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서울시장이 2월 21일 제328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 참석해 시정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의 '저소득층 아이-고소득층 자제' 발언 논란이 4년 만에 다시 불붙었다.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24일 "오 시장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차별적 인식이 다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 측은 "민주당의 악의적인 말꼬리 잡기"라고 반박했다.
문제의 발언은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지난 21일 서울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 당시 박수빈 민주당 서울시의원(강북4)의 '2011년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시장직 사퇴' 관련 언급에 대한 반론 과정에서 나왔다(관련기사 :
오세훈, "아이들 밥 주는 게 싫다고 사퇴했던..." 질문에 정색 https://omn.kr/2cbb7).
오 시장은 당시 "(그때) 제가 분명히 저소득층 아이들 밥 주는 건 동의했다"면서 "그 저소득층 아이에게 돌아갈 것이 고소득층 자제에게 돌아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으니 고소득층에게 가는 건 저소득층에게 다른 학자금 지원이라도 하자는 입장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저소득층 자녀는 '아이'라 지칭하고 고소득층 자녀는 '자제(子弟)'라는 높임말로 지칭한 게 논란이 됐다. 소득수준에 따른 차별적 인식을 드러냈다는 것. 특히 오 시장이 지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당시 <한국일보>와 한 인터뷰에서도 "부잣집 자제분들", "가난한 집 아이" 등의 유사한 표현을 사용해 같은 취지의 비판을 받은 것도 다시 부각됐다.
"출신 배경에 따라 다른 호칭? 내면에 자리 잡은 차별적 인식 드러나"
채현일 민주당 의원은 이날(24일) 본인 페이스북에 <한국일보> 인터뷰를 거론하면서 "같은 어린이를 두고 출신 배경에 따라 다른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그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차별적 인식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오 시장이) 최근 대선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과연 이런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같은 당 장경태 의원 역시 "이 언어 구분은 2011년 무상급식으로 오 시장이 사퇴한 근본적 원인이 된 인식"이라며 "4년 전 보궐선거 때도 똑같은 표현을 한 후 '단순 말실수'라고 넘긴 적 있는데 여전히 똑같은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말실수가 아니라 차별에 진심이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페이스북에 오세훈 서울시장의 '저소득층 아이, 고소득층 자제' 발언 등을 보도한 <오마이뉴스> 기사 캡처본을 올리고 "오세훈에게 아직도 대한민국은 '아이'와 '자제'로 구분되는 신분제 사회"라고 비판했다. ⓒ 강선우 의원 페이스북 캡처
강선우 의원도 전날(23일) 페이스북에 "오세훈에게 아직도 대한민국은 '아이'와 '자제'로 구분되는 신분제 사회"라며 "아이는 내가 갑이니 공짜로 밥 먹이고 말고 할 존재, 자제는 내가 을이라 기분 나쁘시지 않게 모셔야 할 존재"라고 적었다.
청와대 교육비서관을 지낸 박경미 전 의원은 "한 인간이 구사하는 언어는 인식 수준과 정신 세계를 온전히 드러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20대 국회에서 '기초학력보장법'을 발의할 때 낙인효과가 있는 '기초학력미달학생' 대신 '학습지원대상학생'이라 명명했다"며 "혹여라도 상처를 줄까봐 고심 끝에 선택한 표현이었는데 '아이'와 '자제'라는 오 시장의 차별적인 언어 구사에 문제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 자제들이라고 한 적도 있다, 악의적인 말꼬리 잡기"
오 시장 측은 '무리한 정치공세'란 입장이다. 특히 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오 시장이 '아이'와 '자제'란 표현을 굳이 구분해서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몇몇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오 시장이 2021년 보궐선거 후보 당시 <서울경제>와 인터뷰할 땐 "부잣집 아이들", "어려운 분들 자제분"이라고 논란이 된 발언과 반대로 용어를 쓴 바 있고, 2022년 KBS <여의도 사사건건>과 한 인터뷰 때도 "저소득층 자제들"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는 것. 게다가 2021년 9월 시의회 시정질문 때 '서울런' 관련 질문을 받곤 "부잣집 아이", "가난한 집 아이"라고 아예 '자제'란 표현을 쓰지 않은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런 사례를 보면 (아이와 자제를) 구분해서 사용하는 게 아니다"며 "저희들은 민주당의 악의적인 말꼬리 잡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선종 서울시 대변인은 같은 날 성명서를 통해 "민주당이 억지스러운 '의혹 만들기'에 나섰다"며 "오 시장을 '차별주의자' 운운한 것은 침소봉대를 넘어 적반하장격 행태"라고 비판했다.
서울시의회 민주당이 2021년 저소득층 자녀와 고소득층 자녀 간의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인 '서울런' 시범사업 예산을 삭감했던 것을 문제 삼은 것.
그는 "예산 심사 권력을 남용해 교육 사다리를 걷어찰 때는 언제고 이제 와 오 시장 말꼬리를 잡아 '차별주의자'라 조롱하는 모습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아이들의 책상마저 정치에 이용하는 정당이 교육평등을 운운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후안무치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