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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2월 19일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에서 사람들이 이스라엘군의 공중 및 지상 공세로 파괴된 집 잔해 사이를 걷고 있다.
2025년 2월 19일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에서 사람들이 이스라엘군의 공중 및 지상 공세로 파괴된 집 잔해 사이를 걷고 있다. ⓒ AP=연합뉴스

많은 사람이 1967년 6월 이후, 10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적어도 한 번 이상 감옥에 갇혔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수감된 팔레스타인인들은 학대, 고문, 재판 없는 무기한 구금의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러한 폭력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래 시오니즘이 계속 지녀온 모습이기에 새로운 현상은 아닙니다.

이 글은 역사학자 일란 파페(Ilan Pappe)가 <팔레스타인 크로니클 The Palestine Chronicle>에 기고한 '나의 이스라엘 친구들에게 : 이것이 제가 팔레스타인인을 지지하는 이유입니다'의 일부입니다.

이 글은 2023년 10월 10일에 게재되었으며, 이는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이 시작된 10월 7일 직후입니다.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국제 언론이 하마스의 잔혹한 살인과 납치에 관해 말하고 있을 때 이스라엘 출신의 역사학자가 팔레스타인인의 처지에서 이야기한 것입니다.

일란 파페와 나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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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란 파페는 1954년 '48년 점령지(이스라엘)' 하이파(Haifa)에서 태어났습니다. 1984년부터 2006년까지 하이파 대학 정치학과 교수였고, 2007년부터는 영국 엑시터 대학 교수로 있습니다.

1980년대부터 이스라엘에서 '신新 역사학자'라 불리는 새로운 연구자들이 등장하는데, 일란 파페와 아비 슐라임(Avi Shlaim) 같은 사람입니다. 기존의 이스라엘 역사 서술은 유대인 디아스포라와 귀환 그리고 이스라엘 건국으로 이어지는 관점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 서술 속에는 1947~1949년에 있었던 팔레스타인 인종 청소, 곧 나크바(대재앙)에 대한 언급은 아예 사라지거나 우연한 사건 정도로 축소됩니다.

하지만 일란 파페를 비롯한 신 역사학자들이 나크바에 대해 언급하면서 큰 논란이 일어납니다. 일란 파페의 대표 저작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에 있는 하이파에 관한 내용부터 보겠습니다.

유대인들은 이 항구 도시를 갖고 싶었지만 거기 사는 팔레스타인인 7만 5,000명은 원하지 않았고, 1948년 4월 그들은 목적을 달성했다… 12월에 시작된 유대 쪽의 위협 공세는 대규모 포격, 저격, 산비탈을 따라 불붙인 기름과 연료 흘려보내기, 드럼통 폭탄 폭파 등의 방식을 총동원한 것이었고, 1948년 처음 몇 달 동안 계속되다가 4월 초에 더욱 강화되었다.

나크바를 통해 75만 명가량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에 대해 그동안 이스라엘 정치인들은 1947~1949년 아랍인들이 자발적으로 팔레스타인을 떠났다고 했습니다. 이에 반해 일란 파페는 유대 군대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체계적으로 아랍인을 쫓아냈다고 합니다.

순수한 유대 민족 국가라는 이런 전망은 19세기 말 시온주의 운동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시온주의 이데올로기의 고갱이에 자리잡고 있었다… 시온주의 지도부는 - 위임 통치가 종료되기 두 달 '전에' - 무력으로 팔레스타인 땅을 차지하고 원주민들을 쫓아내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플랜 달렛이 채택된 것이다. - 같은 책

유대 군대는 팔레스타인의 탈아랍화 및 유대화라는 목표를 향해 움직였고, 군인들은 '청소' 또는 '정화' 대상이 된 수백 개 마을을 차례대로 공격했습니다. 그들은 각 마을에 있던 유력 인사들 그리고 1930년대 영국의 지배에 대항하는 아랍 봉기에 참여했던 사람의 명단을 가지고 다니며 현장에서 처형했습니다. 유대 군대는 죽이지 않은 남성들을 수용소에 가두기도 하고, 노인·여성·어린이들을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 그리고 레바논·시리아·요르단 등지로 쫓아냈습니다.

아랍인이 떠난 땅과 집은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 이주해 온 유대인이 차지했습니다. 난민이 다시 돌아올 수 없도록 집을 폭파하기도 하고, 아랍인 마을과 농지에 나무를 심어 그 흔적을 아예 없애버리기도 했습니다.

신新 시오니즘

생존자의 증언, 국제기구의 기록, 학자의 연구 등을 통해 이스라엘이 나크바를 바탕으로 건국되었다는 것이 점점 더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시오니스트들은 '홀로코스트를 기억하라' '반유대주의의 공격이다'라며 나크바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 합니다.

만약 어느 한 유대인이 나크바를 언급하며 이스라엘 건국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한다면, 그는 반역자나 배신자로 낙인찍히기 쉽습니다. 일란 파페가 그런 경우입니다. 그는 교수로 있던 하이파 대학에서 해고될 상황에 부닥쳤음은 물론이고, 이메일이나 전화로 살해 위협까지 받습니다. 그리고 2007년 이스라엘을 떠나 영국으로 이주합니다.

2009년 1월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그는 가족의 안전이 이스라엘을 떠난 하나의 이유라고 했고, 또 다른 이유는 "학자로서 숨이 막힐듯한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이 계속되던 지난 2025년 1월 <알자지라>와 한 인터뷰에서 일란 파페는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는 신新 시오니즘neo-Zionism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상태에 있습니다. 시오니즘의 오래된 가치들은 이제 예전보다 더 극단적이고, 훨씬 더 공격적인 형태가 되었습니다. 또한 이전 세대의 시오니스트들이 훨씬 더 긴 시간 동안, 점진적이고 점차적인 방식으로 이루려고 했던 것들을 짧은 시간 안에 이루려고 합니다. 이것은 1948년에 시작된 일을 완성하려는 새로운 시오니즘 지도부의 시도입니다. 즉, 역사적인 팔레스타인 전체를 공식적으로 차지하고 가능한 한 많은 팔레스타인인을 제거하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민주주의 '

2024년 11월 28일 광주 5·18 묘지를 방문한 하르파즈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방명록에 이런 말을 남깁니다.

중동에서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인 이스라엘을 대표해 자유와 민주주의의 상징인 광주와 5·18 민주 묘지를 방문해 영광이다. -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스타그램

지난 2월 5일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미국에 이어 이스라엘도 유엔인권이사회에 불참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인권이사회가 "중동의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인 이스라엘을 강박적으로 악마화"한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그동안 이스라엘은 자신을 중동에서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과 달리 현실의 이스라엘은 사상적으로 더 편협하고 정치적으로 더 폭력적인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편협하고 폭력적인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의 자유와 생명을 빼앗고 있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평화운동가입니다.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 - 이스라엘의 탄생과 팔레스타인의 눈물

일란 파페 (지은이), 유강은 (옮긴이), 교유서가(2024)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일란파페#인종청소#시오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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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이 있는 곳에 자유가, 전쟁이 있는 곳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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