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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4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와의 정상 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백악관에서 영토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며 이스라엘이 중동에 "아주 작은 땅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 기자가 트럼프에게 '이스라엘이 서안 지구를 합병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이와 같이 대답한 것입니다. 다음 날인 4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기자회견에서는 미국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장악하겠다"고 했습니다.

한 기자가 트럼프에게 '어떤 권한으로 그럴 수 있나', '영구적으로 점령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묻습니다. 그러자 트럼프는 "장기적인 소유"를 생각하고 있다며, 그것이 "어쩌면 중동 전체에 커다란 안정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11일에는 트럼프가 미국을 방문한 요르단 국왕 압둘라와 만나 이야기를 나눕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보도한 당시 영상을 보면 트럼프는 미국이 가자를 소유할 것이고, 가자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은 "다른 지역"에서 "멋지게" 살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와 같은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팔레스타인인들은 인종 청소를 부추기고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인종 청소'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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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에서 팔레스타인인을 내쫓고, 다른 사람이 그 땅을 차지한다는 발상에는 오랜 역사가 있습니다. 시오니즘의 아버지로 불리는 테오도르 헤르츨은 1896년 발행한 <유대 국가>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열강들이 유대 민족에게 중립적인 땅에 대한 주권을 부여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인다면, 유대인 협회는 차지해야 할 땅에 관해 협상하게 될 것이다. 두 지역, 즉 팔레스타인과 아르헨티나가 고려되고 있다. - 테오도르 헤르츨, <유대 국가>

19세기 말부터 팔레스타인에 유대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시오니즘 운동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이 당시 팔레스타인에는 이미 40~50만 명가량이 살고 있었습니다.

팔레스타인 국제문제연구학회(PASSIA)에 따르면 1878년 팔레스타인 지역 인구 구성은 무슬림 39만 명(88%), 기독교인 4만 명(9%), 유대인 1만 4천 명(3%)가량입니다.

팔레스타인을 선택해야 하는가 아니면 아르헨티나를 선택해야 하는가? 유대인 협회는 자기에게 제공되고 유대 민족의 여론이 좋다고 천명하는 것을 취하게 될 것이다. - 같은 책

여기서 '자기에게 제공'된다는 것은 강대국이 시오니스트에게 특정한 지역을 차지하도록 허용한다는 의미입니다. 시오니스트들은 현지 주민의 처지 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유럽에 살던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에 '유대인의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것은 무슬림 또는 아랍인을 팔레스타인에서 몰아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947~49년 팔레스타인에서 유대 군대가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인종 청소를 벌여 1만 5천 명가량을 살해하고 75만 명가량을 난민으로 만듭니다. 팔레스타인인은 이 일을 가리켜 나크바(아랍어로 '대재앙'을 뜻함)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인종 청소의 결과로 1948년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탄생합니다.

가자 학살, 끝나지 않은 나크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2023년 8월 240만가량의 가자 인구 가운데 160만가량이 난민이라고 밝혔습니다. 1947~1949년 나크바 당시 많은 피난민이 가자로 몰려들었고, 그 난민과 후손들이 지금 가자의 다수를 이루게 된 것입니다.

2023년 10월에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으로 2025년 2월 초까지 약 4만 7천 명가량이 살해되었습니다. 여기에 실종자, 즉 대부분은 폭격으로 무너진 잔해 속에 깔려 있어 이미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희생자의 수가 6만 2천 명가량으로 많이 늘어납니다.

이렇게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이유는 '하마스 제거'만이 이스라엘의 목표는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팔레스타인 인종 청소라는 시오니즘의 오래된 계획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주요 정치인 또한 이런 의도를 숨기지 않습니다.

2023년 12월 31일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부 장관은 한 라디오와 한 인터뷰에서 "가자 지구에서 해야 할 일은 이주를 장려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가자 지구에 2백만 명이 아니라 10~20만 명의 아랍인이 있게 된다면 앞으로의 논의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국가안보장관이었던 이타마르 벤그비르는 2024년 10월 21일 가자 지구 인근에서 열린 유대인의 가자 지구 이주와 정착을 요구하는 행사에 참석합니다. 당시 벤그비르의 연설 영상(<알자지라> 보도)을 보면 그는 가자 주민의 이주를 촉진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주장합니다. 또한 이것이 가장 도덕적인 해결책이라면서 "이스라엘 땅은 우리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떠나기를 거부합니다" 팔레스타인의 저항 방식

트럼프가 가자를 장악하겠다는 등의 발언을 이어 나가자, 팔레스타인인들도 SNS에 영상을 올리고 언론에 글을 쓰며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미들 이스트 아이(Middle East Eye)>와 인터뷰를 한 아야 하수나(Aya Hassuna, 30)도 그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가자 시티에 살던 그녀는 2023년 10월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되자 가족과 함께 칸 유니스로 피난을 떠났습니다. 그곳에서 두 아이, 함자(Hamza)와 라가드(Rhagad) 그리고 남편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살해됩니다.

"제가 겪은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저는 떠나기를 거부합니다. 이스라엘은 가자 사람을 시나이반도로 쫓아내려고 했습니다. 봉쇄와 대량 학살, 파괴와 굶주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우리를 몰아낼 수 없었습니다. 트럼프가 뭐라고 하든 우리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땅을 지키고 있을 뿐입니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어린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어린이 ⓒ pixabay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에서 팔레스타인인을 모두 쫓아내려고 해도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하수나의 말처럼 팔레스타인인들이 온갖 고난을 겪고도 가자에서 떠나지 않고, 그곳에서 계속 살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팔레스타인에는 '존재하는 것이 저항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그랬듯이 앞으로도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의 땅에서 살아남을 것이며, 존재 그 자체로 시오니즘에 대한 저항을 이어갈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평화운동가입니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나크바#트럼프#네타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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