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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경제 물가는 마치 서서히 달궈지는 물과 같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놀랄 정도로 뜨거워져 있다. 100원, 200원 야금야금 오르는 물가는 정신 차려보면 2000원에 붕어빵 세개도 못 사먹을 정도로 올라있다. 최근 뉴스를 보니 별이 그려진 유명 커피 브랜드도, 자취생들의 컵밥도 모두 가격이 올랐단다.

그 안에 있는 우리는 개구리와 같다. 물이 끓는 줄도 모르고 가만히 앉아있다가 '언제 이렇게 물 온도가 높아졌지?' 하고 깜짝 놀란다. 나는 이 상황에서 속수무책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믿을 것이라곤 몸을 던지는 것밖에 없는 자취생의 물가 탈출 이야기를 시작한다.

 구내식당
구내식당 ⓒ 정누리

첫째로, 나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최근 오뚜기에 관한 기사를 봤다. 2월 1일부터 컵밥 7종의 가격을 부득이하게 인상한다는 내용이었다. 편의점 기준 컵밥 가격이 4800원에서 5400원으로 오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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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외식을 참고는 회사 식당으로 얌전히 간다. 출석률이 아주 좋아졌다. 우리 회사는 공장 지대에 있어, 한식 뷔페에서 배달을 시켜 먹는다. 예전에는 이 한 끼를 우습게 봤었다. 나 역시 깔끔한 파스타 집에서 외식을 하고 아메리카노 한 잔 들이키고 오고 싶었다. 한창 다이어트를 할 때는, 샐러드를 먹고 싶은데 나 혼자 도시락을 챙겨오기가 눈치 보여 괜스레 회사를 탓하기도 했다. 다른 회사들처럼 다들 따로 먹으면 좋을 텐데 하고.

하지만 고물가인 지금은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균형 잡힌 한식을 매일 무료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나같은 자취생에겐 굉장히 감사한 일이었다. 물가가 낮을 때는 잘 가지도 않던 회사 점심을, 요즘은 꼬박꼬박 든든히 챙겨 먹고 있다.

친구들끼리도 요새 '구내식당이 매우 소중하더라'는 말을 하곤 한다. 다들 점심 약속이나 술 약속 때문에 회사에 안 있고 밖에 나가서 먹은 적이 꽤 있는데, 요즘은 가급적다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다고 한다. 독립해보니 부모님 집이 귀한 것을 알았고, 밖에 나가 밥을 사 먹어보니 회사 식사가 귀한 것을 알았다면서.

친구끼리 "용돈 줘서 고맙다"고 웃은 사연

둘째로, 잔뜩 쌓인 기프티콘을 정리하고 환불하는 것이다. 생일 때마다 안 쓰고 쌓인 음료나 케이크 기프티콘이 한가득이다. 내 동선에 해당 카페가 없어서, 혹은 내 입맛이 아니라서 수도 없이 '연장하기'만 눌렀다. 자그마치 4년 전에 받은 것도 있다.

이들을 수수료 10%를 떼면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 번도 눌러보지 않았던 '취소하기'를 누르니, 수수료 10%를 제외하고 계좌로 입금된다는 안내가 보인다. 그 밑에 '선물을 보낸 친구는 환불 여부를 알 수 없다'는 문구가 써있다. 받은 선물을 환불하면 왠지 상대방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찜찜한 마음은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카카오톡 기프티콘 환불
카카오톡 기프티콘 환불 ⓒ 정누리

어느 날엔가는, 친구들끼리 카페에 모였는데 시간이 남아 함께 기프티콘을 정리한 적이 있다. 3년 동안 안 쓴 빼빼로 기프티콘을 모두 환불했다. "용돈 줘서 고맙다"라고 서로 얼굴을 보며 웃었다.

요새는 이런 추세 탓에 카페나 케이크 기프티콘보다 이용권을 많이 주고받는 듯하다. 배달 앱 이용권이나 상대방이 자주 이용하는 브랜드의 상품권 등 받는 사람의 취향을 고려한다. 어릴 적 선물 포장지부터 리본 색깔까지 하나하나 고민했던 마음은 기프티콘 이미지의 바코드로 옮겨갔다.

 커피머신
커피머신 ⓒ 정누리

셋째로, 사 먹는 커피를 끊었다. 늘상 아무렇지 않게 밖에서 한 잔 두 잔 사 먹던 커피는 중지하고 홈커피로 돌아갔다. 스스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커피에는 비단 믹스 커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회사나 집에도 작은 캡슐커피 머신을 들여놓을 수 있고, 드립커피도 유튜브를 보면 어렵지 않게 내려먹을 수 있다.

1인 가구에 원두 500g이면 약 25잔 이상은 타 먹을 수 있다. 한 잔으로 치면 400원 꼴로, 한 달 정도는 여유있게 마실 양이다. 편의점 커피도 생각보다 맛있고 간단하다.

어릴 적에는 엄마가 마시던 프림커피를 몰래 타서 홀짝 마시던 것이 전부였다. 그런 내가 원두부터 내리는 방법까지 읊는 것을 보면 놀랍기도 하다. 아끼고자 시작한 홈커피가 나의 커피 취향과 능력을 발전시켜줬다. 고물가에 버티는 전략 치곤 나름 건설적이지 않은가.

인증으로 포인트 쌓고, 리뷰 잘 써서 적립금 쌓기

 리뷰 이벤트 선정
리뷰 이벤트 선정 ⓒ 정누리

마지막으로 네이버페이나 토스뱅크의 포인트도 알뜰하게 쌓는다. 예전에 엄마가 치킨집 쿠폰을 꼬박꼬박 모으고, 저금통에 푼돈을 넣던 것이 기억난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형태만 바뀌었을 뿐 그 마음은 같다.

택배가 도착하면 빠르게 구매확정 눌러 포인트를 받고, 영수증 인증도 하고, 푸시 알림에 뜨는 선착순 50원 포인트도 재빨리 받는다. 정신 차려보면 배송비 정도는 낼 수 있는 금액이 절로 쌓인다. 게다가 조금만 정성들여 사진을 추가한 리뷰를 쓰면, 판매자들이 베스트리뷰로 선정해 포인트를 추가 제공하기도 한다.

 리뷰 포인트 내역
리뷰 포인트 내역 ⓒ 정누리

요즘 나는 상품페이지 내에서 소통하는 재미 그 자체에도 흠뻑 빠져 있다. 500원 더 저렴한 물건을 찾기 보단, 리뷰를 쓰고 피드백하며 그 이상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물가가 오르는 것이 누군들 달가우랴. 공부나 운동을 할 땐 미덕인 줄 알았던 '야금야금'이 시장경제에서는 참으로 무서운 말로 들린다.

허나 자취생이 제일 잘하는 것은 이에 맞게 야금야금 대응하는 것이다. 크게 상황을 바꾸기 보단 회사에서 주는 점심을 꼭꼭 씹어넘기고, 작은 것이라도 리뷰를 쓰고, 조금 시간을 내 손수 커피를 타먹는 것. 그 작은 움직임들이 냄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도약이 된다.

앞서 말한 '냄비 속 개구리' 이야기에는 재밌는 반전이 있다. 실은 이것이 허구라고 한다. 많은 이들이 진실로 믿지만, 한 과학자의 비유일 뿐이었다. 실제로 개구리는 온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기에, 물이 뜨거워지면 냄비를 탈출하려 한다는 것이다.

냄비 안에 갇혀있던 건, 어쩌면 '결말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 내 마음 뿐인지도 모르겠다. 오르는 물가에 한숨 쉬기 보다 오늘 하루를 살더라도 야금야금 몸을 움직여보면 어떨까. 그 파동은 생각보다 클지도 모른다.

#네이버페이#리뷰이벤트#MZ세대#자취생#고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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