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원 의원은 탄핵 집회를 주도한 민노총이 마치 북한의 지령을 받은 것처럼 말하면서 민주당이 간첩법 개정안을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 유튜브 갈무리
5선 국회의원인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유튜브에 탄핵 찬성 집회가 마치 북한의 지령에 의해 열린 것처럼 주장해 논란입니다.
나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유튜브에 "북한&외국간첩 싹 다 잡아넣는 간첩법 개정안 발의!!!"라는 제목의 1분 8초짜리 동영상을 게시했습니다. 해당 영상에서 나 의원은 "북한 정권과 내통한 민노총 간부들의 실체가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라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 계엄 전까지 178회 탄핵 집회가 이뤄졌고, 대규모 탄핵집회를 주도한 세력은 민주노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들이 북한지령에 따라 반정부 시위를 이끌었다는 것이 수사기관에 의해 밝혀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민노총은 민주노총을 줄여 부른 말입니다.
나 의원은 "이재명 대표 선거법 1심에서 유죄 선고가 났을 때 민주당과 민노총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세를 과시했다"면서 "민주당은 민노총과 중국 눈치를 보면서 (간첩법) 개정안을 뭉개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나 의원은 "내가 간첩법 개정해서 싹 OO줄게"라고 덧붙였습니다.
일각에선 나 의원의 주장이 마치 북풍과 혐중을 유발하는 가짜뉴스를 확산하는 '극우 유튜버'와 유사하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나 의원의 주장은 지난해 7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정보사 국외 요원들의 정보를 중국 동포에게 넘긴 혐의를 받는 군무원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은 민주당 때문'이라는 주장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그때도 '가짜뉴스'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민주당이 간첩법 개정안 반대? 당시 회의록에 나온 국힘 의원 발언 보니

▲2024년 7월 한동훈 대표의 '간첩법 개정안 무산은 민주당 때문'이라는 글에 박주민 의원이 내놓은 반박 ⓒ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해 7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민주당에서 간첩법 개정에 대해 반대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면서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 일부를 공개했습니다.
그러자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탓하기 전에 국민의힘 의원님들과 먼저 소통부터 하시면 어떨까"라며 "북한 외 다른 외국의 간첩행위에 대해서도 처벌이 필요하다는 말씀 취지에 공감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1건 낼 때 민주당에서 3건의 법안을 낸 게 아니냐"라고 지적했습니다.
박 의원은 "이 법안이 추진되지 않은 것을 '민주당 탓'으로 돌리고 싶겠지만 안타깝게도 사실이 그렇지 않다. 회의록을 한 번이라도 읽어보셨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라며 국회 법사위 소위원회 회의록 일부를 올렸습니다. 그는 "한동훈 대표님, 간첩법 개정 논의에 또 국민의힘 의원님들을 빼시다니요. 서운해 하실 듯합니다"라며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발언도 소개했습니다.
그는 "(국민의힘) 한 분께서는 '새로 외국을 위한 간첩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었을 때 특별법 규정은 어떻게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하셨고, 다른 분도 '국가기밀의 범위에 대한 우려'를 말씀하신 바 있다"며 "당시 소위에서 '적국'을 '외국'으로 넓힐 경우 일명 '산업스파이' 같은 사례도 간첩죄로 처벌할 것인가 등의 논의가 이어졌고, 결론 내지 못하고 계속 심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김민석 민주당 의원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간첩법 개정안에 반대를 한 사람은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었던 박영재 대법관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민석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장관 시절 법원행정처가 강력하게 반대해서 여야 의원들이 공히 법 보완을 주문했던 정황이 국회 속기록에 다 나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책임이 있다면 본인이 더 크고, 그리 통과시키고 싶었다면 본인이 장관 시절 노력했어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박은정 의원은 "간첩법 개정안이 그렇게도 중요하다면, 왜 박영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관련 질의를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없는가"라며 "한 대표가 굳이 탓하려면 신중론을 표했던 박영재 당시 차장, 그리고 이에 대한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박영재 후보자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한 국민의힘 인사청문특위 위원들부터 탓하라"고 질타했습니다.
'나경원'의 변신, 그 이유는?

▲국민의힘,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헌재 사무처장 항의 방문국민의힘 나경원 국회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분수대 앞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기자회견 및 헌재 사무처장 항의 방문'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이정민
나경원 의원은 2023년 초만 해도 친윤계로부터 '반윤 우두머리(장제원 전 의원 지적)'라는 지적을 받았었습니다. 당시 나 의원은 "죽어다 깨어도 반윤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었습니다.
이후 탄핵 국면에서 나 의원은 윤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해 한남동 관저를 지켰고, 서울구치소에 가 윤 대통령을 접견했었습니다. 이어서는 헌법재판소 항의 방문도 나섰습니다.
나 의원은 판사 출신임에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가리켜 '사기 탄핵'이라고 주장하며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과 절차를 불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주장은 탄핵 반대 집회나 극우 유튜버의 주장과 결을 함께합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나 의원의 행보를 두고 "극우 사상에 심취하더니 이제는 대놓고 내란 선동에 나섰다"라며 "전광훈과 같은 극우 세력들이 외치던 (계엄 선포) 이유와 판박이"라고 힐난하기도 했습니다.
나 의원의 행보를 두고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당내에 극우 성향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만큼 극우 성향의 입맛에 맞거나 뜻을 같이하는 목소리를 내야 당권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 의원의 행보가 당권 확보를 향한 도움닫기가 될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내란을 선동하고 동조하는 극우 세력과 보폭을 맞춘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