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은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적 랜드마크이자 관광명소입니다. 한양의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경복궁 주변에는 텍스트힙(TextHip)을 대표하는 동네책방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행위가 세련되고 멋진 활동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동네책방을 중심으로 한 북토크, 독서모임, 독립출판 커뮤니티가 인기입니다. 독서를 통해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며 자신을 브랜딩하려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북스타그램, 독파민, 북톡 등의 키워드가 이런 경향을 뒷받침합니다.
책방연희의 주인장 구선아는 '책만 팔지만 책만 팔지 않습니다'라며 만 8년간 동네책방을 운영하면서 읽고 쓰는 삶을 살아갑니다. 고물가 저성장 시대에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많지만 책방연희는 2024년 9월에 광화문점을 새로 오픈하며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광화문점을 오픈하고 북토크와 독서모임으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는 책방 주인장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책방연희 광화문책방연희 광화문점은 북토크나 독서모임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훌륭하다 ⓒ 최문섭
- 책방연희를 시작하신지 만8년이 되었는데요, 2024년 9월에 광화문점을 오픈하기까지 그동안 책방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책방연희는 2017년 1월 연희동에 문을 열었습니다. 연희동에서 1년간 운영 후 2018년 1월 지금의 서교동으로 이전하였어요. 이제 만 8년이 지난 9년 차 책방입니다. 책방을 운영하면서 무척 힘들거나 어렵진 않았던 것 같아요. 재밌자고 하는 일이니까요. 재미가 없었다면 이미 그만두었을 겁니다."
- 2018년 9월부터 2020년 2월까지 19곳의 동네책방을 다녀본 경험을 묶어서 <퇴근후 동네책방>을 쓰셨습니다. 책방 오픈 초창기에 바라보던 책방들과 만8년의 경험치가 쌓인 요즘에 바라보는 책방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퇴근 후, 동네책방> 외에도 그간 책방과 관련한 여러 글과 연구 논문을 썼습니다. 올해엔 독립서점 커뮤니티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도 끝마치게 되고요. 책방은 서점보다 더 큰 개념이고, 동네책방과 독립서점도 조금은 결이 다른데요. 책방연희는 독립서점입니다. 독립서점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미 3세대에 진입했다고 보여져요. 1세대는 2010년 무렵부터 등장한 1세대, 2016년 2017년 여러 콘셉트와 차별화 된 큐레이션으로 시작된 2세대, 코로나를 겪으며 더 개인적이고 취향적으로 변한 3세대요. 지금은 더 다양화되고 세분화 되었다고 느껴집니다."

▲책방연희 광화문책방연희 광화문점의 내부와 책방 주인장 ⓒ 최문섭
- 2024년엔 아르코와 도서관협회에서 주관한 <길위의 인문학> <지혜학교> 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도서관 위주로 진행한 사업에 참여하신 건데요.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이었나요?
"주민들과 독자님들이 책방에 자주 찾아주시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또 책방이 자체적으로 기획하여 운영하기에 부담스럽지만, 시도해보고 싶은 주제로 기획할 수 있어서 좋았고요. 저흰 건축과 미술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12회 이상 진행해야 하는 장기간 사업이라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었습니다. 책방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프로그램을 매주 몇 달간 열 수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매주 프로그램을 꾸리고 모객하고 진행하고 그 사이사이 행정적인 일도 해야 하니까요."
- 2024년 11월 제8회 서점의 날 기념식에서 서점 문화발전 유공으로 책방연희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수상자로 선정된 배경과 의미에 대해 한 말씀 해주세요.
"11월 11일 '서점의 날'은 '서가에 꽂혀 있는 冊(책)'과 '줄지어 서점에 방문하는 사람들'을 연상케 하는 날짜인데요. 서점과 서점인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해 제정된 날입니다. 책방연희는 2024년 진행했던 지역서점 상생협력 프로그램인 <가치서점> 사업에 참여하여 '나의 도시, 내가 사랑한 도시' 테마로 연결된 전시-북토크-글쓰기 워크숍과 서강도서관과 함께 북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이에 사업 진행으로 지역주민, 지역도서관과의 상생 협력이 인정받아 감사하게도 서점문화발전 유공자 장관포상을 받게 되었어요. 사업 외에도 책방에서 여러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꾸준히 운영한 것을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책방연희 홍대도시감성의 큐레이션 서점 ⓒ 최문섭
- 그동안 미디어에서 동네책방을 다룬 기사를 보면 사진찍기 좋은 아늑한 장소로 소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책방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미디어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요?
"책방에 '사진 찍지 말아 주세요' 붙어있는 문구를 놓고 논쟁하는 SNS 포스팅을 본 적이 있습니다. 책방을 '무료로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로 소개하는 것도 봤는데요. 과연 한두 장 소장용으로 찍었을까요? 믿지 못하시겠지만 다른 독자가 있어도 서로 인생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카메라나 핸드폰으로 수십 장 촬영하는 일이 실제로 있습니다. 책방은 특이하게도 개인의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장이면서 문화공간으로 공적인 역할을 하는 공간입니다. 공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지 공공공간은 아닙니다. 관광지는 더욱이 아니고요. 책방에 왔다고 모두가 꼭 책을 살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책과 책방과 책방을 꾸리고 있는 운영자의 마음을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
- 동네책방의 장점은 그 곳만의 특징, 독특한 느낌이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책방연희의 도서진열 방식이 궁금합니다.
"맥락적 발견을 추구합니다. 비슷한 주제나 키워드가 옆으로 계속 이어지는 식으로 책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장르보단 작가, 주제, 키워드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이미 소설, 에세이, 시의 경계는 흐릿해졌습니다. 인문 사회 과학 자기계발도 그 경계 사이 어딘가에 있는 책이 많고요."

▲책방연희 홍대책방코지라고 불러도 될만큼 따뜻한 느낌 ⓒ 최문섭
- 동네책방은 대형서점과 달리 출판사 직거래가 어렵습니다. 도서를 매입하는 방식과 거래조건에 대해 만족하고 계신지요?
"지금은 출판사 직거래가 어렵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중대형 출판사의 경우 대체로 동네책방들과 직거래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소규모 출판사는 동네책방 담당자를 별도로 두기 어려워 직거래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되고요. 급하게 책이 필요할 땐 총판보다 출판사에 연락합니다. 그럼 더 빨리 보내주기도 하고 때론 직접 갖다 주기도 하시거든요. 도서를 매입하는 방식과 거래조건은 출판사마다 다릅니다. 어떤 곳은 만족스럽고 어떤 곳은 아쉬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요."
- 책방연희에 입고되는 도서의 공급율은 어떻게 되나요? 도서정가제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책마다 출판사마다 다릅니다. 특별한 이벤트 도서의 경우 한시적으로 50%로 받는 책도 있습니다. 평균 60~70% 공급율입니다. 도서정가제는 출판계, 서점계에서 많은 분들이 이미 말씀하셨지만, 완전 도서정가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는 독서 진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정가의 10% 내에서 가격 할인이 가능하고 추가로 5%까지 경제상 이익을 제공할 수 있죠.
하지만 개인적으론 완전 도서정가제가 된다고 해서 작은 책방이 대형서점과 경쟁 구도가 갖춰진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책방의 규모, 책의 종수, 공간의 편리함과 책 외에 제공되는 서비스를 작은 책방이 대형서점만큼 따라가긴 힘들 테니까요. 다만 작은 책방에 와서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고도 대형서점에서 15% 할인을 받고 사기 위해 사진만 찍어가는 일은 줄어들 거로 생각합니다."

▲책방주인장의 책책방연희 광화문점에서 기자가 구입한 책 ⓒ 최문섭
- 박휼륭 작가와 책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편지를 엮어서 책으로 내셨습니다. 24년 여름에 출간한 <책 읽다 절교할 뻔> 이야기도 살짝 들려주세요.
"<책 읽다 절교할 뻔>은 박훌륭 작가와 제가 책방을 운영하고 일상을 살아가며 읽고 쓰는 생활을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책입니다. 책엔 다른 책들이 무수히 등장합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간 책들이죠. 책을 위한 책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이 책을 보다 읽고 싶은 책을 리스트업하느라 신이 났다는 독자님들의 리뷰를 볼 때 가장 기뻤습니다."
- 8년 동안 책방을 운영하시면서 폐업하는 동네책방도 많이 보셨을텐데 책방연희는 지난해 9월에 2호점을 오픈했습니다. 2호점 오픈을 결심하게 된 배경과 비결은 무엇인가요?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홍대는 규모가 작아 문화활동을 하기 어렵습니다. 보다 다양하고 큰 문화 활동을 할 만한 공간에 대한 니즈가 있었죠. 그즈음 몇 군데 공간에서 입점 제안을 받았고, 그중 하나은행에서 제안을 받아 지금의 자리에 입점하게 되었습니다.
2호점은 아닙니다. 별도로 운영되는 책방연희 광화문, 입니다. 광화문에선 더 다양한 활동이 있습니다. 2월엔 '프렌치위크(French Week)'라고 하여 프랑스 문학과 예술서를 출간한 소규모 출판사들(가망서사, 녹색광선, 안온북스, 레모, 불란서책방, 1984books)과 함께 책을 소개하고 행사도 진행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