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기 흔드는 이재명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중도 보수' 발언으로 당 정체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사진은 2024년 8월 18일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대표가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는 장면. ⓒ 남소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중도 보수' 발언이 불 지핀 민주당 정체성 논란으로 연일 당내 여론이 들끓고 있다. 친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가 대선 승리와 국민 통합을 위해서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이 대표를 두둔하고 나선 반면, 김부겸 전 총리를 비롯한 비명계 의원들은 "당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중도 보수로 규정한 건 적절치 못했다"라는 부정 평가를 내놨다.
참고로 이 대표는 지난 18일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앞으로 민주당이 중도 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라거나 "우리(민주당)는 진보 정권이 아니다", "우리는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실제로 갖고 있고, 진보 진영은 새롭게 구축이 돼야 한다"고 언급해 민주당의 정치적 정체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민주당은 중도 우파... 이재명 잘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20일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 대표 발언을 가리켜 "(이 대표) 본인이 생각하는 민주당의 현재 위치가 어떤 것인지, 민주당의 정책과 노선이 어떤 것인지 그에 대한 생각을 밝힌 거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정 의원은 "민주당 대회의실에는 김구 선생님과 신익희 선생, 조병옥 박사,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이 붙어 있다. 사실 김구 선생님이나 조병옥, 신익희 선생님들이 진보 혁신 운동을 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7년 대선 출마 전에 우리 당은 중도우파정당이라고 얘기한 적도 있다"며 "자유시장경제를 우리가 지지하고 옹호하기 때문에 우파이고,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기 때문에 중도정당이라고 했다. 그 입장이 지금까지 오고 있는 것"이라고 해설했다. 이 대표의 '중도 보수' 언급이 민주당 당사상에도 부합하는 발언이었다는 이야기다.
실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박지원 의원 역시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김대중 후보도 우클릭을 해서 집권을 했다.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도 누군가가 나오면 국민의힘은 오히려 약간 좌클릭을 해서 서로 극단적 보수나 극단적 진보를 중화시킬 필요가 있었다"며 "그래서 이 대표가 잘하고 있다. 그것이 DJ의 길이다 이렇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우리당은 중도우파"라고 발언한 신문 보도 ⓒ 한겨레
다만 박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DJT 연합, 소위 김종필·박태준과 손을 잡고 (대선에서) 이겼지만 김대중 정책이 보수로 가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 대표가 조기 대선 국면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선 승리를 위해 전략적으로 중도 보수라는 언급을 꺼내 들었을 뿐이라는 분석이다.
김현 의원 역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보수 정당이라고 얘기한 것은 아니다. 보수의 가치도 우리가 가져와야 된다(라는 취지)"라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특히 "보수의 가치를 가진 국민의힘이 극단주의화 되니까 그쪽을 지지하는 국민들, 보수의 가치를 존중하는 국민들도 민주당이 함께 정책과 노선을 펼쳐야 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라고 추측했다.
김 의원은 이날 진행자로부터 이 대표가 보수 진영을 포괄하기 위해 중도 보수 발언을 꺼내 들었다면, 차라리 그 의도를 더 선명하게 말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는 "정리가 될 것이다. 이슈를 던질 때 좀 세게 제기를 해야지 관심을 갖고 집중을 하면 그 안에서 정돈하는 방식으로 용어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100분 토론'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2025.2.19 [더불어민주당 제공]](https://ojsfile.ohmynews.com/PHT_IMG_FILE/2025/0219/IE003418013_PHT.jpg)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100분 토론'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2025.2.19 [더불어민주당 제공] ⓒ 연합뉴스
"실용성과 당 정체성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
반면 김부겸 전 총리는 이날 YTN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민주당이 진보적 영역을 담당해 왔다는 건 역사적 사실"이라며 "하루아침에 중도 보수 정당이라고 (표현)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평가했다.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이 배출한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복지사회 실현을 이념으로 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는 진보를 지향하는 정부라고 했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몇 가지 진보적 가치를 가지고 국정을 운영해 왔다. 이게 하루아침에 어떻게 바뀌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 전 총리는 진행자로부터 '이 대표가 실용주의나 성장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발언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성장을 외면하는 진보 정부는 불가능하다"면서도 "그렇다고 성장만 쭉 외쳐왔던 역대 정권들이 성공적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냐, 이미 우리 사회는 복지나 분배라는 양축을 같이 쓰지 않으면 선순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본인이 실용적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는 것과 당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이렇게(중도 보수로) 규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전 총리는 전날(19일) 자신의 SNS에서도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고민정 의원 역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대표의 마음이 무엇인지는 알겠다"면서도 "중도 개혁 정도까지는 받아들여지는데 우리가 보수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한다는 부분은 사실은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특히 "민주당이 진보에서부터 중도 보수까지 다 감당해야 한다면 당내에서 진보 영역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당 수준으로 굉장히 강하게 표출될 수 있어야 되는데 그렇지도 못하다"며 "자칫 잘못하다간 진보 섹터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효과를 의도치 않게 발생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