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2일 오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중인 헌법재판소를 항의방문한 뒤 떠나고 있다. ⓒ 권우성
"그 사이에 법이 바뀌었다. 해석도 달라져야 되는 것이 당연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재차 2017년의 자신을 부정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12일 헌법재판소를 항의 방문하며,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탄핵 심판이 있던 2017년의 선례를 준용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때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에서 피의자 신문 조서 등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는데, 법이 바뀌었으니 지금은 뒤집어야 한다고 날을 세운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탄핵소추단 단장이었다.
국민의힘은 이처럼 연일 헌법재판소를 흔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변론기일이 막바지에 달하면서,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앞두고 여당의 비난이 연일 거세다.
권성동 "헌법재판소, 편파적이고 불공정... 뭐가 그렇게 조급한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2일 오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중인 헌법재판소를 항의방문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박충권, 윤한홍, 박성훈, 권성동, 박수민, 박형수 이종욱 의원. ⓒ 권우성
권 원내대표는 이날 헌법재판소 방문을 마치고 나와 기자들에게 "헌법재판소의 각종 심판 사건 진행이 편파적이고 불공정하게 진행이 되어서, '과연 헌재가 정치 재판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국민적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라고 방문 이유를 밝혔다.
그는 우선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이 마은혁 후보자 권한쟁의 심판보다 훨씬 먼저 헌재에 접수됐음에도 불구하고, 마은혁 후보자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을 아주 시급하게 진행함으로써 헌재가 불공정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라고 주장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선출 몫인 마은혁 후보자의 임명만을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9인 체제'로 완결성을 갖추는 것보다 한덕수 전 권한대행에 대한 판단이 더 중요하다는 뉘앙스였다.
또한, "탄핵 심판만은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돼 있다"라며 "대통령이든 장관이든 간에 탄핵 결정이 나면 파면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공직자의 인격과 명예를 송두리째 빼앗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범죄 사건 재판처럼 엄격한 증거에 의해서 그리고 그 피청구인이나 피고인의 인권과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라는 의미에서 민사 재판이 아니라 형사 재판의 규정을 규정하도록 되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불만을 드러낸 건 조서의 증거 능력 인정 여부였다. "헌법재판소법에 '탄핵 심판은 형사소송법을 따르라'고 한 그 입법 취지를 충분히 반영해서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자의적으로 멋대로 법을 해석해 가지고 '변호인의 입회가 있으면 변호인의 참여 하에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나 진술 조서는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라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날을 세웠다.
권 원내대표는 "2020년에 형사소송법이 개정돼서 피의자 신문조서에 대해 당사자가 부인하면 증거 능력으로 사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에 그 증거 능력 부여 그 원칙을 그대로 이번에도 준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사이에 법이 바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석도 달라져야 되는 것이 당연하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가 그렇게 조급한지 2017년 자기들의 해석을 지금 2025년에도 그대로 인용하겠다고 지키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발언을 마친 권 원내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신속 처리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편향성"
이날 권 원내대표의 메시지는 탄핵심판 순서에도 방점이 찍혀 있었다. "헌재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가 있자마자 '다른 사건에 우선해서 처리하겠다' 그것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 했다"라며 "여기서 헌재의 편향성이 드러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심판도 해보기 전에 어떻게 우선해서 처리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느냐?"라며 "'다른 사건에 우선해서 처리하겠다',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라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낸 것"이라는 논리였다.
무엇보다 "피청구인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그런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가 돼야 헌재의 결정을 국민들이 신뢰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과 같이 절차적 정당성이 부여되지 아니하고, 그다음에 헌재가 자기들 멋대로 자의적으로 법 규정을 해석해서 지나치게 빨리 이 탄핵 심판을 진행한다고 그런다면, 그 결정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편파적이고 불공정하게 진행됐을 경우에는 과연 국민 통합을 할 수 있을 것이냐 오히려 분열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변론 기일을 17번 했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변론 기일은 내일까지 8번"이라고도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원희룡 "헌법재판소=헌법도망소, 공수처의 대통령 사냥"

▲원희룡 "윤 대통령 탄핵심판 불공정"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불공정성과 편향성 문제를 주장하고 있다. ⓒ 남소연
지난 전당대회 참패 이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헌재를 향한 공격에 가세했다. 그는 같은 날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저는 오늘, 국민 앞에 헌법재판소를 고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라며 "지금의 헌법재판소는 헌법으로부터 오히려 도망다니는 '헌법도망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폄훼했다.
사유는 여권이 이미 계속 주장하고 있는 내용 그대로였다. 기자회견문에서 원 전 장관은 ▲ 한덕수 권한대행 정족수 문제부터 해결하라 ▲ 마은혁에 대한 '셀프임용'을 하려는 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 변론기일, 심리시간, 진실을 밝힐 기회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 등을 요구했다.
그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정은 공수처의 수사권과 체포구속과정에서 많은 불법이 이뤄져, '대통령 사냥'으로 진행되었다고 국민들이 의심하고 있다"라며 "의회다수당의 독재, 8명 헌법재판관의 재판독재에 대해서 주권자인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그는 가시화하고 있는 조기 대통령 선거 관련 질문에 "지금은 공정한 헌법 재판이 되도록 모든 힘을 기울이는 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며 "그에 따라서 대통령 복귀가 이뤄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직무 복귀를 언급하며, 사실상 탄핵소추안 인용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권의 이런 태도가 서부지방법원을 향한 폭동 등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폭력을 없애나가는 게 기본 질서"라면서도 "주권자인 국민의 합리적인 의심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이 부분을 무겁게 생각하고 그걸 충분히 풀어야 할 의무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계엄 동기나 그 과정에서 절대 다수의 의석을 갖고 있는 다수당의 의회독재에 대한 절망적이고도 매우 절박했던 위기의식에 대해서 충분히 그것을 볼 수가 있었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만 일방적으로 파면되고 끝날 문제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충분한, 공정한 헌법재판이 이뤄진다면 대통령이 복귀해서 대한민국의 헌법적인 사태를 해결해 나가고 수습해 나가야 한다,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사실상 헌재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할 경우 불복하기 위한 사전작업 아니냐는 질문에는 사법부 신뢰에 앞서 "공정성 담보"가 필요하다고 내세웠고, 12.3 비상 계엄을 옹호하는 강성 지지층의 대규모 집회와 비슷한 입장인지 묻는 말에는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