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주덕유산리조트. ⓒ 무주신문
덕유산리조트의 곤돌라가 또 멈췄다. 올 겨울 시즌이 시작된 뒤, 벌써 두 번이나 멈췄다. 지난 1월 11일에는 전기 공급 설비 문제로 리프트 가동도 중단됐었다. 매년 끊이지 않는 곤돌라-리프트 멈춤 사고에 "이러다 진짜 큰일 한 번 나겠다" "목숨 걸고 타야 하는 곤돌라, 무섭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들 시설은 안전 문제에 직결되는 만큼, 안전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이용객들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년째 운행 중인 오래된 곤돌라... "목숨 걸고 타야 한다, 무섭다"
부영이 무주리조트를 인수하면서 유난히 곤돌라-리프트 멈춤 사고가 잦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연식이 오래되면서 기계 노후화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고장 빈도 역시 커지고 있는 것.
리조트와 덕유산 설천봉 구간(2.6km)을 오가는 곤돌라(80대)는 1997년 1월부터 운행됐다. 올해로 28년째 운행 중인 셈이다. 부영이 리조트의 주인이 된 2011년부터 공식적으로 알려진 곤돌라 멈춤 사고만 족히 10건이 넘는다.
2011년 5월 두 차례나 덕유산 설천봉을 오가던 도중 곤돌라가 멈췄다. 2015년에는 한 해 동안 무려 세 건의 멈춤 사고가 있었다. 그해 2월에 이어 8월 낙뢰로 리프트 운전실에 화재가 발생해 전소하는 등 두 차례 멈췄고, 그해 11월에는 전기 공급 이상으로 갑자기 멈춰 곤돌라 탑승 관광객 200여 명이 3~4분가량 공중에 매달린 채 불안에 떨어야 했다.
뿐만 아니다. 2016년 1월에 이어 2017년 4건의 리프트-곤돌라 사고가 발생했고, 2019년 1월에도 두 차례의 리프트 고장 사고가 있었다. 그해 8월에는 곤돌라를 지탱하는 기둥에 낙뢰가 떨어지면서 운행이 중단됐었다.
2020년 10월에는 고무로 된 타이밍벨트가 끊어지면서 운행 중 멈춰 섰고, 2021년 구동 벨트가 얼어붙어 곤돌라가 20여 분간 멈췄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15분가량 운행이 또 중단돼 이용객들이 안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북 무주 덕유산리조트의 모습. ⓒ 무주신문
한동안 뜸했던 곤돌라-리프트 멈춤 사고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발생했다. 최근에 발생한 멈춤 사고에 대한 우려가 다른 때보다 큰 이유는 지난해 덕유산리조트 측이 곤돌라 안전성 확보를 위해 '운전 패널'을 교체했기 때문이다. 운전 패널은 곤돌라 관리·감시 및 운전을 원활하게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덕유산리조트의 관광 곤돌라는 8인승 자동순환식으로, 프랑스 포마(POMA)사에서 제작했다.
지난 2022년 1월, <무주신문>이 진행한 주강식 전 대표이사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그는 "(이중근) 회장님께 이미 승낙받았고, 프랑스 회사에서 패널 교체에 대한 견적을 내는 중"이라며 "견적을 받는 대로 상반기 내에 업체 선정·계약 등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지난해 운전 패널이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인플레이션 영향에 따른 가격 문제로, 원 제작업체인 프랑스 포마사 제품 대신 호환이 가능한 국내 제품으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성 확보를 위해 운전 패널까지 교체했지만, 또다시 발생한 멈춤 사고이기에 이용객들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 매년 시행되는 곤돌라 안전점검이 형식적이고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유명무실 한 안전점검이라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강력한 안전 대책 마련 필요"

▲무주 덕유산리조트 곤도라 안전검사증(2024년 5월 31일). ⓒ 한국교통안전공단=무주신문
실제로 2014년 12월 무주덕유산리조트는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와 전북도가 실시한 합동점검에서 무자격 책임기술자가 시설물에 대한 안전 점검을 하는 등 5건의 지적사항이 발견됐었다.점검 결과, 자격이 없는 책임기술자가 리조트 시설물에 대한 정기 점검을 해왔으며, 분기별 자체 안전관리 보고도 누락돼 있었다.
그러나 당시 <전북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민안전처와 함께 합동점검에 나섰던 전북도는 그 결과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무주군은 안전관리 전문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안전관리를 사실상 외면해 왔다고 지적했다.
삭도 사고는 자칫 걷잡을 수 없는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우리나라에선 '궤도운송법'을 적용해, 사업자뿐 아니라 관할 지자체에도 안전 관리 책임을 맡기고 있다.
제19조 안전검사 조항에선, 궤도사업자 또는 전용궤도운영자는 해당 궤도시설에 대해 시장·군수·구청장 또는 특별시장·광역시장이 실시하는 안전검사(정기검사·수시검사·정밀안전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언제까지 형식적인 한 안전점검만? 사고 나면 무주군도 책임 피할 수 없어

▲무주 덕유산리조트 삭도시설 안전검사 결과보고서. 안전검사결과 대부분이 '적'(적합)이다. ⓒ 한국교통안전공단=무주신문=무주신문
결국, 해당 지역에 대형 삭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자뿐 아니라 관할 지자체에도 연대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위탁업체라 할 수 있는 한국교통안전공단(아래 공단)의 궤도시설종합정보관리시스템 상의 검사결과를 보자.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국토교통부 산하 준정부기관으로 국내 궤도(삭도) 시설의 성능 및 안전도 확보를 위한 검사를 실시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검사 결과가 공개된 시점인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된 곤돌라 정기검사는 모두 17회. 매년 5월, 검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지난 17년 동안 곤돌라 시설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다만 2019년부터 진행된 정기검사에서 2020년 딱 1년을 제외하고 5년 동안 일부 리프트 시설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정기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고 난 뒤, 11월에 재검사가 진행됐고 재검사에선 적합 판정이 나오는 식이었다.
<무주신문>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무주군으로부터 받은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삭도시설 정기검사 결과'를 보면, 꾸준히 지적돼 온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안전관리책임자 및 종사자 등에 대한 안전 관리 교육' 문제다.
2018년 검사 결과서를 보면, 공단은 덕유산리조트 측에 "현 종사원이 12명으로 곤돌라 영업 및 휴무일 시행 등으로 점검·정비 인력이 부족해 원활한 점검·정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인력 추가 확보를 요구했다.
2019년 5월 정기검사와 11월 진행된 재검사에서도 똑같이 점검·정비 인력 부족 문제가 지적됐고, 동시에 곤돌라 비상엔진 배기관 개선을 권고받았다. 2020년에도 마찬가지로 인력 부족에 대한 보완 요청을 받았다.
매년 지적돼 온 점검·정비 인력 부족
비상대응 상시 교육 실시 및 완전 조치 전까지 '상업 운행 금지' 조언도

▲무주 덕유산리조트 삭도시설 정기검사 결과. '양호'가 대부분인 가운데 "운전자 자격요건 및 운영계획 여부" 항목에 "종사자 13명(운전자격 10명), 정비인원부족"에 대해 "보완" 표시가 돼 있다. ⓒ 무주신문
물론 관계 당국에서 진행한 합동안전점검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무주군과 소방서 등 관계기관은 매년 겨울 시즌 리조트 내 건축 및 스키장, 소방 시설 등에 대해 민관합동 안전점검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잇따른 중단 사고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련된 사용정지 명령이나 과태료 처분 등 강력한 행·재정적 조치가 취해진 적은 없다. 문제가 지적되고 난 후 시설개선 명령이 떨어지고 나면 지적 사항에 대해서만, 임시방편으로 보완이 이뤄질 뿐, 딱 그때뿐이었다.
지난해 5월 행안부 주관으로 진행된 '대한민국 안전대전환' 기간에도, 올 겨울 시즌을 앞둔 12월 17일에도 덕유산리조트 내 시설 전반에 대한 안전 점검이 이뤄졌지만, 점검 결과 '양호' 또는 일부 시설물에 대한 현지 시정 및 보수·보강 시정조치가 전부였다.
결국, 합동 안전점검이 이뤄지고 난 지 23일 만에 곤돌라가 멈췄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리프트에 이어 곤돌라도 또 멈췄다. 한 달여 만에 무주군과 소방당국이 사고 원인 파악 및 사고 예방을 위한 현장 점검에 잇따라 나섰다.

▲2025년 1월 9일 발생한 무주 덕유산리조트 곤돌라 멈춤사고 개요. ⓒ 무주신문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사고 원인으로 조설기 전력선 노후에 따른 저항부하 증가를 원인으로 봤다. 즉, 전력 과부하로 인해 변전실 전원 차단으로 멈췄다는 것.
이에 공단은 유사사고 예방대책으로 이용자가 많은 자동순환식 시설은 경험 있는 운전자를 우선 배치해 비상 시 대응이 가능하도록 조치하는 등 운전자·점검자 등을 대상으로 비상 대응 상시 교육을 실시할 것과 리프트 전원(380v) 라인은 타 전원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독립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일상 및 정기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뤄지지 않도록 실제적인 자체점검을 실시하고, 이상 발견 시 완전한 조치 전까지는 상업 운행을 금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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