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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저녁 창원마산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서 열린 고 길원옥 일본군성노예 피해자 할머니 추모식에 윤미향 전 의원이 참석해 조문한 뒤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9일 저녁 창원마산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서 열린 고 길원옥 일본군성노예 피해자 할머니 추모식에 윤미향 전 의원이 참석해 조문한 뒤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2008년 평양에서의 할머니 모습이 잊히지 않습니다. 열세 살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되며 고향을 떠났던 길원옥, 67년만인 팔순을 넘긴 할머니가 돼서야 다시 고향 땅을 밟을 수 있었지요. 가는 곳마다, 만나는 이북 사람들에게 '혹시 성이 뭐에요?', '길씨 성을 가진 사람 없나요?' 무리들 속으로 들어가 소맷자락 붙잡던 할머니의 모습이 참 슬프고 아팠습니다.

가끔 할머니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 고물상 하시던 아버지 이야기, 아버지보다 더 무서웠던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죠. 손가락 끝에서 평양 시내 지도가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눈동자에 고인 눈물 속에 그리움이 가득 차 있었지요. '다른 나라들은 자유롭게 올 수 있는데, 왜 내 고향에는 마음대로 갈 수가 없는가'라 하셨던 말씀이 잊히지 않습니다."

윤미향 전 국회의원이 19일 저녁 창원마산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서 열린 고 길원옥 일본군성노예 피해자 할머니 추모식에서 이같이 추모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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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 평안북도 희천군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자랐던 길 할머니는 고물상을 하다 벌금 20원 때문에 감옥 간 아버지를 나오게 하려고 취직시켜 준다는 말만 듣고 만주로 따라 나섰다가 일본군 위안부로 고초를 겪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 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올해 97세인 길 할머니가 지난 16일 하늘나라로 돌아가시자 다음날부터 이곳에서 시민분향소를 운영해 왔다.

추모식은 정갑숙 사무국장의 사회로, 고인 묵념과 헌화에 이어 진혼무(김선희), 추모공연(최석문‧이경민)과 추모사로 진행되었다.

윤미향 "우리가 꽃 피워야 할 길원옥의 평화"

 19일 저녁 창원마산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서 열린 고 길원옥 일본군성노예 피해자 할머니 추모식에 윤미향 전 의원이 참석해 조문한 뒤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9일 저녁 창원마산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서 열린 고 길원옥 일본군성노예 피해자 할머니 추모식에 윤미향 전 의원이 참석해 조문한 뒤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윤미향 전 의원은 "우리가 꽃 피워야 할 길원옥의 평화"라는 제목의 추모사를 통해 고인을 기억했다. 23년 전 이맘때 길 할머니를 처음 만났다고 회상한 윤 전 의원은 "남들보다 뒤늦은 1998년에 피해자로 신고를 하셨음에도 2002년 그때까지 할머니는 두문불출, 침묵하고 계셨습니다"라고 했다.

당시 정대협 사무처장이었던 윤 전 의원은 연락하고 바로 다음 날 인천 댁을 찾아 만났을 때 할머니는 "부끄러운 사람", "죄 많은 사람"이라는 표현을 계속하셨다고 기억했다.

"다른 피해자들보다 10년을 늦게 얼굴을 내밀기까지, 가슴 속에 꼭꼭 숨겨놓은 이야기를 풀어내기 너무 힘들어 이야기의 주제가 과거로 들어가면, 할머니는 '기억이 안난다'는 한마디로 장막을 쳤습니다. ... 좁은 아파트 안에 가둬뒀던 역사를 밖으로 끄집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성큼성큼 광장을 향해 걸어와 주셨어요. '기억 안 난다'는 말은 '결.코. 잊을 수 없다.'는 말과도 같았습니다."

윤 전 의원은 "할머니의 기억은 활동 속에서, 평화를 이야기하는 말씀 속에서, 당신도 아픔을 겪었으면서 또 다른 아픈 사람을 향해 힘내라고 응원하는 그 연대의 손길에서 사람을 향한 애정으로 피어났습니다"라며 "할머니의 미소는 우리 활동가들에게 치유였고, 쉼 없는 노동, 지쳐 녹초가 된 고단한 몸에 보상이었습니다"라고 했다.

"그렇게 길원옥 할머니는 침묵을 깨고, 세상을 향해 해방을 외치며, 피해자의 삶을 마주하는 우리의 생각도 해방시키며 함께 걸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와 함께 걷는 걸음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이 참 행복했습니다."

세계를 돌며 증언했던 할머니는 "내가 너무나 많이 아팠기에, 다시는 그 누구도 이런 아픔 겪지 말라고 여기까지 왔습니다"라고 했다고 윤 전 의원은 떠올렸다.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던 베트남 여성들에게 '베트남 여성들은 낮아질 대로 낮아졌으니, 이제 높아지는 일만 남았다' 하시던 할머니, 한국정부가 사죄하도록 애쓰겠다 하셨던 약속도 아직 이루지 못했습니다."

길원복 할머니 가시는 길 윤미향이 띄운 말 [현장 영상] 이주화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참의원 부의장을 면담하며 "우리 동포들이 왜 여기 일본에 남아 살게 되었어요? 일본 때문이잖아요. 오히려 특별대우를 하지는 못할망정 왜 차별을 합니까?"라고 한 것도 떠올렸다. 윤 전 의원은 그때를 회고하면서 "여전히 우리 아이들에 대한 일본정부의 차별과 탄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먼저 하늘나라로 간 손영미 소장과 김복동 할머니를 떠올린 윤 전 의원은 "보고 싶었던 우리 소장님 맘껏 보시고 예전에 그랬듯이 소장님께 '내꺼 내꺼', '내꺼 만나서 너무 좋다' 어리광도 부리세요. 김복동 할머니, "원옥아 왕대포 남겨두고 너도 왔니?' 하시네요. 손 꼭 잡고 걸어가는 세 여자의 뒷모습이, 왜 이렇게 부럽고 샘이 날까요?"라고 했다.

윤 전 의원은 "'우리 대장 대장' 부르시던 할머니 목소리가 들립니다. 네 할머니, 저는 여기 이곳에서 할머니 뜻 기리고 이어가고자 하는 동지들과 함께 길원옥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다가 갈게요. 할머니 뜨겁게 뜨겁게 사랑합니다. 평안하소서"라고 작별인사했다.

윤소영 "인권운동가이며 여성운동가 선배님"

 19일 저녁 창원마산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서 열린 고 길원옥 일본군성노예 피해자 할머니 추모식
19일 저녁 창원마산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서 열린 고 길원옥 일본군성노예 피해자 할머니 추모식 ⓒ 윤성효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추모사에서 "할머님, 이제는 평안하십니까? 하늘나라에서는 그토록 그리던 가족도 만나시고, 먼저 가신 피해자 할머님들도 만나서 반가운 정을 나누고 계신가요?"라며 "이제 아픔도 슬픔도 훌훌 털어버리고 팔랑팔랑 나비처럼, 아이의 웃음처럼 행복하고 평안한 모습으로 계시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윤 대표는 "길 위에서 고단하지만 의연한 모습으로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모진 소리들에 맞서 단호한 말들을 하시던 모습. 분하고 억울해서 가슴이 터질 듯한 고통이셨을 텐데도 함께하는 활동가들과 시민들에게 힘을 주시던 모습. 다시금 떠올리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짐은 이 땅에 억압받고 폭력에 짓눌리는 여성과 수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셨던 할머님이셨고, 인권운동가이며 여성운동가 선배님이셨기에 그런가봅니다"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윤 대표는 "당신의 아픔과 억울함만을 외치시지 않고 전시 성폭력, 일상의 젠더폭력, 인권 유린의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힘들지만 함께 하자'라고 말해주시고, 남은 이들이 그 뜻을 이어 끝까지 싸울 수 있는 용기를 전해주셔서요"라며 "이제 우리는 당신의 용기가 되겠습니다. 이제 우리는 당신의 소망이 되겠습니다"라고 했다.

황철하 경남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는 추모사에서 "윤석열은 내란을 일으키기 위해 전쟁 책동을 했다. 그게 다 전쟁이 끝나지 않아서이다. 윤석열과 내란을 옹호하는 자들은 전쟁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지만 전쟁은 참혹한 결과를 낳는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위안부이다"라며 "위안부 할머니의 힘겨운 삶. 이제 7분밖에 생존해 있지 않아 안타깝다. 하루 빨리 일제의 인정과 사과를 받아 내야 한다"라고 했다.

황 대표는 "전쟁의 피해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는 길은 전쟁을 종식시키고 항구적 평화체제를 만드는 것"이라며 "윤석열과 내란세력을 싹 쓸어버리고, 다시는 전쟁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다시는 이 땅에 위안부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위해 열심히 투쟁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이다영 진보대학생넷 경남대표는 "할머니의 삶은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린 것을 넘어 전쟁과 평화를 위해 힘쓰신 마음과 용기였습니다. 이 용기를 이를 대학생들이 이어가겠습니다"라며 "역사왜곡을 비롯한 수많은 한국 사회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도록 할머니의 목소리를 이어 더 크게 강인하게 힘차게 외치겠습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새로운 을사년에는 할머니가 바라신 반전평화와 일본정부의 진실 된 사과, 그에 따른 법적인 배상 반드시 윤석열 정권을 파면시키고, 이를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역사정의 바로 세울 수 자주로운 정부를 만들어내기 위해 대학생들도 함께 투쟁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진보당 경남도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길원옥 할머님은 '일본의 공식 사과'와 '법적배상'을 요구하며 여성인권운동에 늘 함께 했던 우리의 동지였습니다"라며 "우리는 당신의 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바라던 염원 이제 우리가 꼭 이뤄내겠습니다. 할머님은, '고향의 봄'에서 이제 평안히 잠드시길 바랍니다"라고 했다.

 19일 경남 창원마산에서 열린 '길원옥 할머니 추모식'에서 고등학생들이 추모 발언을 하고 있다.
19일 경남 창원마산에서 열린 '길원옥 할머니 추모식'에서 고등학생들이 추모 발언을 하고 있다. ⓒ 이주화 제공

 19일 경남 창원마산에서 열린 '길원옥 할머니 추모식' 현장 모습.
19일 경남 창원마산에서 열린 '길원옥 할머니 추모식' 현장 모습. ⓒ 이주화 제공

 19일 경남 창원마산에서 열린 '길원옥 할머니 추모식'에 시민들이 참석해 할머니를 추모하고 있다.
19일 경남 창원마산에서 열린 '길원옥 할머니 추모식'에 시민들이 참석해 할머니를 추모하고 있다. ⓒ 이주화 제공

 19일 저녁 창원마산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서 열린 고 길원옥 일본군성노예 피해자 할머니 추모식
19일 저녁 창원마산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서 열린 고 길원옥 일본군성노예 피해자 할머니 추모식 ⓒ 정갑숙

#길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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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효 (cjnews) 내방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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