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AW WINE 전경RAW WINE의 참석자와 생산자들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 정수진
와인을 마시는 방식이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와인이 부르주아적인 고급 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대중적인 술이 되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와인 문화가 확산되면서, '내추럴 와인(Natural Wine)'에 대한 관심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여기서 잠깐, 내추럴 와인이란 무엇인가? 내추럴 와인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소 유기농 혹은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으로 재배된 포도를 손으로 수확하여 자연 효모가 발효하게 하고, 와인 양조 과정에 무언가 인위적으로 더하거나 빼지 않고 병에 담은 와인"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설명이다(와인21, <와인21추천 BEST OF BEST, 내추럴 & 오렌지 와인> 보도 인용).
내추럴 와인이 이렇게 관심도가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내추럴 와인 페스티벌, RAW WINE Paris에 지난 9일 직접 다녀왔다.
직접 마셔본 내추럴 와인, 정말 다를까?
내추럴 와인을 마셔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지만, 이렇게 다양한 국가에서 온 생산자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각양각색의 와인을 시음할 기회는 흔치 않았다.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오스트리아의 내추럴 와인 생산자 요하네스 찌링거(Johannes Zillinger)가 만든 오렌지 와인이었다. 첫 잔을 들이켰을 때 느낀 첫인상은 '이거 정말 살아 있는 와인이네'였다. 기존의 와인보다 자연 발효에서 오는 강렬한 풍미와 복합적인 향이 코와 입을 동시에 감쌌다.

▲RAW WINE에 참가한 요하네스 찌링거(Johannes Zillinger)RAW WINE에 참가한 요하네스 찌링거(Johannes Zillinger), 오스트리아의 내추럴 와인 생산자가 내추럴 와인의 이점과 세계적으로 내추럴 와인의 붐이 일어난 이유를 설명 중이다. ⓒ 정수진
이 와인을 만든 오스트리아의 내추럴 와인 제조자 요하네스 찌링거(Johannes Zillinger)의 대표에게 직접 물어봤다.
- 왜 2월에 RAW WINE이 열리는 걸까요?
"내추럴 와인은 필터링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온도 변화에 민감합니다. 2월은 온도적으로 와인의 이동과 보관에 용이합니다."
- 요즘 한국에서는 내추럴 와인이 유행입니다. 그 매력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내추럴 와인은 첨가물을 최소화하고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정말 다양한 맛을 느깔 수 있습니다. 탄닌은 일반 와인보단 약한 편이지만 굉장히 풍부한 맛이 납니다. 이러한 특징으로 온도 변화에 민감하고 이는 동시에 첨가물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경우가 적어 만약 건강상 민감한 사람이라면 일반 와인보다는 내추럴 와인을 먹기를 추천합니다."
와인과 한식의 조합, 예상보다 훌륭
놀랍게도, 행사장 한쪽에는 한국 음식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한식당 '맛있다'가 직접 운영하는 공간이었다. 잡채, 불고기, 김치전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음식을 먹어보고 싶었지만, 한식의 인기가 굉장해 맛을 볼 수가 없었다.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내추럴 와인과 한식의 페어링을 체험하기 위하여 줄을 서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가장 긴 음식 부스는 바로 한식 부스였다.

▲RAW WINE에 참가한 파리의 한인식당 맛있다의 대표파리 14구 식당 맛있다의 대표가 기자의 인터뷰에 응하여 내추럴 와인의 유행과 한식과 내추럴 와인의 페어링에 대해 설명 중이다. ⓒ 정수진
내추럴 와인과 한식의 조합이 과연 어울릴까? 와인 하면 스테이크나 치즈 같은 서양 음식이 떠오르지만, 이곳에서는 색다른 조합을 시도하고 있었다.
직접 한식과 내추럴 와인이 어울리는 이유를 '맛있다'의 대표에게 물어보았다.
- 왜 한식과 내추럴 와인을 매칭했나요?
"내추럴 와인은 깔끔한 산미가 강해서, 양념이 풍부한 한식과 의외로 잘 어울립니다."
- 와인을 마시는 분들이 낯선 한국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있진 않나요?
"저희 가게에서도 그런 이유로 내추럴 와인을 음식과 함께 판매 중인데 매우 인기가 좋습니다. 한류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미 한식을 즐기고 있습니다. 또, 외국에선 와인을 식사와 꼭 함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RAW WINE의 행사 포스터RAW WINE의 행사 포스터 사진 ⓒ 정수진
한국에서도 내추럴 와인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RAW WINE 행사장을 둘러보던 중, 뜻밖의 광경이 눈에 띄었다. 생각보다 많은 한국인 방문객들이 행사장을 찾은 것이다. 나는 몇몇 한국 방문객들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 내추럴 와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연예인을 통해 SNS에서 많이 보게 되었어요. 일반 와인보다 만들어지는 과정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저는 웰빙을 중요시 여겨서 그 점이 매력적이더라고요."
"가족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행을 왔다가 가족의 추천으로 이곳에 방문했습니다. 이런 글로벌 와인 페스티벌을 한국에서도 보고 싶어요. 입장료가 7만 원 정도였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어요."

▲시음용 내추럴 와인들RAW WINE 행사장 전경/ RAW WINE의 행사장에 시음을 위한 와인들이 줄기어있다. ⓒ 정수진
RAW WINE Paris 2025에서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맛보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며 내추럴 와인이 단순한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내추럴 와인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 내추럴 와인 바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한국의 와인 문화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내추럴 와인을 한 번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