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인 출석하는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7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1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지난해 3월 말 삼청동 안가(안전가옥) 만찬에 대해 상세히 증언했다. 신 실장은 아직 총선 전이었던 당시 윤 대통령이 국방장관이었던 자신에게 '정상적인 정치 상황으로 가기 굉장히 어려워졌다, 비상한 조치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에게 다른 뜻을 표했다는 신 실장은 하지만 "계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이어진 질문에 그는 "사실 제가 거기(비상한 조치) 동의하지 않으면 성립될 수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그런 생각을 아예 안 하시려면 제 입장이 중요하다는 생각 하에, 조금 예의에 벗어나지만 경호처장에게 제 뜻을 대통령에게 전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신 실장은 이후 임명된 지 1년도 안된 그해 8월 경질되어 국가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후임 국방부 장관에는 당시 만찬에 동석했던 김용현 경호처장이 임명됐다.
2024년 3월말 삼청동 안가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제공
신 실장의 증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말께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신 실장과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조태용 국정원장과 삼청동 안가에서 만찬을 함께 하며 약 1시간 동안 시국 상황에 대한 논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국회 측 서상범 변호사의 문답이다.
- (3월 말 만찬에서) 윤 대통령이 '정상적인 정치상황으로 가기 어려워졌다. 비상한 조치를 해야겠다'고 발언했나?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취지 말씀 있던 걸로 기억한다."
- '군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한 것 아닌가?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다. 저를 보고 (비상한 조치를) 말해서 그렇게 느낀 거 같다."
- 계엄이나 비상계엄 등 포함하는 군의 정치개입으로 생각한 것 아닌가?
"(나는) 계엄까지 생각 못했다. 어쨌든 어떤 경우든 적절치 않다고 의견 피력했다."
신 실장은 당시 조태용 국정원장도 만류하는 발언을 했고, 이후 윤 대통령이 화제를 돌려서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과 여인형 사령관 등은 의견을 표명할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만찬이 파한 후 육사 출신인 신원식, 김용현, 여인형 세 사람은 서울 한남동 국방장관 공관으로 이동했다. 신 실장이 후배인 두 사람에게 청해 마련된 자리였는데, 그때 김 처장에게 '유의 깊게 모셔라', '대통령이 (다른 사람에게) 그런 말(비상한 조치)을 혹시라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부하인 우리의 도리'라고 했다는 게 신 실장의 증언이다.

▲김형두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제공
위에서 보듯 신 실장은 2024년 3월 말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한 조치' 발언을 증언하면서도 "계엄까지는 생각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김형두 헌법재판관과의 문답에서 다소 다른 증언이 나왔다.
- 그때(2024년 3월 말 만찬) 대통령이 비상한 조치 언급을 했는가.
"그렇다."
- 그때 그에 대해 증인은 반대했는가.
"저를 보고 그런 거 같아서, 저는 군을 책임지는 국방장관으로서 다른 의견을 표명했다."
- 그리고 그 다음에 바로 집으로 안 가고 증인 공관으로 김용현, 여인형 데리고 갔다. 가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가.
"우리집에서 차나 한잔하자 그런 의도였다. 대화 과정에서 대통령 말씀 화제에 올랐고, 대통령께서 그런 말씀은 아무리 술자리라도 사람들한테 하는 게 좋지 않겠다, 이런 뜻으로 두 사람에게 당부했다."
- 대통령이 혹시라도 그런 생각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는 국방 장관으로서 절대 반대한다, 반드시 내 뜻 전해달라, 이렇게 말한 게 맞는가.
"그 (비상한) 조치 발언을 저를 보고 하셨는데, 사실 제가 거기 동의하지 않으면 성립될 수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그런 생각을 아예 안 하시려면 제 입장이 중요하다는 생각 하에, 조금 예의에 벗어나지만 경호처장에게 제 뜻을 대통령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신 실장은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한 조치' 발언이 자신을 보고 했던 것이었다며 "(자신이) 동의하지 않으면 성립될 수 없기 때문에"라며 "제 입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계엄법에 따르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국방장관 건의가 있어야 한다. 당시 신 실장은 국방장관 신분이었다.
김 재판관의 신문이 계속됐다.
- 그러고 나서 국방장관 경질됐는가.
"그렇다."
- 그러고 나서 국가안보실장으로 갔고.
"정확하게 얘기하면 8월 13일부터 9월 6일까지 김용현 후보자가 장관이 될 때까지 제가 겸직했고, 9월 6일 이후에는 김용현 장관, 저는 실장 한가지 일에만 전념했다."
계엄 해제 직후, 합참으로 간 윤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신 실장은 지난해 12월 4일 새벽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직후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이 계엄의 군사상황을 지휘하는 합동참모본부 결심지원실에서 20~30분 동안 머문 상황에 대해서도 자세히 밝혔다.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이 대통령이 합참에 있는데 너무 오래 있으면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 제게 (정진석) 비서실장과 가서 대통령을 모시고 오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다. 저와 정 실장이 (합참 결심지원실에) 들어가 '복귀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고 1분 정도 있다가 대통령이 나와서 복귀했다."
신 실장은 당시 윤 대통령이 결심지원실에서 법전을 보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제가 하여튼 (결심지원실에) 들어가니까 '의안'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러다가 나와 눈이 마주쳐서 (대통령이) '오셨어요'라고 했다. '의안' 이런 말로 봐서 나는 대통령이 국회 관련 법령을 본다고 생각했다."
국회 측은 윤 대통령이 국회 의결 이후 즉각 계엄해제를 하지 않고 합참 결심지원실로 향한 것에 대해 계엄 해제를 방해하고 2차 계엄을 시도하려던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검찰은 윤 대통령 공소장에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한 이후 윤 대통령이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에게 전화해 "내가 두 번, 세 번 계엄령을 선포하면 되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말했다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이 신 실장과 함께 합참 결심지원실을 나온 시각은 12월 4일 오전 1시 49분께다.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발표한 시각은 이로부터 2시간 38분 뒤인 오전 4시 27분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