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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주덕유산리조트 민원에 따른 현장 재확인' 자료.
'무주덕유산리조트 민원에 따른 현장 재확인' 자료. ⓒ 무주신문

"자기들 계열사 시설 투자에 이렇게 인색한데 '갓 부영(신의 직장)'이라뇨, 우스울 따름이죠. 올해 28억 원이나 준다는 출산지원금도 덕유산리조트 직원들은 제외예요. 한마디로 서자 취급 받는 신세랄까요."

부영이 운영하는 무주 덕유산리조트의 시설노후화는 비단 곤돌라-리프트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시설물의 물리적·기능적·경제적 노후화란 시설물이 장기간에 걸친 사용이나 시간의 경과에 따라 각종 인위적·자연적 원인 등에 의해 건축물의 전체 또는 그 부분의 성능이나 기능 및 가치가 저하돼 시설물 본래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곤란한 상태로 되는 것을 말한다.

시설노후화는 상당수 인근 지역민과 상인 등이 문제시하는 요소다. 1990년 12월 완공돼, 문을 연 지 벌써 34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지역민들은 "최근 부영그룹이 출산장려금과 고향 기부 활동 등 이미지마케팅에 수백억 원의 돈을 쏟아부으면서 망해가고 있는 덕유산리조트에 대해선 제대로 된 투자 계획조차 마련해 놓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낙후된 덕유산리조트는 그저 개별 계열사 문제라는 식으로 '나 몰라라' 해온 것이 지금의 복합적 문제를 낳았다"라고 지적했다.

소비자 불만 누적 등 이유로 객실 리모델링했지만... 나머지는 '낡아간다'

 전북 무주 덕유산리조트의 모습.
전북 무주 덕유산리조트의 모습. ⓒ 무주신문

규모로만 놓고 보면, 덕유산리조트는 국내 대형 리조트 중 단연 우위에 있다. 하지만 시설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소비자 경향을 반영하지 못한 채 한참을 뒤처져 있는 게 사실이다. 대형 리조트마다 대표 부대시설로 꼽히는 그 흔한 '워터파크' 하나 없는 게, 그 방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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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소비자 불만과 이용자 급감, 노후 오명에 덕유산리조트는 2019년부터 3년여 간 가족호텔 13동 중 전용객실로 분양된 2개동(세솔동, 네솔동)을 제외한 11개 동 803실에 대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이마저도 지난해 1월 진행된 '가족호텔 정밀안전점검'에선 보통 등급인 C등급을 받았으며, 주요부재에 경미한 결함과 보조부재에 광범위한 결함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직 이것뿐이다. 가족호텔 외에 국민호텔과 유스호스텔(유스타운) 등 여러 유형의 숙박시설과 카니발상가를 포함한 리조트 내 부대시설은 여전히 방치된 채 낡아가고 있다.

국민호텔 객실 내엔 아직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다. 시설노후화는 이용자들의 안전 문제와도 직결된다. 2018년에는 유스호스텔로 객실 샤워장에서 유리문이 파손되고 벽 일부가 허물어지면서 수련회를 온 학생들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매년 건축물 분야 문제점 지적돼... 강제 규정 없어 기업 의지에 달렸을 뿐

 무주덕유산리조트 '주요 지적사항에 대한 조치결과(건축)'.
무주덕유산리조트 '주요 지적사항에 대한 조치결과(건축)'. ⓒ 무주신문

정보공개를 통한 <무주신문>의 분석에 따르면, 관계당국의 합동 안전점검에서도 매년 건축물 분야에서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2019년엔 진달래동 홀 벽체 하부 벽지 훼손을 비롯해 만선하우스 카페테리아 앞 데크와 남자 화장실 타일 훼손, 의무실 복도 천정 훼손 등이 지적됐고, 무주군으로부터 조치 명령을 받았다.

2021년에는 만선·설천하우스에 누수로 인한 마감재 훼손 및 파손 부위가 발견돼, 보수 시정조치가 내려졌다.

시설노후화로 인한 이용자들의 불편 민원도 계속해서 발생했다. 전용객실인 세솔, 네솔동의 노후화로 인한 안전 민원 문제가 최근 2~3년간 매년 무주군에 접수됐다. 지난해 나온 관광진흥과의 출장보고서를 보면, 2022년 재난취약시설 점검을 통해 지적된 네솔동 지하주차장의 벽체누수 등의 문제는 보수·완료됐으나 외부 비상계단 난간 보수, 지하주차장 입구 아스팔트 훼손, 은님동 지하계단 누수로 인한 물고임, 객실 및 복도 누수 보수 등 7건의 문제가 추가로 발견돼 개선하도록 요청했다.

그러나 관광진흥법상 관광숙박시설의 경우 노후시설 개선(리모델링)에 대한 강제 규정은 없다. 세부시설 미보수 및 시설 노후로 인한 행정처분 근거도 미약하다. 덕유산리조트의 의지 문제일 뿐, 행정 영역 밖인 셈이다.

 무주덕유산리조트 관련 현장보고서.
무주덕유산리조트 관련 현장보고서. ⓒ 무주신문

2011년 부영주택이 무주리조트를 인수하며 내걸었던 워터파크와 호텔 조성을 비롯해 꾸준한 시설개선과 투자를 통해 명품리조트로 도약해 나가겠다는 약속이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이유다.

실제, 2023년 무주군 관광진흥과의 출장보고서에는 관련 문제로 덕유산리조트 측 시설관리팀과 면담을 진행했는데 "벽면 균열 및 지하주차장 결로현상 등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물 전체 보수공사가 시행돼야 하나 회원 동의 및 예산 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있음"으로 나와 있다.

결국 시설노후화에 따른 불편과 리조트 내 체류형 아이템 등 놀거리 부족, 소비자 니즈 외면 등이 계속해서 지적되며 소위 잘나가는 경기·강원권의 리조트를 못 쫓아가면서 경쟁에서 뒤처지는 모양새다.

수시로 물갈이되는 사장... '컨트롤타워'의 부재

 무주덕유산리조트 '주요 지적사항에 대한 조치결과(건축)'.
무주덕유산리조트 '주요 지적사항에 대한 조치결과(건축)'. ⓒ 무주신문

지역민들은 "누가 됐든 반드시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입 모아 말하고 있다. 오랫동안 부영의 리조트 운영을 지켜봐 왔던 이들은 "시대가 바뀌었지만 덕유산리조트는 전혀 성장하지 못했다. 그동안 시골에 있는 본사 별장 정도로 여겨져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독자적이고 독립적인 자체 운영 구조를 마련하지 않으면 어떠한 변화도 기대하길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수시로 물갈이되는 '사장(대표이사) 선임'이다. 2011년 4월 부영그룹 인수 후 2014년 9월까지 여덟 번이나 덕유산리조트 임원이 바뀌었다. 또한, 전문경영인 출신보다는 경찰과 행정직 등 퇴직 공무원을 영입해 사장으로 선임해 오고 있다.

임원 임기가 짧고, 덕유산리조트 자체 내부에서 뭔가 하기 힘든 원천적인 기형 구조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시설과 내부 조직 형태는 여전히 199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실. 한마디로 종합적인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얘기다.

곤돌라-리프트 멈춤 등 끊이지 않는 안전사고 문제도 이들 시스템을 총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없어 빚어진 문제다. 부영그룹이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비주력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수직 통솔 지배구조가 덕유산리조트의 이미지를 갉아먹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보여주기식 협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사회와 엇박자를 빚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2019년 무주군 행정과 덕유산리조트는 업무협약을 맺어가며 상호 협력 발전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었으나 그때뿐이었다. 임차 상인과의 간담회도, 정치권에서 여러 차례 손 내밀어 진행된 지역발전 간담회도 그저 보여주기식 '협력'에 지나지 않았다.

행정과 정치권에서 그간 리조트 측에 어떠한 행·재정적 지원을 했는지, 또한 공개 자리를 통해 덕유산리조트 측이 내뱉은 자체 관광 활성화 약속이 얼마만큼 이행됐는지는 모를 일이다.

덕유산리조트의 이미지와 신뢰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때우는 자세로는 소비자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어렵다. 지금은 뼈를 깎는 반성과 쇄신만을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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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덕유산리조트#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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