침체기엔 재정을 확대했는데도 말이죠. 보수 정부라도 내수 침체기엔 재정을 확장하고, 진보 정부라도 경제 과열기에 긴축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무조건적인 갈라치기와 깍아 내리기식의 정치는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리는 이런 안타까운 수준의 정치 평론을 할 때가 아닙니다. 정부가 최첨단 혁신 산업에 과감하고도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를 하는 것은 이젠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마추카토 교수는 이런 투자를 '인내자본'이라고 표현했죠.

전세계 주요 정부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핵심 전략 자산으로 여기며 자칫하면 주요 장비의 반출마저 막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가 시급하게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부가 인내자본을 가장 의미있게 사용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인내자본의 규모를 어느 수준으로 해야 하는지, 인내자본으로 만들어낸 성과물을 어떻게 배분/활용해야 하는지 등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누구를 공격하기 위해 아무 말이나 내놓는 정치 평론은 이제 그만 봤으면 좋겠고, 우리 사회에 진짜 필요한 토론이 시작되길 기대합니다.

#이재명#인공지능#이준석#윤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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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구소 LAB2050 대표. 정책 평론가. 전 한겨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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