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한번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차장을 조준했다. 그는 '홍장원 메모'를 다룬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 장면이 법정에서 재생되자 황당하다는 듯 웃음을 참지 못하기도 했다.
13일 서울시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는 조태용 국정원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비상계엄 당시 홍 전 차장이 여인형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전달받은 '체포 명단'을 두고 "(홍 전 차장의 헌재 증언 후 확인했더니) 사실관계가 달랐다"며 ① 12월 3일 처음 메모한 포스트잇 ② 보좌관이 정리한 메모 ③ 12월 4일 오후 홍 전 차장이 보좌관에게 '기억나는 대로 다시 써달라'고 한 메모 ④ 여기에 가필된 것 등 네 가지 종류의 메모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그렇게 되면 홍장원 차장이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저도 헌재 기록 보니까 지난 화요일에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했는데 그 내용의 뼈대가 사실과 다른 것"이라며 "메모의 신뢰성이나 정확도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간 탄핵심판에 나온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여인형 전 사령관은 '체포명단이 아니다'라고만 했을 뿐, 주요 인사들의 명단을 만든 사실 자체는 인정해 왔다.
메모가 4가지라면서... "이재명·한동훈 잡으러 다닌다고 들어"
조 원장도 '홍 전 차장으로부터 체포 얘기를 들은 바 없다'던 얘기를 조금 바꿨다. 그는 수사기관에서는 '홍 전 차장으로부터 이재명, 한동훈을 잡으러 다닐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이재명, 한동훈을 오늘 밤(비상계엄 당시)에 잡으러 다닐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말이 있었다"면서도 "중요한 차이가 있다, 방첩사가 잡으러 갈 것 같단 말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조 원장은 오히려 홍 전 차장의 '보고 방식'을 문제삼기도 했다.
"차장이 원장한테 이렇게 보고하면 안 된다.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어떤 지시를 받았다. 그래서 방첩사령관이랑 전화했더니 명단을 불러주면서 위치 추적을 도와달라고 했다. 원장님 어떻게 해야 되나.' 이렇게 보고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평소 증인신문 과정에는 눈을 감고 있거나 서류를 살펴보곤 했다. 하지만 이날은 변론 초기부터 매서운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보더니 '홍장원 메모'에 관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박선원 의원 관련 영상이 나오자 집중했다. 그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박선원 의원 인터뷰 중 메모에 자신의 이름 대신 '딴지일보'라고 적힌 대목을 두고 "방첩사령관도 딴지일보를 보는구만"이라고 소리치자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윤 대통령은 또 "본인이 직접 물어볼 수 없나"라며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문형배 재판관이 불허하자 김계리 변호사는 "법적 근거가 뭐냐"며 반발했다. 문 재판관은 "법적 근거는 소송지휘권 행사"라며 "피청구인의 지위가 국정 최고 책임자였기 때문에 그 산하에 있는 증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직접 신문보다는 대리인이 하기로, 만장일치로 저희들이 논의한 것이고, 그걸 바꾸길 원하면 (지금) 나가서 논의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잘 알겠다"며 수용했다.
조태용이 기억하는 그날 밤... "계엄, 깜짝 놀랐다"
조 원장이 마냥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진술만 하지는 않았다.
그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헌재에 나와서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원탁 테이블에서 소방청장에게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하는 A4종이를 봤다는데, 본인도 봤는가'란 질문에 "못 봤다,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계엄도 깜짝 놀랐다"며 계엄 선포 관련 서류들도 전혀 보지 못했고, 박안수 계엄사령관 임명 이야기를 듣거나 국무회의에서 심의한 적도 없다고 했다. 계엄 선포 찬성자는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출석한 가운데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8차 변론이 열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