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쓴이가 쓴 12.3 내란 사태를 맞아 펴낸 <한국교육의 위기와 민주시민교육> 책 표지12.3 내란 사태는 새삼 시민교육의 절실함을 깨닫게 해 이 책을 기획하고 집필, 편집하였는데 시민교육에서 앞서간 독일, 핀란드 등 북서유럽 시민교육 사례를 소개하고 우리 교육 현장에서 계기교육으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근현대사 장면을 시민교육의 관점에서 재구성했으며 시민교육이 학교교육과정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의제로 던지며 구성했다. ⓒ 인간과 자연사
35년에 걸친 식민지 교육과 42년 독재 정권의 반공교육, 그리고 90년대 신자유주의 자본 독재에 친근한 준법 교육... 지난 교육 100년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해 온 역사다. 교육의 이름으로 권력에 순응적인 시민, 바로 신민(臣民) 교육을 관철한 역사라 할 수 있다.
생존의 위협과 극심한 경쟁 속에서 교육은 한낱 신분 상승의 통로로 기능했다. 지난해 초등의대반이 등장한 사건은 그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나타난 불편한 현상이다.
다행히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학교 밖 시민교육'을 통해서 유지되고 전진했다. 바로 시민단체(NGO)의 시민교육 활동과 노동조합의 조합원 교육활동, 그리고 역사의 고비마다 광장 민주주의를 몸소 체험한 교육이 '학교 밖 시민교육'을 구성한 세 개의 축이다.
이젠 '학교 밖 시민교육'과 쌍두마차가 되어 '학교 내 시민교육'을 구현할 시점이다. 이 책은 이번에 글쓴이가 12·3 내란을 계기로 펴낸 '한국 교육의 위기와 민주시민 교육'은 시민교육이 왜 절실한지, 특히 내란 사태와 사회 갈등을 지켜보면서 한국 사회가 교육 대전환기에 직면해 있음을 통찰하고 기획한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시민교육의 핵심 요소인 자율과 존중, 참여와 연대의 정신을 근현대사 주요 장면을 시민교육 사례로 제시함으로써 계기 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꾸몄다. 그리고 시민교육의 모범 사례인 독일과 핀란드를 비롯하여 프랑스, 영국, 스웨덴, 미국의 시민교육 사례를 소개하며 시사점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시민교육을 우리 교육 현장에 어떻게 뿌리내릴지 그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은 70년대 초 사민당 빌리 브란트 총리 당시 '민주주의를 감행하자'는 슬로건 아래 교육 개혁을 단행했다. 독일은 교육 개혁을 기반으로 정치사회 개혁을 실현한 대표 국가다. 뮌헨 선언(1997)에서 시민교육이 곧 '정치교육'((Politische Bildung)임을 선언했다. 그리고 마그데부르크 선언(2005)을 통해 '민주주의를 배운다는 것은 곧 민주주의자로 살아간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독일은 교사가 정당에 가입하고 국회의원으로 출마한다. 프랑스는 교사가 국회의원이 되었다가 다시 교사로 복귀하면 승진가산점으로 보상까지 한다. 우리는 교사 신분을 유지한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없다. 한국은 OECD 가입 38개 국가 중 최소한의 정치기본권인 정당 가입조차 형사 처벌하는 유일한 국가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교사들은 정치 사회적 약자인 셈이다. 정치 천민인 교사가 성숙한 민주시민을 길러낼 수 없는 부박한 환경으로 시민교육 토양 자체가 취약하다.
이 책은 초등학교 입학 전인 6살 어린 나이에 사실과 거짓을 식별하는 정보문해력를 기르는 핀란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12·3 내란 과정에서 극우 유튜버의 가짜뉴스를 맹신한 채, 중국인 혐오와 탄핵 반대를 외치는 태극기 어른들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장면이다. 북서유럽 시민교육은 학교 교육을 통해 노동조합의 소중함을 학습한다. 북서유럽의 노조 가입률이 높은 이유이자 프랑스 시민교육이 '연대의 끈'으로 불리는 이유이다.
핀란드의 경우 어린이의회, 청소년의회를 통해 학교와 국가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정치 실제를 직접 경험하게 권장한다. 특히 정당 청년 정치학교 사례는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노회찬 정치학교와 결은 다르지만, 공익을 추구하고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려는 청년들이 청년 정치학교를 통해 품격 있는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80%를 넘는 높은 총선 투표율과 40세 미만 청년 국회의원 비율이 30%에 이를 정도로 청년 정치를 대변하는 북유럽 현실은 모두 오랜 시민교육의 결실이다.
12·3 내란 당시 내란수괴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지 못해, 수사를 받는 지휘관급 장군과 군인, 경찰이 32명에 이른다. 상명하복의 권위주의 질서에 순치된 오랜 신민 교육의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이젠 권력에 순치된 신민 교육을 끝내고 '학교 내 시민교육'을 도입함으로써 부당한 명령에 저항하는 높은 시민성을 간직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힘은 결국 민주시민, 바로 성숙한 시민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