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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와 광장의 에너지가 분출한 계기로 결성된 단체인 <시민권력직접행동>은 체포버스, 체포텐트, 해체버스 등 윤석열 체포와 내란세력 국민의힘 해체 투쟁을 전개했다. <시민권력직접행동>은 '윤석열 파면 이후 새로운 세상을 열어야 한다' 말하며 '시민권력개헌운동'에 나섰다. '시민권력개헌을 말하다' 시리즈 기사를 연재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100분 토론'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2025.2.19 [더불어민주당 제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100분 토론'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2025.2.19 [더불어민주당 제공] ⓒ 연합뉴스

개헌 얘기하면 블랙홀… 빨간 넥타이 맨 분들만 좋아한다?

개헌 논쟁이 한창이다. 지난 1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MBC '100분 토론'에 나와서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개헌논의와 관련해 "지금 개헌을 얘기하면 블랙홀이 된다"고 선을 그었고, "지금 개헌을 말하면 빨간 넥타이 매신 분들(보수 세력)이 좋아한다"라고 말해서 논란이 됐다. 한마디로 지금은 대선 국면이 아니고 내란 극복과 헌정 질서 회복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러자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주요인사들이 개헌에 관한 발언이 잇따랐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정치인은 대선 후보가 될 자격이 없다"라고 비판하고 "정치인과 전문가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개헌에 공감하고 있다. 많은 민주당 소속 시·도지사들도 개헌에 동의하고 나섰다. 이분들도 빨간 넥타이냐"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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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개헌은 '블랙홀'이 아니라 새로운 나라를 여는 '관문'"이라면서 지난 대선 직전 이재명 대표와 대선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합의했던 '정치 교체 공동선언'을 제시하며 이 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계엄을 막는 개헌을 해야 한다"며 원포인트 2단계 개헌을 주장했고,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절대적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 로드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두관 전 의원도 "4년 중임제로 권력을 분산하고,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는 '분권형 개헌'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개헌을 얘기해서 블랙홀에 빠지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 정치권이 지긋지긋하게 벌여왔던 권력 다툼을 개헌으로 포장했기 때문이다. 집권당과 야당의 이전투구로 다뤄지는 '개헌'은 더 이상 시민들에게 어떠한 호소력도 없다.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말하는 개헌에는 시민들의 권력 따윈 관심 없다고 느껴서다. 먹고 살기 힘든 일터와 삶터의 현실 그리고 광장에서 터져 나오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듣고 있는지 답답함이 커질 뿐이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1차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한 시민, 노동자들이 명동역까지 행진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해고노동자들이 고공농성중인 명동역 부근 세종호텔앞까지 행진한 뒤 마무리집회를 했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1차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한 시민, 노동자들이 명동역까지 행진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해고노동자들이 고공농성중인 명동역 부근 세종호텔앞까지 행진한 뒤 마무리집회를 했다. ⓒ 권우성

개헌논의 두 가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개헌논의 첫 번째 프레임은 "지금은 헌정 질서 회복이 더 중요하다"이다. 지금의 탄핵 국면이 왜 열렸는가? 내란수괴 윤석열이 느닷없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헌법기관인 국회와 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해서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고 비상계엄 기구를 만들어서 영구집권과 독재를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현재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87년 이전의 독재 시절로 돌아가게 하려고 했던 세력을 단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란수괴 윤석열의 파면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며 헌법재판소에서 곧 결정이 나올 것이다. 또한, 내란을 사전에 준비하고 실행에 옮겼던, 비상계엄에 관련된 모든 이들에 대해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개헌 논의가 '이것에 반대하는 것이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탄핵은 탄핵이고, 개헌은 개헌이다. '다시는 내란 세력이 비상계엄과 같은 준동을 할 수 없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목표로 개헌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개헌논의 두 번째 프레임은 '권력 분산 개헌'이다.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헌의 주제는 권력 분산에 집중되어 있다. 어떻게 하면 대통령의 권한을 더 축소하고, 분산할 것인가에 있다. 대통령 임기 단축, 4년 중임제 같은 논의가 그것이다. 또한 이원집정부제, 책임총리제 같은 것도 대통령의 권한을 의회로 분산해야 한다는 뜻이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나눠야 한다는 지방분권형 개헌 논의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모두 중요한 주제들이고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위 두 가지 개헌 프레임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모두 주권자인 시민의 통제와 권력을 강화할 것인가 하는 시민 권력 개헌을 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개헌 논의를 바라볼 때 위 두 가지 프레임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2024년 12월 14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투표가 가결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2024년 12월 14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투표가 가결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 이정민

광장의 요구가 무엇인가에 주목하자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 이후 수많은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왔다. 12.3 비상계엄이 발표된 그 순간부터 시민들은 국회 앞으로 모여서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즉각 나섰다. 시민들은 계엄군의 장갑차를 몸으로 막았고, 국회의원들이 국회 담장을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왔다. 혹시라도 계엄군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를 막아 나설 것에 대비해서 모든 것을 각오하고 국회 앞에 모여서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내란수괴 윤석열이 국회에서 탄핵될 때까지 수십만 명이 국회 앞에 집결해 끝내 탄핵했다.

윤석열 탄핵 이후 체포 구속될 때까지 관저 앞에서 투쟁했던 것도 시민들이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차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했을 때 은박 담요 하나를 덮고 눈을 맞으며 3박 4일간 거리에 앉아서 싸웠다. 그리고 끝내 윤석열을 체포해 구속하게 했다. 이 모든 것은 주권자인 시민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코 가만두지 않겠다,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런 위대한 민주주의 투쟁에도 허탈한 것이 있었다. 바로 "저 내란수괴 윤석열을 왜 우리가 끌어내리지 못하냐"는 것이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전국 각지 광장에 나와서 응원봉과 촛불을 들고 '윤석열을 탄핵하라' 외쳤지만, 실제는 국회에서 200명 이상의 의원들이 탄핵에 찬성표를 던질 수 있도록 압박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사실상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에게 부탁하는 것이었다. 그들 중 일부가 국민의힘에서 이탈해서 탄핵에 찬성, 기권표를 던져서 윤석열이 국회에서 가까스로 탄핵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저 내란수괴 윤석열을 헌법재판소가 파면해 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윤석열과 변호인 일당들이 헌법재판에 출석해서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것을 미디어 생중계로 지켜보는 고역을 감내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광장에 나온 시민들의 요구는 명확했다. '내란수괴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 자격이 없다',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고 했던 윤석열을 당장 끌어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부산의 부산진 시장 부근에서 ‘전두환 정권 타도’,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을 외치며 행진하고 있는 시위 군중들의 모습이다. 시위대가 들고 가는 플래카드에는 “폭압의 사슬끊고 민주화로 통일로!”라고 적혀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부산의 부산진 시장 부근에서 ‘전두환 정권 타도’,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을 외치며 행진하고 있는 시위 군중들의 모습이다. 시위대가 들고 가는 플래카드에는 “폭압의 사슬끊고 민주화로 통일로!”라고 적혀있다. ⓒ 단법인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우리에게는 더 강력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는 '민주주의' 하면 투표를 떠올린다. 지금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 자리 잡은 민주주의도 시민들의 참정권과 보통선거권을 위한 투쟁의 역사다. 또한, 대한민국에서 현재 우리가 누리는 직선제 역시, 전두환 군부독재에 맞서 1987년 6월 시민 항쟁으로 쟁취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항처럼, 주권자인 시민들이 보통선거권을 쟁취하고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소중하며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원래 의미는 그것을 넘어선다. 민주주의(Democracy)는 그리스어 데모스(demos) + 크라토스(kratos)에서 온 말이다. 크라토스는 권력을, 데모스는 시민을 말한다. 즉 민주주의는 '시민에 의한 권력'을 뜻한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시민이 직접 투표를 한다는 것을 넘어 통치하는 정치 체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대리인을 뽑고 이들에게 주권자인 시민의 권한을 위임한다는 대의민주주의에 머물러 있다.

87년 이래로 38년간 이어져 온 현재의 6공화국 헌법 체제 민주주의도 여기에 머물러 있다. 시민 항쟁의 피로 직선제를 쟁취했지만, 통치까지로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윤석열 탄핵 이후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내란 세력을 단죄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내란 세력이 다시는 넘볼 수 없는 강력한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 대리인에게 투표한 후 4~5년간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잘못하면 해고할 권리, 법안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진짜 민주주의로 바꿔야 한다.

 내란수괴 윤석열 다음으로 끌어내릴 사람은? 윤석열 즉각탄핵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
내란수괴 윤석열 다음으로 끌어내릴 사람은? 윤석열 즉각탄핵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 ⓒ 시민권력직접행동

시민소환제, 시민헌법발안제부터 시작하자

2024년 11월 28일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사제 1466인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선고합시다" 시국선언을 발표했을 때 사회적으로 큰 울림을 주었다. 이 시국선언에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은 "국민이 뽑을 권리뿐 아니라 뽑아버릴 권한도 있다"며 윤 대통령의 파면을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이었다.

우리 헌법에는 국민들이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소환할 권리가 없다. 그러나 광장의 요구는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잘못하면 끌어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투표하고 4~5년 동안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해고할 수 있을 때 시민주권이 실현될 수 있다. 그때야 비로소 대리인들이 시민들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며, 주권자가 대리인을 통제하는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다.

또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헌법 1조에 명시하고 있지만 정작 주권자인 시민은 법을 만들 권한이 없다. 오직 대리인인 국회와 정부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들이 독점하고 있는 입법권을 시민들에게 나눠야 한다.

무엇보다 헌법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이 시민에게 있어야 한다. 현재 헌법 개정 발의권은 대통령과 국회(재적과반수)에만 있다. 그리고 대통령이나 국회(과반수)가 발의한 개헌안은 국회가 재적 2/3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시켜 줄 때만 국민이 국민투표로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뿐이다. 이제 시민이 헌법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윤석열 탄핵 이후 새로운 나라를 만들 7공화국 헌법에 담겨야 할 수많은 내용이 있다. 그러나 개헌은 결코 쉽게 이룰 수 없다. 지난 38년간 한 번도 개헌이 이뤄진 적이 없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윤석열 탄핵 이후 개헌은 강력한 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시민소환제, 시민헌법발안제' 도입으로 시작하자.

'시민권력개헌을 말하다' 연재 순서

① 우린 결코 '윤석열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② 시민이 직접 끌어내리자, 시민이 직접 헌법을 만들자
③ 해외 개헌 사례 소개
④ 윤석열 이후 새로운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⑤ 어떻게 헌법을 바꿀 것인가 - 개헌로드맵
⑥ 더 많은 권력을 시민에게! 주권자인 시민이 개헌 운동에 나서자!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재민은 시민권력직접행동 헌법개정운동본부 총괄 본부장입니다.


#이재명#개헌#시민소환제#시민헌법발안#시민권력직접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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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권력직접행동은 12.3 내란수괴 윤석열의 불법 계엄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열린 민주주의 광장의 에너지와 함께하기 위해 결성된 시민단체입니다. 윤석열 탄핵 이후 새로운 세상, 시민들의 직접민주주의가 확장되는 사회를 꿈꾸며 행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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