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가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지구대에서 지구대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5.2.10 ⓒ 연합뉴스
2021년 '경찰법' 개정 시행 뒤, 서울경찰청장 후보자로 '단수 추천'된 사례는 내란 가담 의혹을 받는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와 조지호 경찰청장(내란 혐의 기소)이 서울청장에 추천될 당시 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직전 서울경찰청장이던 김봉식 전 청장조차도 법 취지에 따라 지난해 8월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에 다른 인물과 함께 서울청장 후보자로 복수 추천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복수추천이라는 자치경찰위원회 시도 경찰청장 추천 협의 제도 취지를 무력화하면서까지 박 직무대리 임명을 강행한 배경에 내란사건 수사 또는 조기 대선에서 '특별 미션(임무)'을 부여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서울경찰청장 단수 추천, 조지호와 박현수 2명 뿐
박현수 직무대리, 5시간만에 초고속으로 절차 진행

▲2021년 개정 경찰법 시행 뒤, 시도 경찰청장 임용 전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와 경찰청 협의 사례를 경찰청이 표로 만들어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에게 제출한 것이다. 시도 경찰청장 임용을 위해 모두 81차례 협의가 이뤄졌는데, 이 중 단수추천된 것은 총 3차례(노란색) 뿐이다. 2025년 2월 박현수 서울청장 직무대리, 2024년 1월 당시 조지호 서울청장, 그리고 경찰청장 후보로까지 한때 거론됐던 홍기현 경기남부청장(2023. 4)이 그들이다. ⓒ 양부남의원제공
17일 국회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더불어민주당·광주 서구을)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경찰법) 시행 이후 서울경찰청장 임용은 모두 5차례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2차례 그리고 윤석열 정부에서 3차례였다. 이중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에 서울경찰청장 후보자로 단수 추천돼 협의가 이뤄진 것은 단 2차례였다.
2024년 1월 조지호 당시 치안정감과 올 2월 박현수 치안감(치안정감 승진 내정자)이 그 주인공이다. 직전 서울청장이던 당시 김봉식 치안정감의 경우 12·3 불법 계엄으로부터 약 4개월 전인 지난해 8월 서울청장 후보로 추천됐으나, 단수가 아닌 다른 후보자와 함께 복수로 추천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형식적이었다는 지적이 있으나 외관상으로는 김 치안정감 등 2명이 함께 추천돼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 협의를 거쳐 정부가 임명한 것이다.
경찰공무원법에 따르면 총경 이상 고위 경찰관은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정안전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하도록 돼 있다. 다만 시도 경찰청장 인사의 경우 해당 시도 자치경찰위 협의를 거쳐 추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박 직무대리 발령은 달랐다. 불법 계엄 직후 기습적으로 단행된 첫 고위직 승진 인사를 통해 치안정감으로 승진 내정된 데 이어, '친윤 경찰 알박기' 비판에도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 협의를 위한 절차에서 단수 추천된 것이다.
서울시자치경찰위 추천 협의 이후 절차도 초고속이었다.
박 직무대리 등 고위경찰관 8명에 대한 전보인사를 위한 경찰청장 직무대행 추천부터 최상목 대통령권한대행 재가까지 불과 5시간 여 만에 처리된 것이다.
이는 지난해 8월 이뤄진 치안정감·치안감 고위직 인사가 경찰청장 추천부터 대통령 재가까지 24시간 이상 걸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박 직무대리를 지난 7일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로 발령낸 것은 물론, 이틀 앞서 지난 5일 그를 포함한 고위경찰 4명을 치안정감 또는 치안감으로 기습 승진시킨 것도 문제다.
경찰, 박현수 조사해놓고 서울청장으로 '단수추천'
기습 인사 뒤 계엄 가담 의혹 커지자 2차 참고인 조사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2025. 02. 05. ⓒ 소중한
박 직무대리의 경우 이번 인사에 앞서 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19일 내란 사건 관련 경찰 참고인 조사를 한 사실이 최근 밝혀졌기 때문이다.
경찰이 직접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할 정도 내란 사건에 깊숙이 연루된 인물을, 치안감에서 경찰 계급 서열 2위인 치안정감으로 승진 내정한 데 이어, 서울경찰청장 후보자로 단수추천한 것이다.
양부남 의원은 "각종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박현수 행안부 경찰국장을 서울경찰청장 후보로 단수 추천 하면서까지 직을 맡긴 데엔 그만큼 절박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조기 대선과 서부지법 폭동 사태 수사에서 이른바 '특별 미션'을 부여받고, 부당한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가 담겼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 협의 과정에서 서울청장 후보자로 단수추천된 조지호 청장과 박현수 직무대리는 모두 윤석열 대통령 당선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했다. 2022년 인수위 참여 당시 조지호 청장은 경무관, 박현수 직무대리는 총경 계급이었다.
이후 조 청장은 현 정부에서 경무관→치안감→치안정감→치안총감(경찰청장)으로 세 계급 초고속 승진한 뒤 결국, 계엄 당시 국회 봉쇄 등 혐의(내란주요임무종사)로 구속 기소됐다.
박 직무대리 역시 총경→경무관→치안감→치안정감(승진 내정)으로 세 계급 승진한 뒤 경찰 내 2인자로 불리는 서울경찰청 수장으로 보임됐다.
박 직무대리는 계엄 당일과 이튿날 주요 고비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임정주 경찰청 경비국장, 강상문 영등포서장 등 주요 인물과 통화한 인물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12월 19일 박 직무대리를 참고인 신분으로 비공개 조사한 데 이어, 최근 고위직 승진 전보 인사 논란으로 그의 계엄 당시 행적이 크게 주목 받자 이달 15일 2차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한편 2021년 경찰법 개정 시행 뒤 경찰청은 각 시도 경찰청 후보자 추천을 위해 81차례에 걸쳐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와 협의를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시기(2021. 7~2022. 12)에서 43차례, 윤석열 정부에서 38차례였다.
문재인 정부, 시도경찰청장 1자리에 3명까지 추천
81차례 협의 과정에서 박 직무대리와 같이 단수로 협의된 사례는 모두 3명이었는데, 이는 모두 윤석열 정부 때였다.
2024년 1월 조지호 서울청장, 2025년 2월 박현수 서울청장 직무대리, 그리고 2023년 4월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 임명 과정 때였다.
이 중 조 청장은 내란주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기소(현재 보석)됐고, 홍 청장의 경우 한때 경찰청장 후보자로 거론됐으나 광주전남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브로커 성아무개(64·수감 중)씨와 유착설 등 영향으로 낙점받지 못하고 퇴직했다.
문재인 정부 시도 경찰청장 임명 과정에선 각 시도 자치경찰위원회 협의 과정에 무려 3명이 한 자리에 복수로 추천된 사례만 6차례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