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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18 08:59최종 업데이트 25.02.18 08:59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정주행 하던 아이가 한 말

'사람이 있는 시대'로 돌아가 살고 싶다네요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즘 보기만 해도 흐뭇한, 배부른 듯한 풍경이 있다. 아이와 아내가 방에서 꽁냥꽁냥하며 드라마를 보는 모습이다. 아마 올해 초부터 시작된 일일 것이다.

아내는 말했다. 세음이에게 좋은 드라마를 보여줄 거야. 내가 정말 행복하게 본 것들 위주로. 전에 이야기한 아내와 나의 기분 좋은 공통점이 다시 발휘되었다.

그런데 최근, 다소 의문을 품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아이가 <사랑의 불시착>을 정주행한 데 이어 <응답하라 1988>을 보는데, 그걸 너무 재미있어 한다는 것이었다. 어째서일까?

 응답하라 1988 포스터
응답하라 1988 포스터 ⓒ tvN

나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포만감이 '향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아득한 그리움, 이제는 '레트로'라 불리는 감성이 이 시리즈의 핵심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정작 그 시절에 태어나지도 않은 녀석이 이걸 보고 재미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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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술 더 떠,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나, 응답하라 1988 시대로 돌아가서 살고 싶어. 나는 어이가 없어 물었다. 너 저 시대로 가면 유튜브도, 핸드폰 게임도 없어. 그래도 괜찮아? 응, 저렇게 '사람이 있는 시대'라면 괜찮을 것 같아.

기분 좋은 울림이 있는 말이었다. 나는 재해석을 시작했다. 그래, 응답하라 시리즈가 재미있는 이유는 단순한 '향수' 때문이 아니다. 그 속에는 이웃이 있고, 정이 있고, 친구들과의 확실한 우정과 낭만 넘치는 사랑이 있었다. 즉, '사람'이 있는 이야기이기에 재미있었던 것이다.

초등학생인 아이조차 '사람 사는 세상'이 무엇인지 감각적으로, 그러나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과연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행복한 아이들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두고 <응답하라 2025> 같은 시리즈를 만들 수 있을까? 나는 어렵다고 본다. 이 시대의 콘텐츠들은 훗날 보정된 추억으로 포장될지 몰라도, 이 시대에 ‘사람’이 살아 있음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행복한 아이들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두고 <응답하라 2025> 같은 시리즈를 만들 수 있을까? 나는 어렵다고 본다. 이 시대의 콘텐츠들은 훗날 보정된 추억으로 포장될지 몰라도, 이 시대에 ‘사람’이 살아 있음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 픽셀스

4차 산업혁명과 AI의 급격한 발달로 문명은 유례없는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게 정말 '가속'인지, '과속'인지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 요즘은 아이부터 성인들까지 어느 정도 기계화된 모습을 띠고 있어, 인간 고유의 온기가 점점 희귀해지는 듯하다.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두고 <응답하라 2025> 같은 시리즈를 만들 수 있을까? 나는 어렵다고 본다. 이 시대의 콘텐츠들은 훗날 보정된 추억으로 포장될지 몰라도, 이 시대에 '사람'이 살아 있음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어릴 적, 오줌 싸면 소금을 얻으러 가던 이웃집이 그립다. 온 세상이 놀이터처럼 느껴지던 골목길과 친구들과의 탐험이 그립다. 인사하며 서로 알고 지내던 동네 사람들이 그립다. 과연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점점 더 살기 좋아지고 있는 걸까? 응답하라, 우리 시대여.

#응답하라#레트로#일상#아이들#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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