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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제공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에 관한 문건이나 지시를 받은 게 아니라 대통령 집무실 원탁에 있던 문건을 멀리서 봤을 뿐이라는 해명을 내놓은 지 불과 이틀 만에 이와 배치되는 증언이 나왔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은 1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비상계엄 선포 전 대통령 집무실에 있는) 원탁에서 종이를 못 봤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1시간 30분쯤 전인 지난 2024년 12월 3일 오후 8시 50분께 대통령실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원장이 도착했을 당시 이 전 장관을 비롯한 5명은 대통령 집무실 원탁에 앉아있는 상태였다. 국회 국정조사와 수사기관 수사 내용 등을 종합하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오후 6시 40분께)·박성재 법무부 장관(오후 8시 30분께)·이상민 행안부 장관(오후 8시 40분께)·한덕수 국무총리·김영호 통일부 장관(오후 8시 40분께)·조태열 외교부 장관·조태용 국정원장(오후 8시 50분께) 순서로 대통령실에 도착했다.

조 원장은 13일 헌재 탄핵심판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저와 가까운 사람이니까 둘이 같이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대통령 집무실) 원탁 테이블에 A4 종이 같은 게 놓여있었나'라는 국회 탄핵소추대리인단 측의 질문에 "못 봤다. 없었다"고 말했다. 국회 측에서 '이상민 장관은 지난번에 나와 원탁 테이블에 서류들이 놓여있었고, 거기에 소방청장에 단전·단수를 지시하는 내용이 있었다고 증언했다'라고 재차 확인했지만, 조 원장은 "원탁에서 종이를 못 봤다"고 거듭 답변했다.

이는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을 받는 이 전 장관의 이틀 전 주장과 상반되는 증언이다. 앞서 이 전 장관은 지난 11일 헌재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비상계엄 관련 지시사항이 기재된 쪽지를 받거나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에 대한 구두 지시를 받은 적이 전혀 없다"라며 "대통령실에서 종이 쪽지 몇 개를 멀리서 본 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쪽지 중에는 '소방청', '단전·단수'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다"라며 "(쪽지는) 대통령 집무실 원탁에 있었다"고 말했다.

'원탁 7인' 중 유독 일찍 연락 받은 이상민… "수사해야"

 조태용 국정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태용 국정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 헌법재판소 제공

이 전 장관이 도착한 후 조 원장이 도착하기 전까지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대통령 집무실 원탁에 놓여있던 '소방청 단전·단수' 문건이 어딘가 사라졌거나 누군가에게 지급됐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하지만, 만일 그렇다 해도 조 원장이 도착했을 당시 대통령 집무실 원탁에 앉아있던 한덕수 국무총리·김용현 국방부 장관·박성재 법무부 장관·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김영호 통일부 장관 등 5명 중 '소방청'을 소속으로 둔 쪽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측 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큰 틀에서 윤 대통령을 두둔하고 있는 이 전 장관이나 조 원장의 말조차 서로 안 맞는 것"이라며 "백 걸음 양보해 두 사람의 말이 모두 맞다 해도, 원탁에 있던 '소방청 단전·단수' 문건이 누군가에게 주어져 없어졌다면 당시 원탁에 있던 사람들 중 누구에게 갔겠나"라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이 용산에 모여든 초기 7명 각료들 중 가장 이른 시간대에 연락을 받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계엄을 직접 준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제외하면, 이 전 장관만 용산으로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은 경위가 나머지 5명 각료들과 상이하다. 한덕수 총리·박성재·김영호·조태열 장관·조태용 국정원장 등 5명은 모두 계엄 당일 오후 8시께에야 윤 대통령 측으로부터 직접 용산으로 들어오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는데, 이 전 장관만은 이보다 2시간 가까이 빠른 오후 6시 11분께 김용현 전 장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 전 장관은 당시 울산 지역 일정이 다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예정보다 이른 오후 5시 40분께 서울행 기차를 타고 상경하던 중이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2024년 12월 5일 국회에서 "(12월 3일 당일) 점심 무렵에 대통령님과의 일정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도 한 바 있다. 다만 이 전 장관은 당시 그 얘기를 누구에게 들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국회 국조특위 관계자는 "이 전 장관이 다른 국무위원들보다 훨씬 빨리 계엄에 대해 알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며 "언론사 단전·단수 문건과 더불어 수사를 통해 진상이 규명돼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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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단전단수#윤석열#조태용#계엄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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